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고령군 개진면 '개경포(開經浦)'는 1200년 전 대가야로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와 청정한 낙동강을 품고 사람사는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개경포는 조선시대까지 경상도 내륙지역의 곡식과 소금을 운송하던 커다란 포구였다. 배를 타고 가는 길이 너무 아름다워 낙강칠현이라 불렸다. 송암 김면, 옥산 이기춘, 청휘당 이승 등이 뱃놀이를 즐기며 시를 읊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에는 의병장으로 활약하던 송암 김면이 궁중보물을 탈취해 운반하던 왜적 1천600여 명을 수장시키고 보물을 되찾은 곳이다. 고령군은 낙동강 본류 55㎞가 휘돌아 지나간다.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된 낙동강이 부산앞바다로 흘러 들어가면서 가장 많은 면적을 접한 지방자치단체이기도 하다. 개경포 지역은 낙동강의 강폭과 수심이 가장 깊다. 1970년대까지는 부산 구포에서 올라오는 각종 선단이 접안할 수 있는 나룻터도 크게 성행했다.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에 스치면/ 군인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큰애기 사공이면/ 누가 뭐라나…' 1950년대 말 민요가수 황정자와 가수 오승근이 부른 '처녀뱃사공' 노래가 들리는 듯 하다. 노랫말의 진짜 탄생지라는 설도 있다. 인근 청룡산 자락 청운각에서 굽이치는 낙
경북 고령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세계유산위원회 의장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면서 세계유산등재를 결정한 회의가 미뤄지면서다. 당초 5월초로 예정됐던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의가 러-우 전쟁으로 6월 중순으로 한 차례 연기됐으나 전쟁 장기화로 이마저도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고령군 등 가야고분군 등재추진단 관계자는 14일 "현재 러시아 측으로부터 세계유산등재와 관련된 아무런 소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러시아 측이 일정을 통보하지 않아 사실상 6월 선정 일정은 전면 취소된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한 차례 연기됐지만, 세계유산위원회의가 예정대로 개최되면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는 6월 19일부터 30일 사이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가 결정될 전망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한데다, 지난 4월 우리나라를 비롯한 47개국이 러시아의 각종 유산파괴 행위에 러시아가 주최하는 국제회의 참석을 거부하는 성명을 내놓은 것도 가야고분군 등재의 암초로 여겨지고 있다. 러시아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회의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 이에 따라 고령군 등이 가야고
인적 드문 겨울의 중화저수지(中花貯水池)는 이름모를 산새들만 분주할 뿐 사방이 고요하다. 가끔 낫질마을로 들어가는 차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저수지를 둘러싼 골안은 여전히 한적하다. 낫질못으로 더 잘알려진 중화저수지는 고령군 대가야읍 주산과 미숭산 문수봉, 사월봉, 용수봉을 분수계로 하는 대곡천 중수부에 위치한다. 중화저수지는 동서로 길게 뻗었다. 남북의 폭은 손에 잡힐 듯하지만 동서 폭은 족히 2㎞는 될듯 넓다. 저수지 중간지점에는 우륵정(于勒亭)이 예쁘게 자리잡고 있다. 중화저수지를 크게 한바퀴 도는데,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길이는 무려 5㎞에 이른다. 저수지를 한바퀴 돌고 나면 연인들은 사랑의 감정이 더 커지고, 가족단위의 나들이객은 가족간의 유대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중화저수지에서 고개를 들어 보면 가까이는 미숭산, 멀리는 가야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동쪽으로는 주산과 금산이 있고 그 아래로 낙동강이 굽이친다. 낙동강 옆으로 회천강도 나란히 흐르고 있다. 중화저수지 인근에는 4개의 자연부락이 있다. 저수지는 60여년전 4개의 자연부락이 이주한 뒤 농업용수로 담수를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대가야 임금님의 행차가 많았던 낫질 중화저수지
고령은 1500년 전 대가야인들이 도읍을 잡고 500여 성상을 이어온 고도이다. 서쪽은 미숭산, 남서쪽은 만대산, 북쪽은 가야산의 기운이 왕성하다. 동쪽은 낙동강이 옥토를 빙둘러 감싸고 있다. 낙동강변의 사질양토와 가야산 맑은 물이 어우러진 천혜의 환경으로 각종 질 좋은 농산물이 명성을 떨치고 있다. 매일신문은 대가야 고령 땅에서 자란 최고의 대표농산물 5가지를 임인년(壬寅年) 스토리텔링으로 엮어 보고자 한다. ◆사질양토·맑은 물 천혜의 환경 '가야산 줄기인 미숭산, 만대산의 맑은 물과 내륙 지방의 큰 일교차, 비옥한 토양 등이 고령딸기를 키운다.' 고령딸기는 유기농법과 꿀벌로 수정시켜 품질이 우수할 뿐 아니라 천혜의 기상 조건으로 색상 및 당도가 전국 제일로 인정받고 있다. 고령딸기 생산량의 대부분이 대구 등 인근 도시는 물론 서울 등 대도시에서도 인기가 높다. 당도가 타지역 딸기보다 1~2브릭스가 높은 12~14브릭스 정도 나오기 때문이다. 고령딸기는 쌍림면 안림리의 문창식 씨가 1962년에 재배를 시작, 곽해석 씨가 1966년노지 시험 재배에 성공한 이후 고령의 대표 농산물이 됐다. ◆맛과 당도는 전국 제일 딸기는 유기산과 비타민C와 같은 항산화 성분이
경북 고령군 연조리 고분군에서 6세기 전반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대가야의 제의시설이 발견됐다. 가야문화권에서 제의시설이 확인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학계는 대가야 국가제사의 실체를 밝히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고령군과 매장문화재 조사기관 대동문화재연구원은 대가야 무덤군에서 연조리 고분군의 1호분을 발굴조사한 결과 옛 무덤이 아니라 대가야 제의시설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발굴된 제의시설은 16일 오전 공개된다. 연조리 고분군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인 고령 주산성 인근에 있으며, 5∼6세기 봉분 65기와 석곽묘(石槨墓·돌덧널무덤) 300여 기가 분포하고 있다. 조사 지점은 무덤이 모여 있는 곳과 표고 차가 60m 정도이다. 제의시설은 아래쪽은 원형이고, 위쪽은 정사각형인 내방외원(內方外圓) 형태를 띠고 있다. 원의 지름은 대략 10m이며, 사각형 변은 4.4m다. 높이는 1∼1.4m로 측정됐다. 구조적으로는 바깥쪽에 돌을 쌓아 올리고, 안쪽은 흙을 채워 넣어 축조한 '토석제단'(土石祭壇)이다. 다만 북쪽과 서쪽 일부에서만 비교적 큰 할석(割石·깬돌)으로 만든 석축(石築)이 잘 남아 있다. 유물로는 토기와 귀걸이가 출토됐으며, 동
고령군이 2021년 경상북도에서 공모한 '시군별 대표관광자원 발굴·육성사업'에 3년 연속 선정됐다. 이 사업은 수도권 및 전라권 관광객을 대상으로 지산동 고분군 등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콘텐츠를 '왕의 길, 현의 노래'라는 사업으로 상품화했다. 관광객들은 1박2일 일정으로 고령군 만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사업이다. 첫회인 2019년에는 9회에 걸쳐 360명의 서울․경기지역 관광객이 고령을 방문, 지역음식점을 이용하고 대가야 전통시장을 방문했다. 이 사업을 통해 대가야문화에 대한 이해와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올해도 10회 300명 이상의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어 지역경제와 관광활성화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곽용환 고령군수는 "고령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로 대표관광자원육성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채수 기자 cslee@imaeil.com
경북 고령군 대가야박물관은 국립춘천박물관과 함께 2월 21일까지 박물관 내 기획전시실에서 '대가야 사람들의 향수' 공동기획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공동기획전은 1992년 강원도 동해시 추암동유적에서 대가야토기가 출토되면서 마련됐다. 가야인들이 멸망한 이후 강원도로 이주해 정착한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추암동유적은 신라무덤이 대부분인데, 몇몇 무덤에서 '굽다리긴목항아리'와 '뚜껑있는 짧은목항아리' 등 20여 점의 대가야토기가 출토돼 주목받고 있다. 대가야토기와 함께 묻힌 사람들은 대가야 출신이며, 대가야가 멸망한 이후 신라에 의해 강제 이주된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정동락 대가야박물관장은 "가야사 연구는 시간적으로는 기원전후한 시기부터 대가야가 멸망하는 562년까지이지만, 이번 전시의 주제인 동해 추암동유적은 대가야 멸망 이후 조성됐고, 강원도라는 낯선 곳에서 확인된 대가야 사람들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추암동유적에서 출토된 대가야토기와 토기의 출처, 무덤의 구조와 그 유물과 함께 묻힌 대가야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멀리 동해까지 온 이유, 고대의 강제 이주와 관련한 기록 등을 소개한다. 이채수 기자 cslee@imaeil.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