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온라인 발급 그런 거 몰라서 주민센터로 받으러 왔어요.”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이 시작된 첫날인 21일, 오프라인으로 지역화폐·선불카드 신청이 가능한 경기 지역 행정복지센터에는 온라인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층 위주로 북적였다. 이날 오후 3시께 방문한 수원시 매탄2동 행정복지센터 2층에는 신분증을 들고 직원 안내에 따라 신청서를 작성한 뒤, 창구로 이동해 신청 절차를 마치고 선불카드를 손에 들고 나오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신청 첫 주는 시스템 과부하와 현장 혼선 등을 방지하기 위해 출생연도 끝자리 기준으로 요일별로 신청자를 나눠놨다. 이를 모르고 현장을 찾아, 발걸음을 돌리는 장면도 나왔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귀화했다는 A씨는 “안내서만 건네받고 신청에는 실패했다”고 했다. 소비쿠폰을 발급받은 이들은 “사용할 곳이 많다”며 반색하는 모습이었다. 매탄2동 주민 김교윤(69세)씨는 “지난번 코로나 재난지원금도 아주 유용하게 잘 썼다.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도) 서민들에겐 큰 돈이라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필요한데 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쿠폰 정책 효과에 대해 의문을 갖는 목소리도 나왔다. 성모(65세)씨는 “민생경제가 어
닷새간 이어진 극한호우에도 강원지역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도내 79개 저수지의 저수율은 68.8%까지 상승했으나 여전히 전국 최저 수준이다. 특히 강릉을 중심으로 일부 동해안의 저수율은 30%에도 못미치는 경계단계가 이어지고 있다. ■강릉 저수율 최저 29.3%=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이어진 집중호우로 많은 물이 유입, 전국 3,423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80.1%로 나타났다. 1991년부터 2016년까지 15년간 평균 저수율의 117.1%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해갈됐다. 하지만 강원도 저수율은 68.8%로 평년대비 93.9%에 불과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제주(54.7%·92.1%)에 이어 가장 낮다. 강원도에도 5일간 홍천 279.0㎜, 춘천 266.5㎜, 원주 215.0㎜ 등 일부지역에 많은 비가 내렸지만 강릉(69.0㎜), 동해(32.3㎜), 삼척(72.0㎜), 속초(75.0㎜), 고성(47.5㎜), 양양(93.0㎜) 등 영동지역의 누적 강수량은 상대적으로 적어 가뭄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실제 21일 기준 강릉 항호저수지 저수율은 29.3%에 그쳤으며 오봉(36.3%)·신왕(39.5%)·동막(39.8%)·사천(40.0
“돌아갈 집 없는, 말 그대로 ‘이재민’이 되어버린 기분을 말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산청 생비량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서 만난 하경임(53)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휩쓴 지난 주말, 산청 상능마을 주민 15가구는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다. 산사태로 무너진 땅과 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가 마을 전체를 덮쳤다. 학교 체육관에는 2평 남짓한 쉘터가 빼곡히 들어 찼다. 밤이면 어김없이 누군가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주민들은 아직도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상우(83)씨는 마을이 무너져 내린 당일, 주민 8명과 함께 마을에 고립됐다. 오씨는 “밖에서 뭔가 뚝뚝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휴대폰을 챙겨 밖으로 나와보니 땅이 갈라지고 철근이 떨어졌다. 통신도 끊긴 상태에서 바깥으로 나온 주민들과 속절없이 갇혀버렸다”며 당시 위급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절체절명의 순간, 주민들은 자력 탈출을 시도했다. 무너진 땅과 흘러든 토사 사이, 불과 5분 거리를 이동하는 데 세 시간이 걸렸다. 평균 연령 75세인 주민들을 구조한 건 이웃 주민 홍혁기(53)씨였다. 홍씨는 “갈라진 도로 위에 사다리를 놓고 한
세계의 변방이던 대한민국 방위산업(K-방산)이 글로벌 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지정학적 격변의 파도를 타고, K-방산은 2022년 한 해에만 173억달러(약 23조원)라는 경이적인 수출 실적을 올리며 세계의 '주요 무기 공급국'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압도적 '가심비'와 전쟁을 상정한 '번개 납기', 고객과 운명을 함께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이 빚어낸 쾌거다. 그러나 화려한 영광의 이면, K-방산의 미래를 위협하는 구조적 균열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금의 열풍이 K-방산이 새로운 왕조의 서막을 여는 신호탄인지, 아니면 찰나의 황금기를 누리다 쓰러질 것인지 가늠할 중대한 기로에 섰다. ◆ '가심비'와 '속도'로 세계를 홀리다 K-방산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가격 대비 월등한 만족감'을 의미하는 '가심비(價心比)'가 첫 번째 열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는 독일의 명품 PzH2000과 핵심 성능은 대등하면서도 가격은 3분의 1 수준이다. 포탄을 쏜 뒤 적의 반격이 닿기 전에 신속히 진지를 이탈하는 '슛앤스쿳(Shoot-and-Scoot)' 능력은 현대 포격전의 핵심 생존 비결이며, 2010년 연평도 포격전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정동영·이성윤 국회의원, 우범기 전주시장은 21일 "완주·전주 통합시 찬성단체들이 제안한 105개 상생발전방안을 담은 설치법을 제정해 법적 효력을 부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전북자치도청 2층 브리핑룸에서 완주·전주 통합 추진을 위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한 뒤 "주민의 약속을 행정과 정치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상생 발전 방안 이행 계획 발표기자회견에 김윤덕(전주갑) 의원도 회견문에는 이름을 올렸으나 국토교통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 등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105개 발전방안들은 △정부 통합 인센티브, 완주에 전액 투자 △완주군민 현재 혜택 12년 이상 유지 △완주군의원 수 최소 11명·지역구 12년 유지 △통합 시청사·시의회 청사, 완주 건립 △완주군민 동의 없는 혐오·기피 시설 이전 불가 등이다. 이날 김 도지사는 “상생방안 추진을 위한 재원과 이행률에 대한 걱정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며 “이행점검위원회 위원의 3분의 2를 완주군민으로 구성해 감시권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이와 별도로 시군 간 세출 예산 비율 유지, 복지·농업 예산 확대 등을 담은
광주시 대중교통의 핵심축인 시내버스 준공영제와 노선개편 등이 수술대에 오른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계기로 2016년 버스노선을 조정한 이래 8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개편에서는 준공영제 개혁은 물론,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서 시행하는 중앙버스 전용차로 도입이 논의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광주시는 21일 광주시청 3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대중교통 혁신회의’ 첫 회의에서 광주시내버스 노선개편 추진방향과 계획을 발표했다. 대중교통 혁신회의는 지난 6월 시내버스 장기파업 사태 수습을 위해 광주시가 제안한 방안이다. 혁신회의 멤버는 광주시의회 의원, 버스운송조합과 노동조합 관계자, 교통·재정·노동 분야 전문가 등 총 18명이다. 이들은 노사상생, 재정혁신, 노선혁신, 버스행정 등 4개 분과로 나눠 종사자 처우개선, 준공영제 운영방안(요금인상), 노선조정, 서비스 향상 등 전 부분을 다룬다. 시는 혁신회의 출범을 계기로 외부 용역에 의존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노선 개편을 진행하기로 했다. 내년 1월 노선개편 초안을 마련해 2월부터 6월까지 시민공청회를 거쳐 7월에 확정하고 10월 시행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날 회의는 분과별 검토과제(안)를 확정하는 자리
오는 8월부터 제주지역 청소년들은 도내 모든 노선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제주도는 8월 1일부터 도내 13세에서 18세 사이 청소년이 모든 노선버스를 시간과 노선 제한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22일 밝혔다. 청소년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시행되는 것은 이번이 전국 첫 사례다. 기존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에 한해 등·하교 시간대 통학교통비가 지원됐지만, 앞으로는 학교 밖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청소년이 전 노선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수혜 대상은 지난 3월 말 기준 도내 13~18세 청소년 4만2536명이다. 이번 정책은 지난 4월 제주도와 도교육청이 체결한 ‘청소년 대중교통 무료 이용 업무협약’에 따른 후속조치다. 두 기관은 청소년 이동권 보장과 교통·교육 복지 강화를 위해 기존 통학교통 지원을 전면 무료 이용 방식으로 개편하기로 합의했다. 도교육청은 중·고등학생의 통학 무료화를 위해 80억원, 제주도는 통학 외 버스 이용과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위해 15억원을 각각 부담한다. 또 도의회와 협력해 관련 조례도 개정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어린이도 기존 시내버스에 더해 급행버스와 공항리무진까지 무료로 탑승할 수 있도록 범위를
“불난리에 이어 물난리라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20일 찾은 산청군 생비량면 도동마을. 지난 3월 화마에 이어 불과 4개월 만의 수마에 삶의 터전을 잃은 산청군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지난 16일부터 4일간 7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내린 마을 곳곳은 아수라장이다. 아스팔트는 흙길로 변했다. 굴착기가 마을을 덮은 짚풀들을 옮겼고, 주민들은 삽으로 흙을 퍼 날랐다. 마트 직원들은 굳은 얼굴로 물에 젖은 상품들을 하나둘 밖으로 내놓았다. 산청군은 지난 19일 사상 초유의 ‘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단일 지자체가 극한 호우를 이유로 일부 읍면동이 아닌 관할 전 지역에 대피를 권고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소방 당국은 산청 곳곳에서 극한 호우로 인한 마을 침수와 산사태가 발생하자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안영원(67)씨는 집 마당을 덮친 흙을 대문 밖으로 밀어냈다. 그가 살던 1층 주택 내부 바닥도 온통 흙으로 뒤덮였다. 안씨는 “19일 점심쯤부터 물이 급격히 불어나 1m 정도 높이까지 들어찼다”며 “태풍 매미 때도 이 정도로 물이 차진 않았다. 집 안까지 물이 다 차서 어떻게 치워야 할지 막막하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에서 전대희(60)씨가
“하늘에 구멍이 난 것 같았어요. 정말 무서웠습니다. 이런 산사태는 처음 봅니다.” 수마가 할퀴고 간 경남 산청군 산청읍 외부리마을의 모습은 참혹했다. 마을로 진입하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는 산에서 흘러내린 누런 토사와 나무 파편으로 가득했다.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집들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짓이겨졌다. 물폭탄과 함께 흘러내린 토사는 길가에 주차되어 있던 1t 화물차마저 쓸어가 버렸다. 외부리마을은 66가구 116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다. 그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경은 시간당 100mm가 넘는 ‘극한 호우’에 한순간에 무너졌다. 나흘 간 쏟아진 비는 산에서 토사를 몰고 왔다. 마을 곳곳이 토사로 가득했고, 일부는 산사태에 매몰됐다. 이번 호우로 외부리마을에서만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한 주택을 찾아가 보니 집터였다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인근에 살고 있던 주민 김삼수 씨는 “1981년에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났다. 그 이후로 마을을 덮친 산사태는 처음이다. 마을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다. 전쟁터보다 더 처참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는 인근 내리마을에서도 발생했다. 산사태가 덮치면서 주택을 덮
인명피해가 발생한 오산 서부우회도로 옹벽 붕괴사고(7월18일자 1면 보도)와 관련, 사고 당일 교통통제의 책임 권한이 향후 사고 원인 규명이나 수사 등에서 핵심 사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고 우려와 시민 제보에도 불구하고 교통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지적 때문인데 전면 교통통제에 대한 권한을 두고 경찰과 오산시 간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포트홀이 발생한 고가도로를 통제하면서 정작 사고가 발생한 고가도로 하부 차로에 대해선 경찰과 오산시가 통제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이에 대한 이유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경찰청과 오산시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후 4시 오산시 가장동 서부우회도로 수원방향 고가도로 구간에서 약 40㎝가량 포트홀을 확인해 경찰과 오산시 도로과, 도로보수업체와 함께 현장을 확인했다. 해당 도로는 왕복 4차선으로 평택방향 2차선과 수원방향 2차선으로 나뉜다. 현장을 본 후 4시10분께 포트홀이 난 1개 차로를 통제하기로 결정했는데 경찰은 이 논의과정에서 수원방향 2개 차선을 통제하자고 건의했지만 시는 포트홀이 발생한 1개 차로만 통제하자는 의견을 냈다. 이후 포트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