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려' 시작한 책방이다. 2012년 문을 연 '시인보호구역'이다.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 '문학'이었다. 대봉동 김광석거리에서 시작했다. 동인동, 칠성동, 대현동, 산격동, 그리고 최근에는 두산동으로 옮겼다. 낭독모임, 작가와의 만남을 비롯해 각종 이벤트를 진행해 대구에서 익히 이름을 알렸음에도 공간만큼은 한 곳에 오랜 기간 정착하지 못해 아쉬웠던 차였다. 새로 옮긴 곳 입구에 '시맥한잔'이란 환영사가 붙었다. 시와 맥주에 취해보라는 권유처럼 읽힌다. 실제로 책방이자 카페이자 문화활동 공간이다. 그럼에도 원초적 존재 이유는 '시인보호구역'이다. 시인, 시심이 동하는 이들을 보호하는 공간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정훈교 시인이 운영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곳의 북큐레이션과 공간매니저 역을 하고 있는 책방지기는 한글, 이진리 두 사람이 맡는다. 협동조합으로 운영하기에 각 역할이 세분화돼 있다. 시인보호구역답게 시집이 즐비하다. 우리지역 출신 시인들의 시집이 대거 섞여 있다. 권기덕 시인의 'P', 김사람 시인의 '나는 당신과 아름다운 궁에서 살고 싶었을 뿐이다', 여정 시인의 '몇 명의 내가 있는 액자 하나' 등이 놓여
연천 전곡리유적지가 '문턱 없는 문화재, 무료시민공원'으로 탈바꿈한다. 12일 연천군에 따르면 군은 누구나 편하게 유적공원을 관람하고 즐길 수 있도록 전곡리유적지 입장료(성인 기준 1000원)를 지난 10일부터 폐지했다. 또한 공원 내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애견인들을 위한 애완동물 놀이터도 마련된다. 공원 내에서 연천군 공공배달앱을 이용할 경우에 한해 편하게 음식을 먹는 것도 가능해진다. 공원 무료 개방과 더불어 유적 내에서 진행되는 체험프로그램은 보다 다채로워지고 전문화될 예정이다. 연천군은 전곡선사박물관과 체험프로그램 통합운영을 통해 연령별 난이도에 맞는 전문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연천군 관계자는 "전곡리 유적지 공원화 사업이 다 함께 문화재를 활용하며 보전하는 방법을 찾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천/오연근기자 oyk@kyeongin.com
도시 정책에서 이제 문화는 피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다시 말해 문화 없는 도시 정책은 ‘앙코 없는 찐빵’이라고나 할까. 영도문화도시센터는 12~18일 영도구 곳곳에서 ‘도시 정책, 문화로 연결되다’를 주제로 ‘영도 문화도시 연결 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된 영도구의 ‘사람‧자연‧역사를 문화로 잇는 예술과 도시의 섬, 영도’의 문화도시 비전을 전문가 또는 시민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포럼은 특히, 그동안 문화정책이 문화예술 진흥에 초점을 두었던 것과 달리 다양한 도시 정책과 연계해야 하는 문화도시 사업 특성을 반영해 ‘해양 생태’, ‘도시 브랜드’, ‘연대 협력’, ‘창의 인재’, ‘문화 공간’ 등 5가지 세션별 주제로 진행된다. 12일 부산 영도구청 대강당에서 열리는 첫 번째 세션 ‘해양 생태’에서는 영도문화도시센터가 기획하고 국립해양대가 연구한 해양문화지표와 관련해 ‘해양 문화, 감성적 호소에서 실질적 정책으로’를 주제로 국립해양박물관 김태만 관장이 ‘해양문화지표 개발의 의의’를,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가 ‘지역 고유 지표의 정책적 활용’을 발제한다. 이날 토론에
봄 기운이 완연했던 지난 10일 광주시 서구 화정동 옛 국군광주병원. 인적 없던 이곳에 다시 사람들의 온기가 스며들었다. 깨진 유리창, 그 유리창 사이로 뚫고 들어온 개나리꽃과 담쟁이 덩굴, 입원 환자에 대한 공지사항이 적힌 낡은 종이 조각.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병원 여기 저기를 걷던 사람들은 광주 오월의 이야기를,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들을 감상하며 색다른 경험을 했다. 옛 국군광주병원이 오는 5월9일까지 열리는 제13회 광주 비엔날레 기간 동안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글로벌 프로젝트 ‘메이투데이’ 와 GB 커미션 작품을 만나는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국군광주병원에는 앞으로 국립트라우마센터가 들어설 예정으로 있어 이번 전시가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는 마지막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지난 1964년 개원한 옛 국군광주병원은 1980년 5월 민주화운동 당시에는 계엄사에 연행돼 고문을 당한 학생과 시민이 치료를 받던 곳이었다. 2007년 함평으로 이전 후 폐허상태였던 병원은 광주비엔날레 제12회 행사가 열렸던 지난 2018년부터 ‘광주를 기억하는’ GB 커미션 작품 전시장으로 활용됐고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피찻퐁 위라세
광주호 호수생태원이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의 나들이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11일 광주시에 따르면 호수생태원의 생태습지 등 주제별 단지와 광주호 주변을 산책할 수 있는 누리길을 찾는 탐방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호수생태원은 2006년 광주호 상류에 18만㎡ 규모로 조성된 이후 연간 30여 만명이 방문하는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등 외부활동에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도 방역 수칙을 지키며 12만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사회적거리두기가 1.5단계로 하향됨에 따라 지난 2월 16일 재개장했으며, 3월 말까지 평일 하루 평균 400여 명, 주말 1500여 명 등 총 2만5000여 명이 방문했다.호수생태원 내엔 사계절 변화를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꽃과 나무들이 가득해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광주호 주변 다양한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조성된 호수생태원에는 나무 65000그루, 초화류 18만7000본, 생태습지, 자연관찰대, 구절초 동산 등 테마별 단지를 갖추고 있다.특히 다양한 초화류가 식재돼 봄에는 수선화와 노란꽃창포, 여름에는 금사매와 수련, 가을에는 꽃무릇과 구절초 등이 만개해 계절별 변
바다 위를 걷고 싶다면 목포로 가자. 고하도 해안데크길, 일제 수탈의 역사가 서린 원도심, 목포의 상징 유달산, 항구도시 목포의 새 명물 해상케이블카, 봄 별미 바지락까지 걷고 보고 타고 맛보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바다 위를 걷는 기분…고하도 해안데크길 = 목포에 가면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고하도 해안데크다. 지난 7일 찾아간 고하도 해안데크는 명성 그대로였다. 날은 청명하고 바다는 푸르렀다. 해안데크에 오르자 시야 끝에 목포대교가 들어온다. 오른편 바다 건너엔 목포항, 바로 왼쪽에는 해안 암벽 그리고 발아래는 바다다. 하늘 위로는 목포의 새로운 명물, 해상케이블카가 부지런히 오간다. 해안데크는 사시사철 매력이 있다지만 봄날 걷는 재미는 더하다. 파도는 산책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세기로 떠밀려와 찰싹찰싹 해안과 부딪힌다. 해안가 초목은 연둣빛으로 옷을 갈아입고 새순을 부지런히 내민다. 요 며칠 비가 오지 않아 바다는 더없이 맑고 푸르기만 하다. 말 그대로 걸을 맛이 난다. 고하도의 자연절경인 해안동굴, 해안절벽, 그 사이로 솟아오른 해송을 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데크길 중간 지점에는 이곳에서 106일간 머물며 수군 정비를 하고 조선을
백남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플럭서스'는 1950년대 후반 유럽과 미국에서 만들어진 예술 네트워크이다.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제도와 규범, 통념에서 벗어난 보다 자유로운 예술을 보여주는 것. 백남준 아트센터가 내년 2월 2일까지 전시하는 《웃어》는 조롱, 모순, 파괴 등을 담은 유머러스한 전달방식으로 기존 고급예술의 견고한 틀을 깨고자 하는 '플럭서스'의 활동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유머와 재치로 표현한 예술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일상 속에서의 예술은 무엇인가'란 생각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9개의 이야기와 극장, 상점으로 이뤄진 전시장 곳곳은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웃음으로 표현되는 그들의 메시지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전시는 플럭서스의 후원자 장피에르 빌헬름에 대한 것으로 시작한다. "걷는다, 뛴다, 행인들을 바라본다, 생각에 잠긴다, 웃는다"는 백남준이 가장 평범한 일상의 행동을 통해 장피에르를 추모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플럭서스의 전설들로 불리는 존 케이지, 조지 머추너스, 샬럿 무어먼의 전시에서는 사회 문제에 도전하는 혁명적인 예술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피아노 포르테를 위한 연습곡>(1960
청년 작가들의 놀이터를 자처하며 김해 곳곳을 옮겨 다니는 레지던스가 있다. 김해 청년문화 거점 공간을 표방하는 ‘레트로봉황’. 2017년 김해 봉황동에서 시작해 2019년 내동에 이어 올해 초 새롭게 둥지를 튼 삼계동 사무실을 8일 찾았다. 25평(82㎡) 남짓 공간에서 신규 청년 작가 맞이 준비에 한창인 남효진(33) 대표는 “이곳에서 입주 작가들이 창작 활동도 마음껏 하면서, 또 전시와 예술과 패션이 결합한 팝업형 아트마켓 같은 프로젝트도 진행하면 좋지 않을까 구상한다”며 기대에 부푼 표정을 지었다. ◇시작, 청년 작가의 갈증= 레트로봉황의 시작은 개인 작업실이었다. 2017년 창원대 미술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남 대표는 졸업 후 작품을 보관할 창고 겸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김해에 거주했던 남 대표는 봉황동 봉리단길 뒤편 옛 섬유공장에서 작은 임대 공간을 마련했다. 지역에 터를 잡은 후 부족한 문화 인프라에 목말랐던 남 대표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청년 작가들과 기획전 등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활동의 거점이 될 단체가 필요해 ‘레트로봉황’을 정식 설립하게 됐다. 남 대표는 “마음 맞는 작가들과 만나서 이것저것 일을 추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레트
이것도 개울인데 노잣돈 없이 어찌 건너나 에호, 에호, 에가리 넘자, 에호 찬아(아명) 찬아 우리 찬아 내 장남 불쌍하네 에호, 에호, 에가리 넘자, 에호 9살 때 엄마 잃고 고생고생 다하다가 에호, 에호, 에가리 넘자, 에호 당산할매 덕분으로 자식 낳고 잘 살구나 에호, 에호, 에가리 넘자, 에호 이 소리는 1981년 12월 마지막 상여가 나간 후 맥이 끊긴 진해 연도여자상여 소리다. 창원시 진해구에는 예로부터 ‘연도여자상여’라는 매우 특이한 장례 풍습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도서 지역이 무수히 많고 시대적 배경 또한 비슷하지만 유독 연도라는 섬에서 여성들이 주축이 돼 장례 문화가 형성된 것은 매우 드문 경우에 속한다. 이런 진해 고유의 문화를 계승하기 위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지난 9일 진해문화원(원장 우순기) 부설 연도여자상여소리 전통상례보존회가 현판식을 갖고 본격 문화 계승에 나선 것이다. ◇연도여자상여의 유래= 진해구 연도에서는 연도여자상여의 유래로, 남자들이 고기잡이를 나가면 여자만 섬에 남아 있기 때문에 여자들 주축으로 상여를 멨다는 실생활에 근거를 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로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 동편에 장사샘이 있었는
제주 풍경의 다양한 감정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어 주목된다. 갤러리사이와 미음갤러리는 지난 6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서울에 위치한 갤러리 일백헌에서 김형석 사진작가 초대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제주, 감정의 공명(共鳴)’이다. 계절의 흐름 속에서 제주의 자연은 변화무쌍한 표정을 짓는다. 작가는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부드러운 제주의 표정을 보며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우리의 잃어버린 감정을 떠올렸다. 생명력을 지닌 작가의 작품들은 수면아래 가라앉아있던 기억과 우리의 잃어버린 감정을 끌어올린다. 작가는 어떤 향기를 맡을 때 누군가를 떠올리듯, 감각적 자극들은 우리를 순식간에 다른 시공간에 데려다 놓는다고 말한다. 김 작가는 “일상 속에서 숨을 죽이고 마음을 비운 채 조용히 눈앞에 펼쳐진 세계를 응시할 수 있다면 오로라보다 찬란한 일상의 빛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내 안에 축적된 감정들과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에서 소개되고 있는 사진작품 30여 점을 통해 관객들은 내면의 감정에 집중하고 잃어버린 기억과 마주하는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한편 작가는 홍익대학교에서 광고디자인을 전공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