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1시께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 물줄기를 따라 난 도롯가에 위치한 식당 대부분이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과거 같으면 계곡 사이로 평상을 깔아놓고 손님들로 북적였을 테지만 상반된 분위기다. 물놀이를 하긴 아직 이른 시기임을 감안하더라도, 계곡을 따라 1㎞ 이상 거리를 걷는 동안 본 이용객은 4명에 불과했다. 이곳에서 만난 상인 대부분은 코로나19 이후 사계절 장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피서철 이외 기간에 계곡을 찾는 이용객들이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다. 백운계곡 상인들은 지난 3년간 큰 변화를 겪었다.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경기도의 청정계곡 복원사업으로 상인들이 설치해 운영하던 방갈로나 평상 등 시설물 99%가 철거됐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피서객 규모도 줄었다고 한다. 경기도 청정계곡 복원사업·코로나 백운계곡 상인들 매출에도 큰 타격 "저기까지 평상으로 가득 찼죠." 백운계곡에서 5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남성은 계곡 반대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정비사업 이전의 풍경을 설명했다. 그의 말은 푸념에 가까웠지만, 이젠 변화한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한 모습이었다. 이 남
"괴리감이 크죠. 바깥에선 마스크도 벗고 다니는데…."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한모(45)씨는 요즘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며 부쩍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음을 체감한다. 지난달 18일 사적 모임 인원과 시간을 제한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이후 사회 전반에 퍼진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한씨에겐 낯설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방진복을 입은 채 요양원 어르신을 돌보며 매주 2번씩 PCR 검사를 받고 있다. 집단감염에 취약한 요양원 특성상 고도의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지쳐있다는 게 한씨의 이야기다. 한씨는 "감염을 예방하면서 어르신들을 돌봐야 한다. 요양원 종사자들은 기본적으로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서도 "어떤 때는 어르신 9~10명을 한 번에 관리해야 할 만큼 인력난에 시달리니까 힘에 부치기도 한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요양보호사 매주 2번 PCR 검사 여전 지난달 18일 이후 코로나 사망 2652명 마스크 벗은 바깥 딴세상·우울 호소
지난 16일 오후 6시20분 고양시 일산동구 아파트 현관에서 25살 청년 김도현씨를 만났다. 도현씨는 주간보호센터에서 일과를 마치고 막 집에 돌아온 참이다. "도현이 왔어?" 아들의 손을 잡은 정미경(52)씨가 익숙하게 계단을 오른다. 도어락 앞에서 엄마는 아들의 손가락을 붙잡고 숫자를 천천히 되뇌며 비밀번호를 누른다. "도현이가 맨날 마지막 번호를 잊어버려요"라고 말하며 정씨가 멋쩍게 웃었다. 도현씨는 1급 발달장애인이다. 집 안에서 도현씨는 자신을 바라보는 낯선 관찰자가 누구일까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귀가 후 엄마는 아들을 먹일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엄마가 주방에 있는 사이 도현씨는 집 안을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집을 비운 동안 달라진 게 있는지 확인하는 '루틴'이라고 한다. 식사 준비로 한창 바쁜 엄마 옆에서 도현씨가 무언가를 요구한다. 요구사항은 목소리의 높낮이로만 파악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인 도현씨가 말을 하지 못해서다. 단어도, 문장도 없지만 엄마는 대번 아들의 요구를 알아 맞힌다. "텔레비전 보고 싶어? 밥 먼저 먹고 보자." 미경씨는 아들의 손가락을 집어 리모컨 버튼을 누른다. "도현이 좋아하는 '뽀로로' 보려면 이렇게 하면 돼." 25살
정문화(84)씨는 10년 전 아내가 치매 진단받던 날을 아직 잊지 못한다. 그에게 갑자기 주어진 치매환자 보호자 역할, 막막함이란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정씨는 당시 아내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40년 넘는 세월동안 평탄하게 이어오던 가정생활도 그래서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는 부부의 남은 삶을 위해 치매라는 병을 제대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그에게 도움을 준 곳이 고양시 일산동구치매안심센터다. 그는 센터의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하며 치매의 원인과 증상, 돌봄방법 등을 배웠다. 교육을 통해 아내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이해하기 시작하니 자신이 앞으로 무얼 해야 할지 보다 선명해졌다고 한다. 정씨는 "지금 아내는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니면 기억을 잘 못 한다. 어떤 때는 자식들 얼굴도 못 알아볼 때가 있다"며 "지난 10년 동안 치매에 대해 공부하고, 아내를 있는 힘을 다해 돌봐서 그런지 다행히 병의 진행 속도는 느린 편"이라고 말했다. 10년간 아내 돌봐온 80대 정씨 '치매안심센터' 도움 간병공부 지역사회 환자관리 거점 역할 급속한 고령화의 그늘인 치매라는 병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공언한지도 어느덧 5년이 지났다. 문재인 정
경기도·인천지역 '백년가게'를 소개합니다.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이 기사를 클릭했다면 조금은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보통의 사람들이 오랜 기간 일군 귀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소상공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백년가게란? - 중소벤처기업부가 100년 이상 존속을 돕고자 지정한 30년 이상 업력(국민 추천은 20년 이상)의 소상공인 및 소·중소기업. 코로나19와 함께한 두 번째 여름. 가을 장맛비가 내리는 걸 보며 이번 여름이 지나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방역 일선의 의료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올해 여름 우리 모두는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푹푹 찌는 날씨에도, 얼굴의 절반 이상을 마스크로 가린 채 지내야 했기 때문이죠. 오늘은 가을철 몸보신에 제격인 '추어탕' 가게를 소개하려 합니다. 추어탕은 여름철 더위로 잃은 원기를 다시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가을철 보양식입니다. 추어탕의 주재료인 미꾸라지에는 단백질과 칼슘 등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하네
"그분들은 사실 몸이 악기입니다. 그런데 악기가 고장이 났는데 고장 난 악기를 그대로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지난해 12월 경기도의 한 지자체 문화재단에 대한 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열린 날. '예술단 상임화'와 관련한 이슈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몸이 악기… 고장 난 악기 못 써" … 한 문화재단 대표 '소모품'에 비유 한 시의원은 문화재단 대표에게 "상임화를 하면 정년 될 때까지 나중에 실력이 부족하든 그것과 상관없이 정년 끝까지 가야 된다는 얘기 아니에요" 등을 질문했고, 대표는 "(단원들이)평가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위와 같은 견해를 밝혔다. 예술인의 몸은 흔히 악기에 비유되곤 한다. 하지만 소모품인 악기를 사람과 동일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공식 석상에서 위와 같이 발언한 문화재단 대표 역시 단원의 '기량 유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 쉬운 해고 vs 기량 향상 문제는 예술단원의 기량을 평가하는 '평정 제도'와 관련한 갈등이 경기도 지자체 예술단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예술단 소속 단원들은 대체로 평정 시스템이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만든다고 평했다. 반대로 운영 주체 측은 단원들의 실력을 향상·유
→1면서 계속([경인 WIDE-경기도 지자체 예술단 노동실태 (上)] 콜센터 일하는 시립합창단원… 배고픈 예술의 현실) 앞서 본 강선씨의 사례는 비단 그만의 특별한 사정이 아니었다. 어느 단원은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짬이 날 때마다 음식 배달 일을 한다고 했고, 또 다른 단원은 학교로 긴급돌봄 수업에 나간다고 했다. 이들 역시 매년 재계약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호소했다. 그들의 요즘 고민은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될까"였다. 그렇다면 이는 용인시립합창단원들만 겪고 있는 어려움일까. 경기도내 15곳 소속자 507명 설문 불만족 42.4%·매우 불만족 16.2% 임금 71.6%·고용불안 46.2% 꼽아 경인일보는 지자체 예술단 소속 예술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지난달 18일부터 24일 사이 네이버 오피스 폼을 이용해 '경기도 지자체 예술단 노동 실태조사' 설문을 진행했다. 이번 설문에는 경기아트센터와 수원·성남·과천·안양·의정부·부천·용인·파주·남양주·광명·시흥·고양·안산·양주시립예술단 등 15개 예술단 소속 단원 507명이 참여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예술단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
문화는 경제, 교육, 의료 등과 마찬가지로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기회의 편차가 크다. 서울이 수도의 위상을 한참 뛰어넘어 '서울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배경에는 서울과 비서울 지역 간 문화적 격차도 존재한다. '문화에도 분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한정된 인력과 자원 속에서도 경기도와 도내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다. 설립 근거가 되는 조례 대부분은 예술단 설치 목적을 '시민정서의 함양과 지방문화 예술의 창달'에 두고 있다. 문화 복지 서비스를 강화해 더욱 살기 좋은 지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목적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자체 예술단 소속 예술노동자들은 '우리가 과연 꼭 필요한 존재인가'라는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저임금과 고용 불안, 비민주적 예술단 운영 방식 등과 관련한 불만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울 만큼 쌓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지자체를 불문하고 예술단 내 여러 갈등이 터져 나오는 원인 등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이강선(가명·30대)씨는 지난 2017년 8월 베이스 파트 단원으로 용인시립합창단에 입단했다. 그는 합창단
道평균 '25.4명'보다 낮은 수원시 35.3명 - 17.7명 구별로 2배 격차 원인 제각각, 예방사업 특화해야 일본과 핀란드는 한때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였다. 동시에 자살률을 큰 폭으로 낮춘 경험이 있는 국가다. 일본의 자살률은 1999년 23.4명에서 2017년 14.9명으로 줄었다. 핀란드 역시 같은 기간 23.1명에서 14.6명으로 낮췄다. 두 국가의 자살률이 감소한 이유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지역사회의 참여다. 정부는 이미 다양한 자살예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획일적인 자살예방사업은 모든 지역에서 똑같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존재하지 않듯, 같은 목적의 사업도 각 지역의 사정을 고려해 달리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 역할은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몫이다. ■ 구마다 동마다 다른 자살률 수원시의 2019년 자살률(인구 10만명 당 사망자 수)은 25.2명이었다. 경기도(25.4명)와 전국(26.9명) 자살률보다 낮다. 그런데 수원시 자살률을 구별로 나눠보면 평균에 가려진 숫자가 드러난다. 수원시 4개 구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A구는 35.3명, 가장 낮은 D구는 17.7명이었다. 같
수원시 '청소년생명지킴이단' 사업 운영 꾸준한 심리부검·생명사랑의료기관 지정도 용인시 '노인문제 집중관리 필요성' 분석 '청춘사진관 기획' 유연한 접근방식 택해 지자체의 자살예방사업은 이처럼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수원시는 지역특화사업으로 '청소년생명지킴이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청소년 게이트키퍼를 양성해 또래 간 안전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배경에는 청소년 인구 자살률 증가 문제가 있다. 수원시의 19세 이하 청소년 자살 사망자 수는 지난 5년(2014~2018)간 연평균 4.7명이었다가 2019년 9명으로 급증했다. 수원시는 지난 5년간 자살 사망자들의 '심리부검' 사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심리부검은 사망자의 과거 행적을 추적해 자살에 이르게 된 원인을 밝히는 과정이다. 다년간 쌓인 자료는 지역에 필요한 자살예방사업을 만들어낸다. 수원시자살예방센터가 심리부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살 위기를 경험한 사람들 다수가 사망 한 달 전쯤 몸이 아파 병원에 방문한 경험이 있다는 특징을 보였다. 정신과적 증상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이는 '생명사랑의료기관'이라는 사업으로 이어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