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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2021 만해축전 전국고교생백일장]대상(국무총리상) 수상작-시

  • 등록 2021.08.20 11:16:48

병실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김예강(남원국악예고 3년)

 

 

2021 만해축전 제23회 전국고교생백일장에서 대상인 국무총리상과 축전상인 문화체육부장관상 등 입상자 43명이 최종 선정됐다.

지난 12일 치러진 올해 만해축전 전국고교생백일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다. 입상자 명단에 오른 청소년들은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집중 심사를 통해 빼어난 글솜씨를 인정받으며 대한민국 최고의 청소년 문학축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주요 상을 받은 수상자와 수상작품을 소개한다.

 


병실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

우리는 이번 계절의 개화를 꿈꾸며 발바닥을 들었다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났던 언니가 병문안을 오는 날

나는 언니가 오기 전에

병원에 있는 정원에서 산책을 했고

얕게 뿌리를 내린 화분에 물을 주었으며

물뿌리개에 물을 채워 두었다

언니는 다정하게 미닫이문을 열었다

지난 계절에는 심심한 병식을 입에 넣을 때마다

뿌리에 묻은 흙처럼 언니가 곁에 있었다

언니는 나에게 아직 활짝 피지 않은 분홍색 튤립을 내밀었다

나는 이번 겨울 내내 병원에 있었다

머리맡에 봄 하나를 걸어두렴

나는 물병에 튤립을 넣어두었다

뿌리가 잘린 튤립이라도

봄이 왔다는 것을 체감하게 해 주었다

병실 밖으로 떠나는 기차표를 이마에 대는 꿈을 꿨지

모든 침상들은 발목이 아름답지만

나는 발목을 들어서 밖으로 떠나지 못한다

우리는 병실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

언니는 나에게만 들리게 귓속말을 했다

나중에는 꼭 함께 떠나자

어떤 말들은 언니가 돌아가도 함께 귀가하지 못하고

귓가에서 흔들렸다

언니가 돌아가고 나는 머리맡에 분홍색 튤립을 두었다

그날 밤 오려둔 햇살이 심장처럼 따뜻하게 내렸다

꿈속에서 민들레 꽃씨가 뿌리를 덮는 흙처럼 나를 감쌌다

가장 굵은 자갈처럼 계절이 머리맡을 흔들었다

두 다리로 걷지 못하는 병상의 보조 침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