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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당신이 모르는 엑스포 스토리 ⑪] 호주 브리즈번, 월드엑스포가 개최 도시에 남긴 선물

대한민국의 미래, 부산엑스포 유치 응원 연속 기획
호주 브리즈번 1988년 월드엑스포 개최 후 도시 극적 변화
낙후한 도시에서 글로벌 인지도 갖춘 관광 도시로 발돋움

 

세계 3대 이벤트인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와 올림픽, 월드컵 가운데 월드엑스포는 여러 면에서 스포츠 이벤트와 다르다. 스포츠 이벤트의 관심은 주로 경기에 집중되지만, 직접 현장을 찾는 월드엑스포는 개최 도시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

 

또 월드엑스포 개최 도시는 국가관 등 시설물 건설과 사후 관리에 통제권을 가진다. 월드엑스포가 끝난 뒤에도 드넓은 부지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엑스포를 마친 뒤 전시관 철거 지역에 공원 등을 만들거나, 주택 단지를 조성한 개최 도시가 많다. 북항 재개발 지역을 전시장으로 활용할 예정인 부산월드엑스포 부지에도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열려 있다.

 

올림픽과 월드컵의 경우 짧은 기간에 제한된 공간에서 열려 지역민 참여가 힘들지만, 6개월 동안 개최되는 월드엑스포는 시즌 입장권, 야간 관람권, 지역민 할인 등 다양한 방식을 마련할 수 있다.

부산이 이런 장점을 가진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한다면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과거 등록엑스포 개최 도시의 경험을 들여다보면 부산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시는 쓰레기 매립지 ‘코로나 덤프’를 1939년 월드엑스포 부지로 바꿔 뉴욕 시민에게 거대한 도심 공원을 선물한 것으로 유명하다. 1930년대 뉴욕 내 버려진 150만 평 부지에 220만 달러를 투입해 공원과 교통망을 갖춘 공간으로 변모시켰기 때문이다.

 

여러 개최 도시 가운데 호주 퀸즐랜드 주의 주도 브리즈번을 눈여겨 볼 만하다. 동남부의 항만 도시 브리즈번은 시드니나 멜버른에 비해 ‘존재감’이 없었다. 낙후한 도시를 세계적인 관광 도시로 변모시켜 생명력을 불어 넣은 건, 다름 아닌 1988년 브리즈번월드엑스포였다.

 

호주 건국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브리즈번월드엑스포는 처음부터 관광 산업을 통한 도시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엑스포 주제부터 ‘기술 시대의 레저’로 정했다. 1982년 영국 연방 국가의 종합 스포츠 대회인 ‘코먼웰스 게임’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도시 역량을 인정받아 1983년 12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승인을 얻었다.

 

 

브리즈번은 특히 남쪽 강변 지역인 ‘사우스뱅크(South Bank)’를 월드엑스포 개최지로 정해 도시 재생을 시도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이 월드엑스포를 잘 알지 못한 데다, 어시장과 낡은 공장, 주택지가 들어선 예정지의 저소득층 주민을 이주해야 하는 등 걸림돌이 만만찮았다. 저소득층 거주지가 철거되자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주민들이 반발했고, 새로운 개발 계획에 기존 도심지 상권 등지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지역과 중앙 언론은 월드엑스포에 과다한 비용을 투자하는 게 아닌지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런 난관을 뚫고 브리즈번월드엑스포는 52개 국가관과 32개 기업관 등으로 전시장을 채우며 예산 범위 내에서 제때에 열렸다. 뜨거운 햇볕을 막는 돛 모양의 대형 차양이 즐비하게 세워졌고, 중심에는 38m 높이의 스카이니들 타워가 밤마다 레이저 광선을 쏘아올렸다.

 

대한민국이 올림픽 개최 준비에 한창이었던 1988년 4월 30일,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식이 열렸다. 6개월 동안 하루 평균 10만 명, 모두 1800만 명이 월드엑스포를 관람했다. 개막 11주 전 이미 입장권 판매 목표를 넘겼다.

 

반대 여론도 점차 뜨거운 열기로 변하면서 도시 개조의 원동력이 됐다. 지역민들이 사들인 시즌 입장권은 50만 장을 넘어섰고, 세계 수준의 문화와 여가 생활을 경험한 지역민은 문화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전통 예술품으로 엑스포에 참여한 원주민 커뮤니티와 관계를 개선한 것도 큰 성과였다.

 

당초 퀸즐랜드 주와 브리즈번 시는 엑스포 부지를 매각해 고급 호텔과 무역센터, 주거 지역으로 채워진 관광 지구를 만들 계획이었다. 엑스포를 체험한 지역민의 여론은 월드엑스포에서 경험한 흥겨운 축제와 여유로운 여가 생활 분위기를 지속하자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결국 시민공청회 등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엑스포 부지 절반을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도심의 인공 해변을 포함한 공원과 여러 예술·문화 시설이 조성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마땅한 수익원이 없고 주민 활용도가 낮아지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브리즈번은 우선 공원 지역이 주변과 단절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결로 등 접근성을 보완하고, 판매 시설과 축제 공간 등을 추가해 지역민을 끌어들이는 업그레이드된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그랬더니 조용했던 공원은 도심 속 해변에서 수시로 축제와 이벤트가 열리고, 카페가 즐비한 지역민의 휴식 공간이자 관광지로 거듭나게 됐다. 호주 내에서도 인지도가 떨어지고 ‘재미’가 없었던 변방 도시 브리즈번은 그렇게 문화와 레저를 즐기는 세계적인 도시로 화려하게 다시 태어났다. 브리즈번 시민은 월드엑스포 개최를 전후해 도시 윤곽이 완전히 바뀌는 발전을 이루었고, 지역민들의 여가 문화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살고 싶은 도시가 됐다.

 

이처럼 2030 부산월드엑스포가 부산 북항 일대에서 개최된다면, 전시장 뿐만 아니라 주변 원도심과 부산 전역, 나아가 부산·울산·경남, 대한민국 전체에 미칠 유·무형의 파급효과가 어떠할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 공동 기획 : (사)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박세익 기자 r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