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의 진실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폄훼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김창범)는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4·3특별법은 4·3의 왜곡에 무기력하고, 법의 사각지대에서 무방비로 유린당하고 있다”며 “반면, 5·18민주화운동은 특별법으로 진실을 보호받고 있으며, 선진국들 역시 역사 부정행위를 엄격히 단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창범 회장은 “4·3유족들은 마지막 생을 마칠 때까지도 모욕을 당하는데 언제까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느냐”며 4·3특별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이에 응답하듯 김한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을)은 4·3희생자와 유족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4·3특별법 개정안을 18일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4·3특별법은 희생자와 유족, 유족회의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하도록 했지만, 명예훼손에 대한 고의성과 판단기준 여부를 놓고 공방이 길어지면서 처벌이 무력화돼왔다”며 “이에 따라 명예훼손 보다는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 조항을 넣어서 법 집행에 대해 실효성을 담보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은 “지난해 4·3왜곡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두 명의 의원(위성곤·정춘생)이 발의했지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법안 심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상임위 여야 간사를 설득해 안건을 상정, 조속히 심의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 붓겠다”고 밝혔다.
위성곤·정춘생 의원은 국회 행안위 소속이지만, 해당 법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법의 형평성이 필요하다’며 협조에 미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는 형법 등 관계법령으로도 명예훼손은 처벌이 가능해 법 개정 시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였다.
특히, 허위사실 유포 행위가 예술·학술·연구·학설 등을 위한 경우 처벌에서 제외되면서 내용의 진정성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이날 국회의원 회관에서 22대 국회 4·3특별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송창운 변호사(5·18기념재단 이사)는 현행 4·3특별법은 사실 왜곡·부인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뭉뚱그려서 ‘명예훼손’ 조항을 담았는데, 판례는 법인격이 없는 단체(유족회)는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해 벌칙 규정 도입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 변호사는 “5·18특별법은 희생자와 유족에게 단순히 모욕감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넘어 ‘잘못된 역사인식 전파와 국론 분열로 인한 더 큰 사회적 파장’에 초점을 맞춰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놓었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5·18특별법은 제안 당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민주화운동이지만 40년이 지났음에도 5·18민주화운동을 비방·폄훼하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날조함으로써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이를 정치에 이용하는 세력이 있다. 잘못된 역사인식 전파와 국론분열은 우리 사회에 더 큰 파장을 불러오면서 형법이나 정보보호법 등 일반 법률보다 더욱 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 결과, 2021년 1월부터 시행된 ‘5·18특별법’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 사실을 유포해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아울러 명예훼손은 피해를 본 ‘개별 피해자’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 법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도 허위사실이라면 처벌하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