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소 몰고 장터 가는 모습…화면 곳곳에 기록된 ‘시대’
“50여 년 동안 사진을 찍어 온 보람을 느낍니다. 사진가로서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펼쳐보였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아는 것은 물론 잊고 있던 삶의 모습까지 담으려 했어요. 그런 점이 인정을 받은 것이지요.” 부산 사진계에서 ‘후기 리얼리즘 시대’를 열었던 정정회(84) 사진가는 최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아카이빙 대상 작가로 선정돼 4000여 점에 이르는 사진 작품을 기증했다. ‘달관한 공간 구성력으로 화면 구석구석 빈틈없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평을 듣는 그의 사진들이다. 그의 작품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부산 일대의 시장풍경, 농촌풍경, 일상풍경을 기록한 소중한 사진”이라는 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설명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2015년 개관 이후 전국 사진가 8명을 선정해 ‘아시아의 사진’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작업을 해왔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유일하게 정 사진가의 작품이 아카이브 대상 사진으로 꼽힌 것이다. 거제도 출생으로 통영에서 자란 그는 부산대를 졸업하고 부산은행에 입사해 사진동호회 회장을 떠맡으면서 사진에 입문하게 됐다. 그는 사진 쪽에서 임응식 정인성 등이 개척한 부산 리얼리즘 예술의 맥을 이어왔다. 한국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