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3352명.’
제주적십자사 응급처치강사봉사회가 지난 20년간 응급처치 교육을 통해 만난 도민의 수다.
제주 주민등록인구가 약 66만5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도민 6명 중 1명꼴로 응급처치 교육에 참여한 셈이다. 이는 전국에 있는 대한적십자사 15개 지사 가운데 지역 전체 인구 대비 가장 높은 참여율이다.
봉사회의 시작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주를 포함한 14개 지사(세종시 제외)에서는 수상 인명구조와 응급처치, 안전 캠페인 등을 통합한 ‘안전강사봉사회’가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지역 응급처치 강사는 3~4명에 불과했다. 도민 삶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분야임에도 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응급처치강사봉사회 창립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그렇게 2005년 10월 8일 산업정보대(옛 제주국제대) 소방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도민 생명을 지키겠다는 뜻을 모은 12명의 강사가 제주적십자사 응급처치강사봉사회를 결성했다.
초창기 활동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5일 제주적십자사에서 만난 김성진 봉사회 고문은 “당시는 응급처치란 개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때였다”며 “교육하러 간다고 하면 열이면 열 ‘응급처치 강사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고, 교육할 수 있는 곳도 별로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강사 수가 점차 늘고, 찾아가는 교육도 꾸준히 이어지면서 봉사회 활동이 점점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어린이집 교육을 계기로 아이들의 부모 세대까지 교육 효과가 확산하면서 응급처치 중요성이 도민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현재 봉사회는 응급처치 강사 자격을 보유한 60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본업을 가진 ‘재능기부’ 강사들이다.
휴가를 내고 강의를 나가거나, 한창 본업으로 바쁜 시기에 교육을 맡는 경우도 다반사다. 교육을 취소할 수 없다는 책임감 때문에 가족과 갈등을 겪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이 같은 강사들의 헌신적인 활동은 실제 위기상황에서 생명을 살리는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제민신협 직원들이 2023년 두 차례나 길거리에서 의식을 잃은 행인을 심폐소생술로 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은경 강사는 “경로당에서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한 할머니가 며칠 뒤 쓰러진 다른 어르신을 소생시켰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봉사회는 해마다 ‘응급처치 경연대회’도 열고 있다. 지난해 지역대회에서 우승한 제주 초·중학교 학생들이 도내 대표로 전국대회에 출전해 입상하기도 했다.
이날 본지가 만난 강사들은 도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응급처치로 ‘기도 폐쇄 대응법’을 꼽았다.
신은경 강사는 “최근 기도 폐쇄 사고가 굉장히 많아졌다. 음식을 먹으면 소화를 해야 하는데 곧바로 눕는 것이 일상화되고, 한국인들의 급한 성격도 원인”이라며 “기도가 막히면 환자를 안고 명치와 배꼽 사이를 위로 들어올리는 하임리히법으로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신 강사는 “기도 폐쇄는 주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며 “제삼자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사들은 도민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응급처치 강사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주희 봉사회 회장은 “해마다 10명에서 20명 정도가 강사 과정을 밟지만, 여러 이유로 활동을 이어가지 못해 그만 두는 이들이 많다”며 “많은 시간을 들여 문턱을 넘은 분들이 단지 자격증 취득만이 아닌, 우리와 생명을 살리는 봉사에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