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내 평생 이런 산불 처음”…긴급대피 주민들 ‘공포의 밤’
“내 나이 80 평생 이런 산불은 처음이랑께. 산등성이서 불기둥이 막 솟구치고 불티가 우리 집 마당까지 날아오고 난리도 아녔어.” 핑크빛 벚꽃이 한창 무르익은 4일 오전 함평군 일대는 그와 대비되는 새까만 잿가루가 산비탈, 도롯가, 집 마당 등 사방에 내려앉아 있었다. 이곳에선 산불로 발생한 매캐한 연기가 사방에 내려앉은데다 탄 냄새가 진동했다. 산등성이에서는 끊임없이 하얀 연기가 솟아오르고, 곳곳의 나무 사이로 불길이 타오르는 것도 보였다. 불씨가 튀었는지 푸른 밭 한가운데 동그랗게 불탄 흔적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전남·경남소방과 군, 산림청 등의 헬기 11대가 쉴새없이 저수지와 산을 오가며 물을 퍼나르고, 소방차 수십대가 산 주위를 돌며 잔불 때문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찾아다녔다. 바람이 강한 탓에 꺼진 불도 다시 피어오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소방당국 설명이 뒤따랐다. 함평군 주민들은 마을회관, 면사무소 등지에 모여 하염없이 산자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은 언제 불길이 마을을 덮칠지 모른다는 ‘공포의 밤’을 보낸 뒤, 4일 낮부터 타 버린 밭과 선산 등을 둘러보며 한숨을 쉬었다. 산불을 피해 함평군 신광면 덕천마을 마을회관으로 대피한 이영자
- 유연재·한수영기자
- 2023-04-05 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