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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이슈추적] 소상공인 생계형 대출, 빛이 아니라 덫이 됐다

버티기 위한 빚… 악순환 되풀이

나아질 것이란 기약 없는 희망
매번 버팀목 등 긴급대출 의존
매출 부진속 되레 빚만 늘어나
결국 폐업까지 몰려 불황 견인

자영업자 수가 10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경기도내 소상공인들이 매출 부진 속에 생존형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은 10일 점포정리를 하는 상가 모습. 2025.12.10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조금만 더 버티면 나아질 것이란 기약 없는 희망 속에 경기도 내 소상공인들이 매번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버팀목 등 긴급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헤어나오지 못하는 매출 부진 속에 오히려 빚만 더 늘 뿐이다. 결국 폐업으로까지 몰리며 악순환의 고리만 도내 상권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수원 영통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66㎡(20평) 남짓 규모의 1층 상가 임대료 월 250만원에 원재료값, 인건비, 공과금 등 고정비를 제외하면 남는 수익이 없다. 여기에 기존 대출 이자까지 내고 나면 매달 50만~100만원 정도의 적자가 쌓인다. 그럼에도 유일한 생계 수단인 카페를 포기할 수 없어 또다시 은행에서 소상공인 긴급 경영대출을 받았다.

 

자영업자 수가 10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경기도내 소상공인들이 매출 부진 속에 생존형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은 10일 수원시내 한 전통시장의 한산한 식당 모습. 2025.12.10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플랫폼 수수료와 광고비도 소상공인들을 옥죈다. 용인 기흥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는 매상이 줄었는데도 플랫폼에 지불할 돈은 나날이 올라 손해를 보고 있다. 전체 매출 가운데 배달 수수료와 광고비로 20~30%가 빠져나가고 고정비까지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하지만 배달 플랫폼을 끊으면 바로 손님이 끊기기 때문에 당장 선택지도 없는 실정이다. 결국 B씨 역시 울며 겨자먹기로 은행에 다시 한번 대출을 받았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3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3분기 서비스업 대출은 15조7천억원으로 전년동기(7조5천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중 10조2천억원(64%)은 운전자금으로, 확장 또는 신규 투자 목적의 시설자금 대출은 5조5천억원에 불과했다. 앞서 지난 1분기까지 시설자금 대출이 운전자금에 비해 크게 앞선 것과 비교된다.

 

 

사실 위기는 2분기부터 운전자금(4조7천억원)이 시설자금(2조5천억원)을 앞지르면서 감지됐다. 대출이 늘어난 것은 경기가 회복돼 투자 여력이 생겨서가 아니라 기존 영업을 유지하기 위한 단기 유동성 확보, 즉 ‘생존형 대출’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자료에서도 현장의 위기 징후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10월 도내 음식점업 폐업 건수는 2천13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폐업이 6.8%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도내 개업 대비 폐업 비율도 1.03으로 폐업 점포 수가 개업 점포 수를 앞질렀다. 자영업자 수 역시 10개월 연속 감소하며 지난 10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7.9%(11만4천명)가 감소, 올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전국 최대치로 도내 악화된 상권이 전체 자영업 불황을 견인하는 구조다.

경기도 자영업 경기의 냉각은 ‘생존형 대출’ 흐름과 맞물려 고용 구조도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 자영업자는 135만6천명으로 전년보다 5만1천명(-3.6%) 줄었고 무급가족종사자 역시 11만명대로 떨어지며 전년대비 14.7% 감소세가 이어졌다.

 

특히 10월 추석 특수를 노렸던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은 156만3천명까지 늘었지만 지난달 155만3천명으로 한달만에 1만명이 감소했다. 자영업 수요가 줄어든 만큼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는 구직 인력도 늘지 못해 취업자 규모가 얇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기 금융문제가 아닌 구조적 내수 한계로 진단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내수 상황을 보면 금리 인하가 맞는 처방이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칠 충격 때문에 쉽게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내수 소비 여력이 부족한 만큼 일본처럼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끌어오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