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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일본군 동굴진지 이면에는 도민들 피눈물과 恨 맺혀

제주도동굴연구소, 광복 76주년 앞두고 동굴진지 현황조사.증언채록 발간
도내 120곳에 448개 구축...온 섬을 요새로 만들어 미군 상륙에 대비
손인석 소장 "80년이 흐르면서 매몰...아픈 과거에 대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돼야"

 

 

일제가 패망하기 직전인 1945년 8월까지 제주지역은 일본군이 파 놓은 동굴진지로 온 섬이 요새화됐으며, 강제 동원된 많은 이들이 희생을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동굴연구소(소장 손인석)는 광복 76주년을 앞둔 11일 일본군 동굴진지 현황조사 및 증언채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에 구축된 동굴진지는 제주시지역 75곳에 278개, 서귀포시지역 45곳에 170개로 모두 120곳에 448개로 확인됐다.

성산일출봉과 모슬포 송악산, 조천 서우봉, 고산 수월봉, 서귀포 삼매봉 등 해안에는 해군 특공대기지가 들어섰고, 미군 상륙 함정을 공격할 자살보트 ‘신요(震洋)’와 인간 어뢰 ‘카이텐(回天)’을 숨겨놓았다.

오름에는 위장진지, 전진거점진지, 주저항진지 등 전술적 용도로 구분됐고, 복곽진지는 항복하지 않고 마지막 1인까지 남아 옥쇄(깨끗이 죽음)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구축됐다.

일제는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마지막 거점으로 제주도를 선택, 7만4781명의 병력을 배치하는 ‘결7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도내 곳곳에 동굴진지를 파놓았고, 비행장도 4곳이나 만들었다.

보고서에는 제주도민 중 젊은이들은 전쟁터와 동굴진지 구축을 위한 노무자로 강제징용 당했고, 노인과 학생은 비행장 건설에 동원됐으며 농민들은 식량 공출로 수탈을 당하는 등 전쟁 수행에 전 도민이 동원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동굴진지 구축에 동원됐거나 이를 목격한 13명의 증언을 수록했다.

안재만씨는 제주북초등학교 졸업 후 산천단에 주둔한 일본군 사령부에서 문서 전달 역할을 맡으면서 동굴진지 내부를 볼 수 있었다.

동굴은 굴착기 등 기계 대신 인력을 동원해 큰 대못과 야전삽을 이용해 팠다고 밝혔다.

김기선씨는 16살 나이에 청년훈련소에 입소한 1945년 애월읍 새별오름 일대에서 강제 노역을 했으며, 함바집과 비슷한 초가에서 쌀수수와 보리밥을 먹으며 고된 노동을 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윤경도씨는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국제공항) 건설공사에 학생들은 근로봉사라는 명목으로 동원됐고, 성인 남자들은 순번을 정해 도내 전역에서 차출돼 노역을 했다고 밝혔다.

아버지가 병환이 있으면 어린 아들이 대신 공사현장에 나가서 20일 동안 노역기간을 채워야했다고 진술했다.

손인석 소장은 “종전이 되면서 대부분의 동굴진지는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공사가 중단된 사례가 많고, 구축된 지 80년이 넘으면서 매몰되고 있다”며 “사라질 위기에 놓인 동굴진지를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 후손들에게 한시대의 아픈 과거에 대한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원형 복원과 활용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