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사이 코로나19가 부·울·경 방역망을 뚫고 삽시간에 지역 사회로 파고 들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지역 감염 소식에 시민은 불안해했고, 지역 사회는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얼어붙었다.
부산 주말 동안 확진자 14명 추가
해운대·서면 등 번화가 ‘텅텅’
확진자 파악에 시민들 이목 쏠려
文, 위기경보 심각 단계로 격상
부산시에 따르면 21일 부산 동래구와 해운대구에서 확진자 2명이 나온 데 이어 22일 3명이 추가됐고, 23일 하루에만 수영구, 북구, 남구, 금정구, 서구 등에서 11명이 무더기로 추가됐다. 이들 가운데 8명이 동래구 온천교회 행사 참가자고, 신천지 관련자는 3명이다. 23일 오후 5시 기준으로 경남 15명, 울산도 1명의 환자가 발생, 타 지역 유입이 아닌 지역 내 전파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주말 부·울·경 도심은 비었고, 차도는 한산했고, 시장은 폐쇄됐다. 지역 사회는 모든 행사를 중단하며 확산 방지 총력전에 돌입했고, 시민들은 언론과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자체 단속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23일 오후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중구 국제시장, 부산진구 서면 일대 등 휴일에 인파가 몰렸던 부산의 번화가들은 말 그대로 텅텅 비었다. 부산 전역의 차도는 막힌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항상 만차였던 중구 남포동 등지의 번화가 주차장도 대부분 비었다. 거리를 오가는 몇 안 되는 시민도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최근까지도 부산에서 마스크를 끼는 이들은 노년층 등 일부였다. 서면의 한 편의점 업주는 “명절에 도시가 비었을 때보다 더 썰렁한 것 같다”며 “가뜩이나 불안한데 손님도 없으니, 마음 같아선 문을 닫고 쉬고 싶은 심정이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심리적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할 정도로 위축됐다. 해운대구 수영로교회가 자발적 폐쇄를 결정하고, 금정구 범어사가 대중법회를 취소하는 등 크고 작은 지역 내 종교시설이 이날 문을 닫았다. 목욕탕, 수영장 같은 공동시설은 물론 커피숍이나 식당 같은 작은 상점들도 최악의 매출을 올렸다.
대다수 시민은 주말 약속을 취소하고 최대한 외출을 자제했다. 23일 해운대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한 김민규(41) 씨는 “가족이 말리는데 빠질 수 없는 자리였다. 솔직히 겁이 났다”며 “어쩔 수 없이 외출했지만, 확진자의 동선을 보고 안 겹치는 곳으로만 이동했다”고 불안감을 털어놓았다.
불안감이 부산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수시로 확진자의 정보와 동선을 파악하는 게 부산 시민의 일상이 되고 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부산시와 보건당국은 비교적 빠르게 정보를 언론과 SNS 등에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 입장에선 동선 파악 등에 걸리는 하루, 이틀의 시간도 불안감의 연속이다. 시민들 역시 확진자 관련 정보나 코로나19 방역 요령 등을 SNS 등을 통해 지인들과 빠르게 공유하며, 보건 위기 속에서 서로를 다독이고 격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왜곡된 정보가 뒤섞이는 경우도 있다. 해운대구 한 주민은 “같은 아파트 옆 동에서 확진자가 나왔는데, 그 이유만으로 주민 전체를 확진자 취급하는 이도 만났다”며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해는 된다. 지금은 일단 서로 최대한 조심하면서 확산을 막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칫 지역 내 확산이 계속될 경우 부산의 음압병상이나 의료진 등의 부족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누적된 시민 불안감이 극단적으로 펼쳐지고, 지역 경제가 더 크게 위축되면 부산 지역 전체가 마비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만났다. 지금부터 며칠이 매우 중요한 고비”라며 “정부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권고에 따라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단계로 올려 대응체계를 대폭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