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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경인 WIDE-경기도 지자체 예술단 노동실태 (上)] 콜센터 일하는 시립합창단원… 배고픈 예술의 현실

문화는 경제, 교육, 의료 등과 마찬가지로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기회의 편차가 크다. 서울이 수도의 위상을 한참 뛰어넘어 '서울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배경에는 서울과 비서울 지역 간 문화적 격차도 존재한다. '문화에도 분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한정된 인력과 자원 속에서도 경기도와 도내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다. 설립 근거가 되는 조례 대부분은 예술단 설치 목적을 '시민정서의 함양과 지방문화 예술의 창달'에 두고 있다. 문화 복지 서비스를 강화해 더욱 살기 좋은 지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목적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자체 예술단 소속 예술노동자들은 '우리가 과연 꼭 필요한 존재인가'라는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저임금과 고용 불안, 비민주적 예술단 운영 방식 등과 관련한 불만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만큼 쌓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지자체를 불문하고 예술단 내 여러 갈등이 터져 나오는 원인 등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이강선(가명·30대)씨는 지난 2017년 8월 베이스 파트 단원으로 용인시립합창단에 입단했다. 그는 합창단 단원이 되기 전까지 꽤 오랜 기간 직장 생활을 했다고 한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점자를 제작한 적도 있고, 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탈의실을 관리하는 업무도 했었다. 간간이 오페라 공연에 서며 노래에 대한 꿈을 이어가던 그였다.

용인시립합창단은 이런 그에게 희망을 준 직장이었다. 자신의 예술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그의 표현대로 '노래하는 직장'에 꼭 들어맞는 곳이었다.  

 

 

주 3일·일급 10만원 '생계 절박'

부업포함 월수입 177만원 불과

강선씨의 부푼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물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합창단 일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 입단 초기 그는 최저 시급을 받았다고 한다. 매일 출근하지 않는 비상임 단원인 데다, 하루 근무 시간도 3시간에 불과했던 터라 그가 실제 손에 쥐는 급여는 몇십만원 남짓이었다.

현재 용인시립합창단은 단원들에게 매 출근 시 일급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일주일에 3번 출근하니, 한 달 급여는 120만원이다. 합창단에서 받는 돈만 가지고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려웠던 강선씨는 부업을 찾아 나섰다.

그는 주말에 배달 앱 라이더들의 업무를 상담해주는 콜센터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저녁 7시30분부터 자정 넘어서까지 상담사로 일해 받는 돈은 57만원. 이마저도 가정이 있는 그에게 부족한 금액이지만, 합창단 일정도 고려해야 해서 추가로 다른 일을 하긴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용인시립예술단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2017년 8월 합창단에 입단한 비상임 단원은 모두 76명이었다. 현재 남은 인원은 54명이다. 만 4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전체 인원 중 29%인 22명이 합창단을 떠났다.

이 중 절반가량은 생계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다 스스로 퇴사를 했다는 게 노조 측 분석이다. 남은 절반 정도는 '평정'에 의한 해고를 당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해마다 실력·근태 '평정' 살얼음

비상임단원, 4년 안돼 29% 떠나

노조측 "절반 생계 절반은 해고"

용인시립합창단은 1년에 한 번씩 단원들을 대상으로 노래 실력과 그동안의 근무태도 등을 평가하는 '평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재계약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한순간에 직장을 잃을 수도 있는 평가이기 때문에 평정 시기만 다가오면 합창단 분위기가 살얼음판으로 바뀐다고 현직 단원들은 전했다.

한 소프라노 파트 단원은 "1년에 한 번씩 평정으로 단원을 계속 해고한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다"며 "단원들 사이에서 서로 견제하고 갈등을 빚는 일이 많아져서 단원들 간 화합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용인문화재단 관계자는 "합창단 역량 개발에 대한 부분 때문에 1년 단위 계약을 했고, 평정 점수에 따라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현재 인원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3시간 근로를 했을 때,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시간 대비 금액으로 보면 큰 금액이다. 합창단일 뿐만 아니라 사전승인을 받으면 외부활동도 할 수 있고, 이를 제한하고 있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 3면에 계속([경인 WIDE] 낮은 임금에 과반수 불만족… 관리자-단원, 입장차 '불협화음')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