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철새 기착지인 경기도의 도래지들이 개발 위협과 보존이란 미명하에 방치되는 이중고 속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새의 은신을 방해하는 인공 장애물이 설치되거나 관광객들의 유입을 막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며 도래지를 찾는 철새가 매년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찾은 화성의 매향리 갯벌. 갯벌로 진입하는 둑 아래에 페트병과 라면 봉지 등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폐기물과 비료포대 등 농업용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 사람과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와 갯벌 사이에는 어떠한 울타리도 없었다. 2005년까지 갯벌 일부가 미 공군의 사격장으로 사용될 때는 갯벌 침입을 막는 군용 철조망이 있었지만, 사격장이 해제되면서 울타리가 해체됐고 이후 아무런 경계 없이 방치된 상태다. 캠핑을 온 관광객이나 인근의 경작민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생태적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게 이곳을 10년 이상 모니터링한 환경단체들의 설명이다. 매향리 갯벌은 2021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한 해 3만마리 이상의 철새가 관찰된다. 앞서 해양수산부가 갯벌에 염습지를 만들겠다며 조성한 ‘블루카본사업’의 말뚝은 철새들의 직접적인 은신을 방해하고 있는 상태다. 갯벌과 다리 하나를 건너
한반도를 찾는 철새가 줄고 있다. 동남아·호주에서 출발한 철새들의 이동 경로상 한반도는 러시아 등 북쪽으로 향하는 핵심 기착지다. 고속도로 장거리 운전 중 반드시 거쳐야 하는 휴게소이자 졸음쉼터인 셈이다. 그런데 철새가 중요 기착지를 포기하고 있다. 한반도에 머물 곳이 줄고 있어서다. 그중에서도 경기도 도래지는 철새 최대 방문지 중 하나지만 각종 개발로 위협당하고 있다. 때론 철새 자체가 지역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목당하기도 한다. 이 시대의 철새는 어떻게 사람과 공존할 수 있을까. 철새 현황을 파악하고 공존의 방법을 찾아본다. 19일 오후 찾은 화성시 매향리 갯벌. 2~3㎞ 정도 펼쳐진 갯벌에 철새들의 모습이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현장에 동행한 화성환경운동연합 이지윤 활동가가 “저기 진흙처럼 조금씩 일렁이는 게 바로 도요새”라고 소리쳤다. 1분 가까이 진흙 사이 경계를 응시하자, 종종걸음으로 이동하며 펄 안에 먹이를 쪼아먹는 철새의 모습이 포착됐다.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마도요와 왕눈물떼새 그리고 민물도요까지, 이들 모두 갯벌에서 생활하며 봄에 국내를 통과하는 ‘나그네새’다. 갯벌 서식 철새들은 대부분 몸이 갈색과 흰색, 검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