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부가 차에서 내린다. 이제 겨우 너댓 살 정도 됐을 거 같은 어린 쌍둥이도 보인다. 아빠는 짐칸에서 소풍 바구니와 파란 돗자리를 꺼낸다. 맑고 따뜻한 봄을 맞아 하루 나들이를 나온 모양이다. 오랜만에 밖에 나온 것인지 두 아이의 두 눈에는 신나는 표정이 역력하다. 경남수목원의 따뜻한 봄날 하루는 다정한 가족의 웃음소리로 시작한다. ■다양한 코스 즐기기 경남수목원은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 대천리에 자리 잡은 자연생태 종합 학습체험장이다. 총 면적이 102ha(약 30만 평)에 이를 정도로 넓은 곳이다. 느긋하게 산책하면서 깨끗한 공기를 즐기기에 적당한 장소다. 이곳을 즐기는 코스는 크게 봐서 네 가지다. 먼저 어린 자녀와 함께 휴식을 원하는 가족은 잔디원으로 직행해서 돗자리를 펼치면 된다. 산보 삼아 느긋하게 서너 시간 적당히 걸으면서 풍경도 즐기려는 사람은 산림박물관~선인장원~유아숲체험원~야생동물관찰원~전망대~민속식물원을 거치는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좀 더 짧게 두어 시간 코스를 원하는 사람은 야생동물관찰원에서 전망대로 가지 말고 선인장원을 거쳐 바로 내려오면 된다. 아예 트레킹 삼아 대여섯 시간 걷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전망대에서 돌아오지 말고 양전마
쓰레기를 주워보면 알게 되는 일들이 있다. 걷거나 뛰면서 쓰레기를 줍는 ‘줍깅’(줍다+조깅) 활동이 확대되고 있는 이유다. “집에서 시민공원까지 가는 길에 봉투 2개를 다 채울 수 있을까 하면서 걸었는데 2km도 되기 전에 다 채워버렸어요.”(지난해 부산시 비대면 캠페인 ‘줍깅’ 참가자의 인스타그램) 환경단체·부산시 등 캠페인 잇따라 거리·해변 쓰레기 1위는 담배꽁초 우리나라 거리와 해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쓰레기 1위는 담배꽁초다. 환경운동연합의 지난해 전국 수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담배꽁초는 거리 쓰레기 1만 2055점 중 6486개(54%), 해변 쓰레기 3879점 중 635개(15%)로 가장 많았다. 2위는 모두 각종 비닐 포장재였다. 2018년 한국해양구조단 조사에서도 전국 해양쓰레기 중 담배꽁초가 21%로 가장 선두였다. 담배꽁초는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유해폐기물이다. 담배 필터의 성분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로, 분해되는 데 10년 이상이 걸린다. 담배의 3분의 2는 길거리나 배수구에 무단투기되는데, 국내에서는 연간 판매량 700억 개비 중 460억 개비로 추정된다. 하천과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담배꽁초 1개는 물 500L를 오
대구에서는 최초로 7세기 초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 목간(木簡)이 출토됐다. 출토지인 대구 북구 팔거산성이 신라시대 당시 요충지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고고역사학계의 관심이 쏠린다. 화랑문화재연구원은 28일 팔거산성에서 현장설명회를 통해 목곽 집수지 내에서 출토된 목간을 공개했다. 목간은 종이 발명 이전 문자 기록을 위해 죽간과 함께 사용되던 목편이다. 팔거산성은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 정상 부근에 삼국시대 때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성으로, 대구시 기념물 제6호로 지정돼 있다. 이번에 출토된 목각 11점 중 7점에서 글자가 보이고, 그 중 제작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간지와 곡식 이름도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간에 새겨진 간지는 제작 시점을 추정케 한다. 임술년과 병인년이라 적힌 목간 제작 시기는 602년과 606년으로 추정된다. 목간에 적힌 내용을 분석한 결과 팔거산성이 신라의 행정·군사적 요충지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간지에는 보리와 벼, 콩이라는 곡식 이름이 등장하는데, 이는 당시 팔거산성에 물자가 집중됐음을 보여준다. 7세기 초는 백제가 본격적으로 신라를 침공하는 시기로, 국제 정세 속에서 신라의 서쪽지역 방어가 중요해져 수로와
사적 제531호 고창 봉덕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금동신발이 30일간의 공고기간을 거쳐 4월 21일 보물 제 2124호로 지정되었다. 완주 갈동유적의 세형동검 거푸집에 뒤이어 봉덕리 마한분구묘 유적에 출토된 금동신발이 보물로 지정됨에 따라 전북지역의 마한 문화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금번 금동신발의 보물지정과 관련하여 필자는 2009년도 봉덕리 고분군 발굴 당시의 책임자로서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그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을 무릅쓰고 지역의 역사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했던 단체장의 강력한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발굴이었기에 지면을 빌어 당시 군수님과 담당자들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사실 봉덕리 1호분의 몇 개월에 걸친 발굴조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까지도 매장주체부로 축조된 석실들이 대부분 도굴된 상태여서 출토유물 역시 대부분이 토기 파편뿐이었다. 그나마 수습된 중국제 청자의 작은 파편에서 조사단은 ‘학술적 위안’을 삼아야 했을 지경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발굴조사가 마무리될 무렵에 분구의 동남 모서리 근처에서 도굴의 피해를 당하지 않은 석실 1기가 발견되었다. 조사결과 이 석실은 수혈식으로 이미 확인되었던 횡혈식과는 다른
배우 안성기가 영화마을 나들이에 나선다. 다음 달 12일 개봉하는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를 들고서다. 5·18 민주화운동을 그린 이 작품에서 그는 깊고 굵은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안성기는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시나리오에서 진정성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안성기가 연기한 ‘오채근’은 1980년 5월의 광주를 잊지 못해 괴로움 속에 살아가는 인물이다. 채근은 ‘그날’의 잘못을 잊고 반성 없이 살아가는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지난해 10월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했던 안성기가 회복 후 처음 대중 앞에 선보인 작품이다. 영화는 과거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과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자들의 모습을 비추며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안성기는 “작품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면 출연한다”면서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캐릭터에 복수를 하기 위한 감정을 쌓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을 것 같았다”며 “한 장면씩 찍으면서 인물의 감정을 쌓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안성기는 “40년 전 부끄러운 비극
울산시는 문화재청이 28일 문화재위원회를 거쳐 반구대 암각화가 포함된 ‘울주 반구천 일원’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지정구역은 260필지, 68만 4,300㎡이다. ‘울주 반구천 일원’은 다양한 지형과 숲 경관, 구곡(九曲)문화가 어우러진 자연경관, 역사문화경관이 복합된 명승으로 문화재 지정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았다. 반구천은 조선시대까지 지금의 대곡천을 부르던 본래 이름이다. 또 반구대를 주제로 한 시인, 묵객들이 남긴 시와 글, 특히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이 그린 반구(盤龜) 그림은 반구천 일원이 지닌 역사 문화적 경관 가치를 드러내는 요소로서 높은 우수성을 지닌다. 최근에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부근에서 코리스토데라의 발자국이 세계 최초로 발견돼 ‘노바페스 울산엔시스(Novapes ulsanensis)’로 명명되는 등, 반구천 일원의 자연 유산적 가치도 크게 알려졌다. 울산시 관계자는 “국가 명승으로서 반구천 일원이 지닌 문화재적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명승 지정을 계기로 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에도 한층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gsh0905@
참꽃군락지로 유명한 비슬산을 오르는 새벽길에 찐득한 어둠이 검은 휘장을 둘러쳤다. 산기슭에서 이름 모를 산새들이 낯선 발자국소리가 새벽녘 단꿈을 깨웠다며 서럽게 운다. 뒤돌아보니 발아래로 현풍읍내에서 빛을 발하는 야경이 휘황찬란하고, 시선을 돌리자 저만치에 들어앉은 대견사가 새벽손님을 맞아 환하게 불을 밝혔다. 어디선가 바람결을 타고 날아든 진달래꽃 향기가 코끝에 알싸하다. ◆비슬산 대견사 비슬산에는 대견사가 있다. 설악산 봉정암과 지리산 법계사와 더불어 1,000m이상에 자리 잡은 사찰 중 한 곳이다. 대견사는 "크게 보고", "크게 느끼고", "크게 깨우친다"는 뜻이다. 서기 810년 경 보당암으로 창건 되었다가 이후 조선 세종 때에 이르러 대견사로 개칭 되었다. 하늘에 맞닿은 절로 "북 봉정, 남 대견"이라 할 만큼 전국최고의 도량이 되었다. 일연선사가 22세에 주지로 주석했던 곳이라 전한다. 일제강점기 1917년 일본의 기를 꺾는다는 속설에 따라 강제 폐사되었다. 그 후 100여 년 동안 폐사지로 방치되어 오던 중 2012년 동화사와 달성군이 협약을 체결, 사찰의 중창과 비슬산 관광명소화의 사업을 병행하여 추진돼 호국사찰로 복원되었다. 절 앞 바위 끝
대전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동구 소제동, 대전의 100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1905년 대전에 경부선과 호남선이 놓이면서 철도 기술자들을 위한 숙소가 지어져 '철도관사촌'이라 불릴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이 곳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명성이 사라져갔다. 40여 채의 낡은 관사가 남아 있는 이 곳에 시각예술을 감상할 수 있도록 재탄생된 '소제동 아트벨트'. 이 곳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복합문화예술타운'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주말이 아니어도 좋다. 친구와 연인, 가족의 손을 잡고 대동천변을 걸으며 작가들의 예술혼을 만끽할 수 있다. 7월 25일까지 '내 창가에 찾아 온 친구'라는 주제로 열리는 기획전 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 보자. ◇'관사16호'에서 초현실적인 퍼포먼스와 희망을 그리는 회화 감상을 '동시에' =윌리엄 코빙의 영상 속 주인공은 강박적이고 반복적으로 형태가 없는 점토 표면을 다듬으며 완성된 형태를 만들어내기보다는 감각적으로 표면을 느끼고 촉각을 통한 여러 가능성을 제시한다. 같은 공간에서 진행되는 전시 'There Will Be Sun'은 뮤지컬 '애니'의 주제곡처럼 내일과 친구가 될 수
◇ 극단 헤르메스, 근로자의 날 기념 '어금니' 근로자의 날을 맞아 리딩시어터 '어금니'가 내달 1일부터 2일, 이틀간 오후 4시 아신극장 무대에 오른다. 제28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이정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어금니'는 비닐공장 생산직 노동자의 하루를 통해 각박한 사회에 순응하기를 택하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았다. 특히 작가의 공장 아르바이트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생생한 묘사는 투박한 문장 속 용솟음치는 진정성으로 노동 현장의 열악함과 부조리를 고발한다. 이정수 작가는 "관객으로 하여금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리딩시어터 '어금니'는 대전문화재단의 예술지원사업 '2021 차세대 artiStar'을 통해 대전시와 대전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전석 1만 원 ◇ 2021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 기획연주회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기획 연주 시리즈 1편 '그리그 페르귄트'가 내달 2일 오후 7시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노르웨이의 음악가 에드바르 그리그가 헨리크 입센의 희곡 '페르귄트(Peer Gynt)'에 곡을
‘거리에서 만나는 광주 예술여행’ 다양한 예술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한국관광공사가 뽑은 ‘숨은관광지’에 선정된 전일빌딩 245, 광주의 근대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양림역사문화마을 등… 다른 지역에서 친구나 지인이 광주를 방문한다면 어디를 소개해야 할지, 주말 등 시간적 여유가 있는 날 들러볼 도심 속 핫플레이스는 어디인지 고민이라면 광주관광재단의 투어 프로그램을 추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광주관광재단(대표이사 남성숙)이 진행하고 있는 ‘예술여행 상품개발 팸투어(이하 팸투어)’에 참여했다. 팸투어는 재단이 ‘2021 비엔날레 여행의 해’를 맞아 예술자원을 활용한 광주만의 특화 예술관광상품 개발을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코로나 19가 종식된 후 다시 시작하는 여행의 첫 번째 관광지가 광주가 될 수 있도록 광주만의 고유함과 독특함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팸투어는 전일빌딩 245에서 시작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오월어머니의 집, 양림역사문화마을, 광주문화재단 등을 둘러본 후 광주공연마루에서 국악공연을 보며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출발지는 광주공연마루(광주시 서구 상무시민로 3) 건너편 주차장. 지난 20일 오전 8시40분 모여 버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