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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이원선의 힐링&여행] 천상의 화원 비슬산 참꽃

글·사진 이원선 시니어매일 선임기자

 

 

참꽃군락지로 유명한 비슬산을 오르는 새벽길에 찐득한 어둠이 검은 휘장을 둘러쳤다. 산기슭에서 이름 모를 산새들이 낯선 발자국소리가 새벽녘 단꿈을 깨웠다며 서럽게 운다. 뒤돌아보니 발아래로 현풍읍내에서 빛을 발하는 야경이 휘황찬란하고, 시선을 돌리자 저만치에 들어앉은 대견사가 새벽손님을 맞아 환하게 불을 밝혔다. 어디선가 바람결을 타고 날아든 진달래꽃 향기가 코끝에 알싸하다.

 

 

◆비슬산 대견사

 

비슬산에는 대견사가 있다. 설악산 봉정암과 지리산 법계사와 더불어 1,000m이상에 자리 잡은 사찰 중 한 곳이다. 대견사는 "크게 보고", "크게 느끼고", "크게 깨우친다"는 뜻이다. 서기 810년 경 보당암으로 창건 되었다가 이후 조선 세종 때에 이르러 대견사로 개칭 되었다. 하늘에 맞닿은 절로 "북 봉정, 남 대견"이라 할 만큼 전국최고의 도량이 되었다. 일연선사가 22세에 주지로 주석했던 곳이라 전한다. 일제강점기 1917년 일본의 기를 꺾는다는 속설에 따라 강제 폐사되었다.

 

그 후 100여 년 동안 폐사지로 방치되어 오던 중 2012년 동화사와 달성군이 협약을 체결, 사찰의 중창과 비슬산 관광명소화의 사업을 병행하여 추진돼 호국사찰로 복원되었다.

 

 

절 앞 바위 끝에 우뚝 선 유형문화재 제42호 대견사지 삼층석탑은 중국 당나라 황제가 절을 짓기 위해서 명당을 찾아 헤맬 때 세숫물 아래 아름다운 산수가 눈에 들여와 찾은 곳이라고 한다. 사찰명은 대국에서 본 절이라하여 대견사라 지었다는 설이 있다. 비슬산 능선을 한 몸에 품어 안은 듯한 너럭바위에 선 삼층석탑의 기세는 등산객들의 포토존으로 유명하다.일몰과 잘 어울리기도 한다.

 

대견사 뒤편로는 대견사를 병풍처럼 둘러싼 천연기념물 제 435호인 암괴류가 있다.비슬산 암괴류는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10만 년 전인 주 빙하기 후대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비슬산 암괴류는 중생대 백악기의 거석들로 구성되어 특이한 경관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 발달 규모가 대단히 큰 것으로 화강암 지형에서는 보기 드물다보니 가치가 매우 높은 지형이라 할 수 있다. 암괴류 사이로 난 계단을 오르면 참꽃 평원을 만난다.

 

 

◆천상의 화원,비슬산 참꽃

 

비슬산의 백미는 참꽃 군락지이다. 국내 최대 참꽃 군락지로 천상의 화원을 연출한다. 매년 4월로 접어들면 비슬산에 펼쳐진 참꽃군락지 99만㎡(30만평)에는 산불이라도 일어난 듯 온통 진분홍색으로 물들고 있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려고 옷깃을 여미고 언덕에 올라서니 발아래가 온통 참꽃천지이다.

 

동녘하늘을 불그스레하게 물들이며 밝아오는 여명 속에서 참꽃무리들이 내가, 네가 더 예쁘다며 우후죽순처럼 고개를 내밀어 온다. 흡사 백만 대군이 치켜든 창끝처럼 뾰족뾰족, 올망졸망 꽃봉오리를 지어 아름다움을 다투고 있는 듯하다.

 

진달래 군락지 사이로 난 산책로는 그야말로 꽃길이었다.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꽃이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분홍색의 물결을 이루었다. 산책로는 전망대와 연결되어 있었다. 전망대에 서자 비슬산의 참꽃 군락지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무리를 지어 활짝 핀 진달래는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이는 사람에게만 허용하는 자연의 선물이었다.

 

"춘산에 불이 나니 못다 핀 꽃 다 붙는다. 저 뫼 저 불은 끌 물이나 있거니와...중략" 김덕령 장군의 '춘산곡' 시조처럼 산불이라도 인듯하여 평원을 집어 삼킬 듯 기세가 대단하다. 헌데 참꽃이 산정을 뒤덮은 모양이 붉어서 봄인듯 한데 몸으로 느끼는 기온은 겨울철에라도 든 듯 어슬어슬 춥다. 필자가 다녀온 이후 비슬산의 참꽃이 냉해로 낙화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아닌 게 아니라 산 아래는 완연한 봄이라 옷차림이 가벼운데 반해 두툼한 겨울복장 안으로 찬바람이 스미고 장갑을 낀 손끝이 시리다. 해발 1천 m 고지라 그런지 체감온도가 완전히 다르다. 나무로 된 데크로드를 따라서는 서리가 뽀얗게 내려앉아 있다. 서리에 비친 아침 햇살이 윤슬로 반짝여 눈에 아리다. 그 모습이 색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어두울 때는 몰랐는데 여기저기서 카메라를 든 등산객들이 참꽃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참꽃군락지의 일출 경을 담으려는 진사들이 이곳저곳에서 일찌감치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에는 잠자리를 닮은 날렵한 드론이 '윙윙'거리며 날아다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슬산 참꽃축제가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되었다. 먹거리와 볼거리가 지천으로 널린 축제가 2년간이나 연달아 취소되고 보니 아쉬움이 만만찮게 남는다. 진달래꽃은 여전히 산비알(산비탈)을 벌겋게 물을 들여 어서 오라 연신 손짓하고 있는데 말이다. 내년에는 4월과 5월에 걸쳐 화려하고도 멋지게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달래의 추억

 

삼월삼짇날에 진달래꽃으로 만든 화전을 먹으며 봄맞이를 하였던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 진달래꽃으로 빚은 진달래 술은 봄철의 술로 사랑받았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 시절 많이도 따 먹었던 꽃 또한 진달래꽃이다. 새봄을 오롯이 품은 꽃잎이 여린 듯 풋풋한 맛이 일품이었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은 꽃이다. 괜스레 꺾어서 또래의 여자 친구의 귀 뒷머리에 꽂아주고 싶은 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까? 총각들의 나뭇짐을 질끈 동여맨 동바에 꽂혀 봄바람에 하늘하늘 춤을 추던 꽃도 진달래꽃이다. 옆집 처녀에게 줄려고 산을 헤맨 끝에 예쁘고 예쁜 것으로 고르고 골라 애써 꺾어온 꽃이다. 하지만 철모르는 동생이 "야~ 참꽃이다. 혀엉~ 나 줄려고 꺾어 왔어"하며 달려들어 손으로 훑어 날름 먹어버리는 꽃이기도 하다. 숫총각의 말 못하는 가슴이 까맣게 타는 순간이기도 하다. 나머지마저 "참꽃이네! 고것 참 이쁜게 생긴 게 맛있겠다"며 호들갑을 떨던 누나가 화전을 붙인다면 가져가버린다. 가슴속이 시우쇠처럼 벌겋게 달아오르다 찬물세례를 맞은 꼴이다. 옆집 처녀의 마음을 얻어 다가오는 가을에 장가갈 꿈을 한순간 깨어버리는 잔인한 꽃이기도 하다. 그래서 4월은 선물을 준비한 총각에게도 선물을 받을 처녀에게도 잔인한 달인 모양이다.

 

 

 

◆비슬산 등산코스

 

비슬산 등산코스는 크게 보면 두 가지다. 유가사 주차장에서 천왕봉 정상에 오른후 월광봉을 거쳐 참꽃군락지를 거쳐 대견사에 이르는 코스와 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해 대견사를 지나 참꽃군락지,천왕봉에 오르는 코스가 있다.

 

최종 목적지가 천왕봉이라면 유가사 코스로 짧고 굵게,하지만 자연휴양림 코스의 등산로는 정비가 잘 되어 거리는 멀지만 편하게 산행할 수 있다. 등산로 주변에는 비슬산 암괴류를 감상할 수 있다. 참꽃군락지에서 천왕봉까지는 대부분 능선길이여서 편하지만 긴 코스이다.

 

하지만 몸이 불편하거나 등산에 자신없는 상춘객은 자연휴양림 공영주차장에서 셔틀버스나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등산객이 몰리는 계절에는 전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을 감안해야 한다.

 

글·사진 이원선 시니어매일 선임기자 lwonssu@hanmail.net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