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영도구 해안공업지역 일대에 추진하는 ‘해양 신산업 부스트벨트’(이하 부스트벨트) 조성 사업을 본격화한 지 3년 4개월이 지났지만, 지금껏 개발의 기본 방향이 되는 마스터플랜조차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는 사이에 부스트벨트 내 대규모 단일 공장 부지가 20명이 넘는 소유자에게 넘어간 이른바 ‘지분 쪼개기’가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시가 뒤늦게 시 전역에 수변관리계획을 발표하는 등 연안 개발 과정에 공공성을 담은 체계적인 도시관리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정작 지역 사회에서는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마지막 남은 부산 시내의 워터프런트(친수공간)가 난개발로 발목을 잡힐 위기에 처했다. 지분 쪼개기가 이뤄진 땅은 수리조선업체 송강중공업이 2018년까지 1공장으로 사용했던 영도구 동삼동 단독 필지다. 총 6만 7160㎡(2만 316평)에 달하는 부지는 부스트벨트 사업지에 속해 시의 관리 대상이지만, 시가 도시계획에 손을 놓은 사이 경매를 거쳐 25명이 소유하고 있다. 부스트벨트가 이처럼 사실상 ‘관리 공백 지역’으로 전락한 것은 시가 이 일대가 전용공업지역이라는 이유로 긴장의 끈을 놓았기 때문이다. 시는 부스트벨트
1년 전 영도의 크리스마스는 참 따뜻했어요.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이는 주택가 주황색, 흰색 불빛이 꽁꽁 언 마음을 녹였죠. 무엇보다 여기선 더 이상 엄마와 떨어져 지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중국에서 살 때 엄마가 돈을 벌어 오겠다며 먼저 한국에 갔었거든요. 1년 만에 집에 온 엄마는 여덟 살인 저를 데리고 라오스, 태국을 돌아 영도에 도착했어요. 그날 편의점에서 흘러나온 “징글벨~ 징글벨~” 노래를 흥얼거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런데 다시 찾아온 영도의 겨울은 왜 이렇게 추운 걸까요. 몸은 따뜻한데, 마음을 데워 주던 난로가 꺼진 것 같아요. 중국에서는 그래도 할머니와 친구들이 있었는데, 여기는 엄마도 친구도 없는 것 같아요. 제 아빠는 중국인, 엄마는 ‘북한이탈주민’이래요. “중국어 한 번 해 줘” “어느 나라에서 왔는데?”라며 호기심 갖던 학교 친구들은 하나둘 사라졌어요. 더듬거리는 한국어가 답답한지, 쉬는 시간에도 이제는 말을 걸지 않아요. 어울리고 싶어 학교를 마치고 한두 시간 운동장에 있는 친구들 곁을 뱅뱅 돌거나 바로 옆에서 혼자 공놀이도 해 봤어요. 친구들에겐 내가 떠도는 유령처럼, 보이지 않나 봐요. 방학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