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강릉 -2.5℃
  • 맑음서울 -6.9℃
  • 맑음인천 -6.2℃
  • 맑음원주 -6.7℃
  • 맑음수원 -6.8℃
  • 맑음청주 -4.7℃
  • 맑음대전 -4.8℃
  • 맑음포항 -0.8℃
  • 맑음대구 -1.2℃
  • 맑음전주 -4.5℃
  • 맑음울산 -0.7℃
  • 맑음창원 -0.4℃
  • 구름많음광주 -0.4℃
  • 맑음부산 -0.3℃
  • 흐림순천 -1.6℃
  • 맑음홍성(예) -6.4℃
  • 흐림제주 5.5℃
  • 맑음김해시 -2.0℃
  • 맑음구미 -2.7℃
기상청 제공
메뉴

(경남신문) 정부 ‘탈원전 정책’ 사실상 폐기… 신규 원전 건설 계획대로 추진

신규 원전 2037년·2038년 준공 목표… 혼선 초래 비판 불가피
AI 시대 전력 확보 필요한 데다
10명 중 6명 ‘찬성’ 여론에 선회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된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원전을 두고 불가피하다, 또는 현실성이 없다는 등 입장을 바꿔 온 정부가 결국 민주당 문재인 정부 때 내세웠던 ‘탈원전’ 기조를 사실상 폐기한 셈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원전을 계획대로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지 공모를 시작, 2030년대 초 건설 허가를 받고 2037년과 2038년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기후부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에는 신규 원전 부지와 제12차 전기본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입장이 달라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예민한 시기였던 문재인 정부 때의 에너지 정책과 똑같이 가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설명한 뒤, 원전 수출은 장려하면서도 국내에선 원전을 짓지 않겠다고 했던 점이 모순적이었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해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총 2.8GW(기가와트) 규모 대형 원전 2기를 2037년과 2038년 도입하고 2035년까지 소형모듈원자로(SMR·0.7GW 규모)를 만든다는 계획이 반영됐다. 그러나 이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행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인사청문회에서 11차 전기본에 따른 신규 원전 건설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던 김 장관은 취임 이후 ‘정부 계획으로 11차 전기본을 존중하지만, 원전을 새로 지을지에 대해서는 국민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해당 시점에 이재명 대통령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원전 건설이) 가능한 부지가 있고 안전성이 담보되면 (원전을 건설)하는데, 제가 보기엔 현실성이 없다”고 발언해 11차 전기본에 따른 원전 건설이 추진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졌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졌고,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원전을 짓자는 여론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기후부 의뢰로 한국갤럽과 리얼미터가 이달 진행한 ‘미래 에너지 대국민 인식 조사’에서 11차 전기본상 원전 건설 계획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응답자는 32.5%(한국갤럽)와 43.1%(리얼미터), ‘가급적 추진돼야 한다’는 응답자는 37.0%와 18.8%였다. 10명 중 6명 이상의 응답자가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결국 김 장관은 지난 7일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 과정 일환으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전체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전력망이 다른 나라와 연결돼있지 않은) 섬 같은 상황에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후 지난 21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도 “최근에 국제 추세나 또는 에너지의 미래, 이런 것을 좀 고민해 보면 엄청난 에너지 수요가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며 전력 수요 문제와 국민 의견 반영 등을 들어 기존 원전계획의 지속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로써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정부 입장이 정리되긴 했지만, 혼선을 초래한 데 대한 책임과 혼선을 감내할 만한 깊이 있는 논의를 끌어내지 못한 책임에서는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11차 전기본상 대형 원전 건설 기간은 13년 11개월로 이를 고려하면 지금 바로 부지가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계획에 맞춰 준공하기 빠듯하다. 앞서 이 대통령이 신규 원전 가동 시점이 10년 이후라는 점을 짚은 바 있는데, 이번 논의로 가동 시점만 더 늦췄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후부 측은 “13년 11개월은 부지 선정 과정까지 포함한 기간”이라면서 2037년과 2038년 준공 목표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논의 시간을 가진 만큼 원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진행된 두 차례 정책 토론회에서는 방사성폐기물이나 안전과 관련한 논의보다는 원전의 경직성을 어떻게 완화할지에 대한 기술적 논의만 이뤄졌고 원전 여론조사를 두고도 원전에 대한 ‘인상’만 물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김 장관은 기존에 확정된 신규 원전 2기 외에 추가 원전 건설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2기 이상의 원전 건설 여부를 묻는 말에 “일부러 닫아두진 않고, 어느 정도 수준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믹스에 맞는지를 12차 전기본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