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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현장르포] 인천지역 홀몸노인 단칸방 '힘겨운 여름날'

외로움만 있는 '독거식사'… 찜통더위까지 겹쳐 밥맛을 잃다

 

 

화수동 80대 옥탑방에 선풍기만
높은 습도 속 화장실엔 '곰팡이'
"사람 만날 일이 없어 답답하다"

무료급식소 2주간 도시락 배달
먹지 않은 채 버리는 경우 많아


연일 이어지는 찜통 더위에 단칸방에서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낡은 선풍기에 의지한 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르신들은 거동이 불편한 데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바깥출입이 더 어려워져 고립된 삶 속에서 극심한 외로움을 겪고 있다.

22일 오전 11시께 인천 동구 화수동에 사는 제모(80)씨는 어두컴컴한 단칸방에서 연식이 오래된 선풍기를 켜놓고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저층 다세대 주택의 3층 옥탑에 있는 제씨의 방은 후텁지근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높은 습도 속에 방과 창문이 없는 화장실엔 곳곳에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생수를 살 돈이 없었던 제씨는 수돗물을 냄비에 붓고, 길거리에서 따온 방앗잎과 열매를 한가득 넣고 끓였다. 더위에 지친 제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천천히 손으로 계단을 짚으며 1층으로 내려와 세워둔 보행기를 끌고 인근 신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에어컨 바람을 쐬기 위해서다.

점심때가 되자 그는 최근 다시 문을 연 무료급식소로 향했다. 그는 "평소라면 오전에 나가서 슬슬 산책도 좀 하고 다녔겠지만 코로나19에 폭염까지 더해 이마저도 어렵다"며 "석 달에 한 번씩 처방전을 받기 위해 보건소를 가는 것 외에는 사람을 만날 일이 없었으니 답답함이 컸다"고 토로했다.

동구 만석동의 단칸방에 홀로 사는 김모(85)씨는 방문을 열어놓고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병원을 다녀온 길이다. 김씨는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살아야지 별수 있느냐"며 "더위도 힘든데, 코로나19로 이웃들과 얼굴을 잘 못 보니까 더 힘들다"고 했다.

사회적협동조합 인천연탄은행·밥상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는 지난해 2월부터 1년 넘게 문을 닫았으나 최근 문을 다시 열었다. 어르신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나서다.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해 급식소 운영 일수와 좌석 수를 줄이고, 낮 12시에서 12시 40분까지 세 차례에 걸쳐 7~10명씩 순번제로 배식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급식소를 운영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자원봉사자도 줄었다. 하지만 다시 문을 연 이유가 있다. "무더위 속에 몸이 지치는 데 혼자 끼니를 때워야 하니 마음마저 지친다"는 노인들의 얘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만한 게 지난달 2주 정도 급식 대신 도시락 배달을 했으나 대부분 이를 먹지 않은 채 그대로 둬서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 급식소를 찾는 한 어르신은 "무더위 속에 코로나19로 인해 바깥 외출도 못 하고, 쌀이 있어도 혼자 해먹을 바엔 안 먹는다"며 "서로 모르는 사이라도, 내 앞에 움직이는 사람이 있어야 밥을 먹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고 한다.

정성훈(52) 인천연탄은행·밥상공동체 대표는 "노인들 사이에선 '독거 식사'라는 말이 있는데, 젊은 세대가 혼자만의 식사를 즐기는 '혼밥'과 달리, 이 말은 혼자 사는 노인들의 외로움이 담긴 말"이라며 "코로나19가 지속하면서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더욱더 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인천시가 지난 6월 기준으로 집계한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42만2천658명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정부 지원금인 주거급여와 생계급여, 의료급여를 받는 노인은 각각 10.6%(4만4천829명), 7.6%(3만2천154명), 7.02%(2만9천678명)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폭염에 대비해 시민과 공무원으로 구성된 재난 도우미가 노인들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필요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