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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첫 주말 표정

익숙한 듯 생소한 ‘추억 만들기’
가족·연인 등 다양한 연령층 관람객 적극 참여
4000개 종이꽃 촬영…다양한 체험프로그램 인기

 

관람객 이정아씨는 ‘Peace of mind’ 작품을 통해 오늘 작곡가가 됐다. 몇개의 간단한 코드를 입력하고 몇 초가 지나자 그가 입력한 코드가 아름다운 멜로디로 변환돼 피아노로 연주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 AI 작곡가 ‘이봄’ (카이스트 안창욱 교수 연구팀) 덕이다. 피아니스트 없는 피아노가 ‘홀로’ 연주하는 모습에 다른 관람객들은 신기한 듯 영상 촬영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전익관의 ‘자연을 찾아가는 캠퍼’는 여유로운 자연 속 캠핑 현장에 온 듯한 기분이 드는 작품이다. 관람객들은 캠핑카 안에 들어가 이모저모를 살피고 작가의 오토바이에도 올라 타 본다.
 

지난 1일 광주시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에서 개막한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첨단기술과 아날로그적 풍경이 어우러진 전시 현장이다. 또 환경과 생태 문제, 기계와 인간의 관계 등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예술가들의 해답을 만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직접 참여하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넉넉히 시간을 갖고 관람하면 즐거움이 두배다.

첫 일요일인 5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는 가족, 연인 등 다양한 연령층의 관람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들만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모습이었다. 본격적인 관람이 시작된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모두 2600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관람객들은 첫 작품인 디뮤지엄과 완다 바르셀로나의 ‘색에서 영원으로’에서부터 발길을 멈추고 다양한 색감의 4000개 종이꽃들이 만들어내는 모습을 촬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또 5·18 피해 당사자들을 광주교도소 등 ‘그 때 그 현장’으로 데려가 촬영한 김은주 작가의 ‘치유되지 않은 빛’시리즈를 접한 관람객들은 각각의 피해자들의 사연이 담긴 글을 꼼꼼히 읽으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기도 했다.

새소리와 물소리가 들리는 ‘식물극장’ 역시 인기가 높았다. 이 작품은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식물의 향연과 벽면에 설치된 유리로 만든 정원, 실제 자라고 있는 다채로운 식물들, 직접 넘겨 가며 읽어볼 수 있는 식물에 관한 책과 글귀들이 인상적이다.

 

 

검은 장막을 하나씩 걷어가며 작품을 만나는 1전시실의 마지막은 탁 트인 넓은 공간이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수십종의 의자 컬렉션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조리도구 등 장애인들을 위한 디자인, 더이상 불을 밝히지 않는 폐선의 집어등을 조합해 작품으로 구현한 부지현 작가의 ‘Luminous’ 등 다채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관람객들은 버려진 마스크를 재활용해 만든 의자, 수십권의 책을 이어붙어 만든 책의자, 이제는 전설이 된 멘디니의 ‘푸르스트 체어’ 등을 촬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0여개의 대형 테이블마다 각각의 주제로 작품이 전시된 2전시실은 관람객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간으로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섹션이다. 특히 ‘레게음악의 왕’ 밥 말리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흥미로운 공간이기도 하다. LP에서 흘러나오는 밥 말리의 음악을 헤드폰을 낀 채 감상하고, 몰스킨 전시와 함께 자신만의 다이어리도 만들어볼 수 있다. 또 자동차가 가구가 되고 교류의 장이 되는 유쾌한 작품 ‘The HSI’은 사진 스폿으로 인기가 높다.

또 김상연 작가의 ‘우주를 유영하는 고래’는 플라스틱, 어망, 철 등 해양 쓰레기와 AI 기술을 결합한 작품으로 해양오염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그밖에 ‘홀로렌즈R 2 기반 메타버스 체험 공간’, ‘미래 자율 주행 차량 XR랩’ 등 첨단 기술을 만날 수 있는 3전시관에서 다양한 체험(현장 예약)을 즐기는 이들도 많았다.

이번 비엔날레 홍보대사인 조수미 홀로그램 극장은 가장 인기 있는 코너 중 하나다. 조씨가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 아리아’, 가요 ‘나 가거든’, 호프만의 ‘인형의 노래’ 등을 부르는 장면을 최첨단 기술로 구현해낸 콘서트 장면은 인상적이다.

장애우들과 전시장을 방문한 김명례 활동지원가는 “비엔날레에 비해 디자인비엔날레는 좀 더 쉽고 볼거리도 많아 흥미롭게 관람했다”며 “특히 장애인들은 감정을 잘 표현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체험을 하며 반응을 보이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남편, 7살 딸 아이와 함께 방문한 김정희씨는 “익숙한 작품도, 생소한 작품도 있어 디자인이라는 게 우리 삶과 아주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미래 우리 삶의 모습과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2~4일에는 ‘기본에서 시작하는 혁명(from the Basics to the Revolution)’을 주제로 국제컨퍼런스도 열렸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날 컨퍼런스에서 피터 젝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협회 회장은 “미래에는 자연과 인공이 결합된 새로운 현실이 펼쳐지고 데이터로 만들어진 새로운 인간 유형이 등장한다”며, “디자인은 인간과 시스템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및 상호작용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카림 하비브 기아자동차 글로벌디자인담당 전무, 윤송이 NC 소프트 사장, 안선영 바로스코퍼레이션 대표 등이 참여, 현재와 미래의 혁신적인 가치창출을 선도하며 새로운 디자인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월요일 휴관. 1시간에 300명 입장 가능.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