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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TK 정치권 바뀌어야 산다] 보수의 심장? 보수 못 하면 들러리 전락

(중) 입닫고 모래알로 지낸 1년…"언제까지 점잔만 뺄겁니까?"
선거 때만 되면 물갈이론 시끌…다선 의원 대거로 배출하고도 중앙 무대 큰 힘 발휘 못 해

 

"언제까지 점잔만 빼고 앉아 있을 겁니까. 이제는 대구경북(TK) 정치권이 보수정당 '최대 주주'에 걸맞은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지난 2월 1일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에서 '가덕도 신공항 찬성'을 선언하고서 TK 반발 여론을 묻는 말에 "더 이상 다른 이야기를 할 필요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강주열 대구경북하늘길 살리기 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이 지역 정치권을 향해 분통을 터뜨리며 한 말이다.

그로부터 넉 달이 흐른 6월 14일 현재 "TK 정치권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전사, 스타플레이어가 없다. 무기력하다"며 비슷한 지적이 또 다시 나온다. 11일 막을 내린 제1야당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그간 '보수의 심장'을 자처해온 TK 정치권이 들러리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을 맞으면서다.

 

◆21대 국회, 화려한 시작

 

지난 4·15 총선 직후만 해도 TK의 정치적 위상 변화 기대감이 고조됐다. 그간 지역 정가에서는 TK 정치권이 중앙 무대에서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선거 때만 되면 제기되는 물갈이론으로 중앙무대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다선(多選) 의원이 부족하다"고 변명했다.

 

그런데 지난해 총선 때 TK에서 5선 2명·3선 2명·재선 9명 등 다선 의원이 대거 배출됐다. 특히 20대 국회 TK 전체 의석수 25석 가운데 초선이 절반 정도인 12명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전반적 선수 상승 현상이 두드러졌다.

 

정치권이 선수에 따른 역할이 나뉜 만큼 지역 정치권이 당 지도부 및 원내지도부 등 핵심 당직,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 등 포진할 곳이 많아 지역 현안에 적잖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재선 이상 의원들의 지난해 총선 득표 현황을 살펴보면 표심에서도 지역민의 기대감이 드러난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군위의성청송영덕)은 득표율이 80% 육박하는 79.3%를 기록, 지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한 송언석 의원(김천)도 득표율 74.5%로 상대 후보에 3배 넘는 지지를 얻었다. 대구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류성걸(대구 동갑)·곽상도(대구 중남)·추경호(대구 달성) 의원 등이 67% 이상 득표율을 기록했다.

 

◆침묵으로 보낸 21대 국회 1년

 

하지만 21대 국회 개원 1년 만에 TK 정치권의 존재감은 사라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갑)이 지난 1년 원내대표로 제1야당을 이끈 탓에 이목을 끌었을 뿐 TK 의원들의 정치적 목소리는 실종됐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대구 수성을)이 이따금 소리를 높였으나 국민의힘 복당 문제가 주요 쟁점이었다. 이처럼 지역 정치권이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스스로' 변방으로 나가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지역의 미래도 덩달아 암울해졌다.

 

 

 

단적인 예가 지난 2월 있었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및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통합신공항 특별법) 상임위 처리 무산 국면이다. 당시 TK 정치권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반대'에서 '지지'로 갈팡질팡한 김종인 위원장 리더십에 쓴 소리를 하기보다 눈치 보기로 일관했다.

 

특히 지난 2월 1일 김 위원장이 가덕도 신공항 사업 지지를 선언했지만, TK 지역구 국회의원 25명(국민의힘 소속 23명) 중 2명만이 "절차적 정당성이 준수되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복수의 TK 의원들은 "당 차원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적극 지지한다고 발표했는데 같은 날 이를 반대한다면 여당의 영남 갈라치기 전략에 끌려가는 것"이라는 말로 동참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심지어 한 의원은 "사실은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선거는 선거대로 치러야 한다는 말"이라며 "괜히 나섰다가 나중에 책임론에 휘말릴까 몸을 사리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득표율이 낮으면 지역민 눈치 보느라 좌고우면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지역민이 강한 지지를 보내준 것은 소신껏 정치 활동을 하라는 의미"라면서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인데 침묵하는 정치인은 살아있는 송장과 다름없다. 이는 표를 몰아준 지역민의 정서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소속 한 보좌관도 "TK 정치권에서 스타 의원이 나온 적이 있었느냐"며 "송곳 질문으로 국무위원들을 쩔쩔매게 하는 의원은 대부분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이것은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 의원이 정부여당을 제대로 공격만 해도 언론이 주목하고 지역구에서 환영받는다. TK 정치권이 현 상황을 타개하고 당내 위상을 회복하려면 장기적 안목에서 정강정책 등 비전 제시에 내공을 보여주는 한편 현안에도 과감히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리멸렬했던 6·11 전당대회

 

아울러 TK 정치권의 일사불란한 모습 부재 현상도 도마에 오른다. 당장 이번 전당대회만 보더라도 주호영 의원이 출사표를 쓸 때만 해도 "15년째 따라다니는 '당권 불임 지역' 꼬리표를 떼자"고 했지만,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고 '이준석 돌풍'이 불자 곧바로 사그라졌다. 이처럼 TK 정치력 응집이 안 되면 '변방' 신세는 계속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한 의원은 A 후보를 돕고 싶은데, B 후보 눈치를 보느라 갈팡질팡한다는 등 '줄 서기' 뒷말이 끊이질 않았다"면서 "지역 출신만 붙들고 있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TK 정치권은 구심점을 토대로 한목소리를 내는 등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향후 지역 현안에 대한 당내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보수정당 전당대회, 대선주자 경선 때면 주자들이 책임당원의 30%가 있는 TK에 앞 다퉈 오면서도 돌아서면 '영남 출신이 전면에 서면 안 된다'며 'TK 패싱'을 일삼는다. TK 정치인들이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니 지역이 표만 주고 외면 받는 것"이라면서 "이제는 TK 정치인들이 자성과 함께 정치력 복원을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지역 정치권 관계자도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진 9년 동안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TK 정치권은 완전 변방으로 밀려났고, 권부의 중심에 있던 영포회와 진박(진짜 친박근혜)은 추억 속 단어가 됐다. TK 정치권이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비빌 언덕이 사라진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TK 정치인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지면 지역 현안 해결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준표 기자 pyoya@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