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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의재미술관 재개관] 돌아온 인연의 ‘향기’

개관 20주년, 의재 탄생 130년
개인 소장작 재개관 기념전
매주 토요일, 호남서화 강좌도

 

미술관 안으로 무등산이 가득 들어왔다. 이제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미술관 로비에서 바라보는 무등산은 가장 아름다운 한 폭의 가을 풍경화를 연출할 터다.

국립공원 무등산 자락, 의재미술관(관장 이선옥)이 1년 8개월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조성룡 건축가와 김종규 교수가 공동 설계한 미술관은 자연과 어우러진 건물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200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했었다. 하지만 개관 20년이 넘어가면서 시설이 노후화돼 전시 등에 애를 먹었고 국비와 시비를 들여 리모델링을 진행, 최근 새롭게 관람객을 맞기 시작했다. 올해는 미술관 개관 20주년, 의재 허백련 탄생 130주년을 맞는 해여서 새롭게 단장한 미술관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미술관으로 들어서면 탁 트인 공간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매표소와 다양한 문화상품을 판매하는 코너를 지나면 넓은 유리창 너머로 푸른 나무와 파란 하늘이 한 눈에 보이는 로비가 나타난다. 다양한 색감의 옻칠로 제작한 탁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멋진 공간이다.

이번 공사를 통해 비어 있던 지하를 전시장으로 활용,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했다. 또 의재 관련 영상과 미디어아트 작품 등을 상영하는 영상전시실도 마련했다. 2전시실에서 3전실로 이어지는 곳은 디자인하우스가 참여해 의재 선생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선생이 생전에 쓰던 화구와 다기, 가구 등을 배치해 생전의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는 3전시실로 이어지는 공간에는 자택에서 환한 웃음을 터트리는 선생의 대형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상설 전시실로 꾸며진 3전시실은 현대적 느낌이 나는 전문 조명을 설치해 의재 선생의 병풍과 산수화 등의 작품을 색다른 분위기로 만날 수 있다.

현재 열리고 있는 재개관 기념전은 ‘문향(聞香) 인연의 향기를 듣다’전(11월29일까지)이다. 산수화, 사군자, 화조화 등 34점의 전시작은 의재가 인연을 맺은 누군가에게 마음을 담아 그려준 그림과 글씨다. 개인 소장작인 터라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작품들이며 전남대박물관, 일민미술관, 부산시립박물관에서도 의미있는 작품을 대여했다.

이번 전시는 사람의 향기가 그 어느 때보다 그립고, 안부를 묻게 되는 요즘에 맞춤한 기획이다. 의재가 ‘누군가’를 마음에 품은 채 그리고 쓴 작품들은 따뜻하다. 가족에게, 제자에게, 지인에게 정을 담아, 격려의 의미로, 장수와 편안을 기원하며 그려준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우리가 받은 작품처럼 위로가 된다.

 

 

의재는 80넘어 첫 손자를 본 친구 최경식에게 축하의 마음을 담아 자손의 번성을 기원하며 난과 목련을 소재로 한 ‘난정옥수’(蘭庭玉樹)를 그려 보내고, 함께 농업학교를 만든 오방 최흥종 목사의 회갑에는 그의 덕과 장수를 기원하는 ‘천보구여’(天保九如)‘를 선물했다.

‘그림 속에 시가 있다’는 뜻의 ‘화중유시’(畵中有詩)는 춘설헌을 통해 인연을 맺어온 최원순의 손자 최영훈 화백에게 써준 글귀다. 최 화백은 1970년 첫 개인전을 열 무렵 춘설헌으로 의재를 찾아갔고, 의재는 후배 작가를 격려하며 글씨를 써주었다. 또 가장 친한 친구였던 이당 김은호 화백에게 그려준 작품 ‘산수’와 연진회 창립회원인 근원 구철우에게 그려준 ‘계산소우’는 청록산수화로 눈길을 끈다.

 

 

지하 전시실에서는 또 하나의 ‘인연’을 만나는 전시가 열린다. 독립운동가이자 사회주의운동가였던 지운(遲耘) 김철수 서예전이다. 그는 의재를 만나러 수시로 무등산을 찾았고 두 사람이 함께 심은 매화와 연산홍은 지금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전시작은 의재의 장손 직헌 허달재 화백에게 써 준 글귀들이다. 1979년 의재가 세상을 뜬 후에도 그는 직헌을 친손자처럼 여기며 자주 만났고, 삶의 등불이 되는 글들을 써 줬다.

재개관을 맞아 호남한국학 열린 강좌도 진행하고 있다. ‘근대 호남 서화 폭넓고 깊게 알기’를 주제로 매주 토요일(오후 2시) 열리는 강좌(온라인·현장 강좌 병행)는 이태호 명지대 명예교수의 ‘호남서화의 전통’을 시작으로 10회에 걸쳐 진행된다. 11일에는 ‘호남 서화의 전통2’가 이어지며 ‘교육자이자 사회사상가 의재 허백련의 삶’(18일·정병춘 한국 차산업중앙협의회 고문) ‘새로운 남종문인화의 모색:남농 허건’(25일·최경현 인천공항 문화재 감정관) 등의 강의가 오는 11월 6일까지 이어진다.

티켓 가격 2000원. 차와 먹을거리 추가하면 5000원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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