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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케이블카 없는 사천 여행… 그 갯벌엔 365일 무지개가 뜬다

 

경남 사천 도심, 옛 삼천포 지역 해안가에서는 어디서나 시야에 케이블카가 걸린다. 5개 다리를 잇는 창선·삼천포대교를 배경으로 케이블카가 길이 2.4km가 넘는 하늘길을 쉴새없이 오간다. 사천바다케이블카는 개통 3년 만에 누적 탑승객 200만 명을 넘겼다. 그래도 케이블카가 사천 관광의 전부는 아니다. 케이블카 없는 사천 여행에서는 무지갯빛 연석을 따라서 해안도로를 걷고, 지나치기 쉬운 동네 사람들의 작은 쉼터를 찾아갔다.

 

사천만 6.2km 구간에 조성한 ‘무지갯빛 해안도로’

무지개 색깔 방호벽 연석이 만드는 리듬 ‘경쾌’

육지 깊숙이 파고든 바다가 만든 너른 갯벌에 감탄

방파제 끝 6m 높이 여성 실루엣과 노을 만나면 작품

이순신 장군 유적 대방진굴항엔 한가로운 고깃배들


 

 

 

■사천만 갯벌과 무지갯빛 해안길

 

컬러마케팅은 요즘 관광의 키워드 중 하나다. 멀리 그리스 산토리니부터 부산 감천문화마을의 색색깔 지붕이 그랬고, 전남 신안의 작은 섬, 반월도와 박지도는 섬 전체를 보라색으로 칠해 ‘퍼플섬’으로 세계 언론을 탔다. 사천시가 지난해 용현면 종포에서 남양동 미룡까지 6.2km 구간에 조성한 ‘무지갯빛 해안도로’도 그 일환이다. 이 구간은 케이블카와 코끼리바위 등 관광지가 몰려있는 남부권역과 항공우주박물관과 과학관이 있는 동부권역 사이. 관광지랄 것이 딱히 없던 이곳 해안도로의 방호벽 연석을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으로 칠했더니 포토존 명소로 뜨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이곳을 두 발로 걷기로 한다. 사천만 바다를 따라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다 보면 노룡동 석양길 도중에 보도와 나란하던 연석이 높이를 돋우고 색색의 페인트칠을 한 콘크리트로 바뀐다. 무지갯빛 해안도로의 시작이다. 가장 먼저 시선을 빼앗는 것은 갯벌이다. 바닷물은 오후 간조 시간대에 맞춰 멀찍이 물러나있고, 갯잔디가 곳곳에 푸릇푸릇하다. 부산 바다에서는 보기 힘든 규모의 사천만 갯벌이다. 육지 깊숙이 파고든 바다가 너른 갯벌로 변한 모습이 감탄스럽다. 미룡마을을 지나서 곳곳에 비끄러맨 어선과 쪼그려앉아 조개 따위를 줍는 동네 어르신들을 보며 30분 정도 걷다보면 대포항이다.

 

대포항은 전어로 유명한 어촌체험관광마을이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리정혁이 윤세리를 남쪽으로 밀항시키는 장면을 여기에서 찍었다. 전어를 먹으러온 관광객 때문에 야간 촬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데, 최근에는 전어 말고도 유명한 게 생겼다. 200m 정도 길이 방파제 끝에 있는 여성 얼굴 옆모습 윤곽선 모양의 조형물 ‘그리움이 물들면’(최병수 작가)이다. 6m 높이의 거대한 실루엣이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과 바다 풍경과 어우러져 작품이 완성된다. 노을이 지는 해질녘이라면 ‘좋아요’를 보장하는 인스타그램 인증샷이 나오겠지만, 어떤 날씨든 나름의 운치가 있다.

 

대포항에서부터는 차도와 분리된 보도가 나오고 한덩어리 콘크리트였던 무지갯빛 연석도 징검다리처럼 색깔별로 간격을 두고 나타난다. 시야에는 사천대교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여기에서 사천대교를 지나 부잔교 갯벌탐방로까지 2.6km 정도 구간이 추천 코스다. 이 구간만 걷는다면 편도 40분,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앞으로는 수평의 사천대교, 옆으로는 수직의 일곱 색깔 연석들이 만들어내는 리듬이 산뜻하고 경쾌하다. 수평선 대신 산과 언덕으로 둘러싸인 사천만의 갯벌은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다. 드라이브를 즐기는 자동차와 바람을 맞고 달리는 자전거 라이더들이 비슷한 빈도로 지나간다.

 

사천대교 밑에는 거북선마을캠핑장이 있다. 밋밋하고 거대한 교량 아래 갯벌에 쪼그리고 앉은 아이들이 더없이 정겹다. 본격적인 갯벌 체험은 부잔교 갯벌탐방로에서 할 수 있다. 하트 모양 포토존을 시작으로 길이 150m, 폭 4m의 부잔교가 갯벌 깊숙이 뻗어있다. 석양이 반사되는 갯벌은 겉모습도 아름답지만 무수한 생명을 품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온통 게 천지인 갯벌에 정신이 팔린 아이는 엄마가 부르는데도 고개를 박고 일어날줄 모른다. 삽이나 양동이 같은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온 팀도 있다. 여기에서 900m 정도 떨어진 종포 당간마당에서 무지갯빛 해안도로가 끝난다. 돌아오는 길, 밀물이 들어차고 있는 바다는 또다른 길을 걷는 것 같은 인상을 안긴다.

 


 

 

 

■주민들이 사랑하는 공원과 돌담항

 

이순신 장군은 1592년(선조 25년) 사천시 용현면 선진 앞바다에서 왜선 13척을 침몰시키고 승전한다. 거북선이 최초로 출전한 사천해전이다. 무지갯빛 해안도로는 사천해전을 테마로 조성된 총 56km 길이 ‘이순신 바닷길’ 가운데 2코스 최초거북선길에 포함된다. 창선·삼천포대교가 지척에 보이는 대방동의 대방진굴항도 이순신 장군과 인연이 있는 곳이다. 고려 말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구라량의 진영이 있었던 곳에 조선 순조 때 돌로 둑을 쌓아서 활처럼 굽은 만을 만들고 인조항구인 굴항을 설치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여기에 거북선을 숨겨두고 굴이 달라붙지 않게 민물을 채웠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복원된 지금의 대방진굴항은 아담하고 한적한 공원 같은 모습이다. 1820년경 완공될 때까지 73개 면 수천 명 주민이 동원돼 둑을 쌓았고, 이후로는 조곡 운송선과 전함이 오가는 수군의 요지였다는 역사는 항구를 굽어보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에서 상상해볼 뿐이다. 그렇다고 지나쳐도 되는 곳은 아니다. 수령 200년 된 팽나무와 소나무가 둘러싼 둥그런 돌담항은 작지만 보석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바다에서 흘러들어온 맑은 물이 얕게 들어찬 항구에는 고깃배 몇 척이 그림처럼 머무르고 있다. 반려견과 산책하거나 벤치에 혼자앉아있거나 이야기하며 걷는 일행은 모두 이 곳 주민들로 보인다. 이렇게 아름다운 산책로라면 매일 걸어도 지겹지 않겠다.

 

사천의 해안공원으로는 풍차가 있는 청널공원이 유명하지만, 옛 삼천포 사람들의 추억의 장소라면 노산공원이다. 삼천포용궁시장 옆 나지막한 언덕으로 올라서면 얼마 되지 않아 삼천포에서 성장한 서정시인 박재삼을 기리는 박재삼문학관이 나온다.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있는 마음일 때 /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 가을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이렇게 시작되는 ‘울음이 타는 가을강’이 대표작이다. 지금은 코로나로 휴관 중이다. 문학관 옆에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학당을 복원한 호연재도 있다.

 

이어서 멀리 창선·삼천포대교를 보면서 잘 조성된 산책로를 걷다 보면 어느새 반대편에서도 바다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공원에서 가장 높은 팔각전망대에서는 한려수도의 절경이 둥그렇게 시야를 꽉 채운다. 전망대에서 바다를 끼고 내려오면 갯바위에 먼바다를 바라보고 앉은 삼천포아가씨상이 있다. 은방울자매의 1961년작 ‘삼천포아가씨’를 형상화한 동상이다.

 

공원 전체에서 흘러나오던 노래의 정체도 그제야 알게 된다. ‘비 내리는 삼천포에 부산배는 떠나간다’로 시작되는 가사는 작사가 반야월이 친구 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당시 삼천포에는 부산과 경남 각지를 잇는 연안여객선이 오갔는데, 대도시에 유학간 남자친구가 고시공부를 핑계로 소식을 끊는 바람에 사랑도 끝났다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공원을 한 바퀴 산책하는 데는 30분 정도가 걸린다.

 

 

■사천 여행 팁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사천과 삼천포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있다. 차는 노룡동 우신냉동 부근이나 대포항, 거북선체험마을 주차장에 세워두고 움직이면 된다. 노룡동에서 대포항까지 구간은 보도가 따로 없어 차를 조심하면서 걸어야 한다. 미룡마을과 대포항, 부잔교 갯벌탐방로 인근에는 횟집과 카페 등이 있고, 무지갯빛 해안도로 곳곳에 공중화장실이 있지만 물 등을 살 수 있는 가게는 없으니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대포항에는 어촌계가 운영하는 해상펜션이 있어 낚시와 숙박을 같이할 수 있다. 거북선마을캠핑장에서는 텐트를 치고 갯벌체험을 할 수 있다.

 

대방진굴항은 사천바다케이블카주차장에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 대방진굴항과 노산공원은 차로 10분 거리다. 노산공원 옆에는 삼천포용궁시장이 있다. 회센터에서 산 수산물을 초장집에서 바다를 보면서 먹거나 인근에 즐비한 식당에서 꿀빵이나 김밥 같은 간식을 사들고 무지갯빛 해안도로를 걸어도 좋겠다.

 

글·사진=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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