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江蘇)성 북부에 위치한 화이안(淮安)은 아름다운 물의 도시다. 동시에 중국 대운하(大運河)의 길목에 있는 '운하의 도시'이자 각종 풍미 넘치는 요리가 가득한 '먹거리의 도시'이면서 주변 9개 도시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 유서 깊은 역사적 고도(古都)이기도 하다.
이처럼 물의 도시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깊은 문화적 매력을 느끼기 위해 매년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고즈넉한 운하의 도시
화이안을 대표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바로 '운하'와 '음식'이다. 화이안은 예로부터 중국을 관통하는 거대 강줄기인 창장(長江), 화이허(淮河), 황허(黃河)를 잇는 주요 도시로서 나라의 물자를 운반하는 조운(漕運), 소금을 운반하는 염운(鹽運)의 중심지로 불렸다. 대운하에서 68km에 이르는 화이안 구간에는 구역·수로·장소 등 다양한 형태로 총 93개 항목의 문화유산이 있다. 구역 단위를 포함한 문화유산 면적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전체 대운하 면적 가운데 7분의 1을 차지한다.
남다른 역사적 내력과 남과 북을 잇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화이안에는 '화합'을 중시하는 운하 문화가 생겨났다. 이와 더불어 치수(治水) 문화, 전통 4대 요리 중 하나인 화이양(淮揚) 요리 문화, 지방극인 희곡(戲曲) 문화 등 지방 특색도 풍부하다. 화이양 요리는 남과 북이 조화되고 온갖 맛이 어우러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부드럽고 섬세한 남쪽 지방과 대담하고 호방한 북쪽 지방의 장점을 두루 갖췄고, '전통을 계승하되 수구에 머무르지 않고 창의력을 발휘하되 근본을 잊지 않는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최근에는 전통 화이양 요리를 중심으로 진후(金湖·금호)의 해산물 요리, 훙쩌후(洪澤湖·홍택호) 게 요리, 부들 요리, 홍고추 요리, 재첩 요리, 서유기 산나물 요리 등 참신한 요리로 각지에서 화이안을 찾는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깨끗한 자연과 수려한 경관
화이안은 '물 위에 지어진 도시'다. '물'이 화이안의 혼백이라면 '자연'은 화이안이 지닌 매력의 결정체이다. 화이안시는 도시 내부를 지나는 리(裏)운하 문화거리 사업과 대운하를 배경으로 한 경관 조성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물과 도시가 공존하고 적절한 구간에 주거지역이 위치하며 생태환경이 서로 연결된 조화로운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화이안 지역에는 베이징(北京)과 항저우(杭州)를 연결하는 징항(京杭·경항)대운하 외에도 리운하, 구화이허(古淮河·고회하), 옌허(鹽河·염하) 등 네 개의 하천이 흐른다. 여기에 훙쩌후, 바이마후(白馬湖·백마호), 가오여우후(高郵湖·고우호), 바오잉후(寶應湖·보응호), 리샤허후(裏下河湖·이하하호) 등 호수 5개가 지류를 형성하고 있다.
화이안시는 수려한 자연 풍광, 강과 호수, 인문 환경이라는 여러 가지 기반을 관광자원으로 적극 발굴하고 있다. 물이 풍부한 바이마후 지역의 특색을 활용해 창(長)강 삼각주 지역 최대 면적·최다 품종을 자랑하는 '해바라기 스토리 테마파크' 조성을 비롯하여 '바이마후 국화 페스티벌' 개최, '바이마후 유채 재배 기지', '바이마후 목장', '바이마후 종묘장 생태관광'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개설해 자연경관 개발은 물론 경제적 수익도 거두면서 취업을 위해 타지로 떠난 고향민과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일자리와 창업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그야말로 '청산녹수야말로 금은보화처럼 귀중한 자산이다(綠水靑山就是金山銀山)'라는 현 정부의 슬로건이 현실화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화이안 진후 호수 주변의 삼림공원에는 10만 그루 넘는 삼나무가 곧게 뻗어 자라며 푸르른 생기를 내뿜고 있다. 상하이에서 온 관광객 천(陳) 씨는 “오랜 도시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쾌적한 곳이자 자연으로 이뤄진 ‘산소 카페’”라고 표현했다. 봄바람이 불 무렵 바이마후 주변에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쪽배를 타고 꽃물결을 가르며 고요한 호수를 건너면 괜스레 마음까지 설렌다.
■《서유기》의 문화적 풍격
화이안은 중국 명나라 때의 고전 장편소설 《서유기》의 저자 오승은의 고향이자 그가 《서유기》를 창작한 곳이기도 하다. 오승의 생가와 '서유기 박물관'을 통해 화이안에 흐르는 서유기 문화의 숨결과 맥락을 느낄 수 있다.
화이안시는 《서유기》를 활용한 테마파크 조성에도 공을 들였다. 《서유기》에 숨겨진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해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러 떠난 삼장법사가 '구구팔십일난(九九八十一難)'을 겪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소재를 현대적 놀이시설과 체험시설에 접목해 빛과 소리, 전기 신호와 가상 현실, 라이브 화면이 교차하는 기술로 재현했다. 화과산(花果山), 고로장(高老莊), 뇌음사(雷音寺) 등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들이 첨단 기술로 다차원적 공간에 펼쳐지는 모습을 통해 옛것을 간직하며 끊임없이 현대로 나아가는 화이안의 혁신과 창조 정신을 읽을 수 있다.
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