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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차례상 확 줄이고 교대로 고향 방문…코로나가 바꾼 명절 신풍속도

백신접종 등 따지기 힘들다 형제별 날짜 나눠 고향 가고 차례 지내기 않는 가능 늘어
"만들기 힘든 탕·산적 없애고 가족 잘 먹는 음식 차례상에"
젊은 층에게 추석이란 '학업 정진' 절호의 찬스로

 

 

#대구가 고향인 직장인 김모(53) 씨는 어렸을 때부터 대구에 있는 큰집을 찾아 명절 차례를 지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코로나19로 차례 때문에 큰집에 가지 않게 됐다. 김씨의 부친이 코로나로 차례를 지내지 않고 기제사는 아버지와 삼촌들만 모여서 지내기로 간소화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올해는 차례를 지내러 대구에 가지 않았다"며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어도 예전처럼 온 식구가 모여 차례를 지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박모(55) 씨는 올 추석 전날 차례음식 준비로 예전처럼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됐다. 서울에 사는 시동생 부부가 코로나로 대구에 오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 가짓수도 1년 전에 비해 대폭 줄였다. 박씨는 "차례 음식이 줄어 예전보다 음식 준비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 수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면서 차례 문화가 간소화되고 있다. 차례를 지내는 가정은 형제가 교대로 고향을 방문하는 증 조심스럽고 차분한 추석 분위기를 보였다.

 

◆간소화된 명절 차례 문화와 가족 모임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천729명으로, 이는 월요일 확진자로는 최다 기록이다. 특히 연휴 시작인 지난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나흘째 요일 최다 기록이 이어졌다.

 

이렇게 코로나 장기화 속에서 명절을 3번 겪으면서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늘고, 이와 함께 차례 음식을 줄이는 등 간소화 바람이 불게 된 것이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회사원 김모(43) 씨는 "이번 추석부터 30여 가지가 넘는 차례상 음식을 10여 가지로 줄였다"며 "그동안 전과 산적, 탕 등을 집에서 장만했으나 올해부터는 밀키트와 대형마트에서 조리된 음식을 구입해 차례에 썼다.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이 '차례상을 간소화하고 먹기 좋은 음식으로 차리라'고 하셨다. 음식 가짓수를 줄이는 것은 물론 산적 대신 가족들이 즐겨 먹는 갈비찜을 차례상에 올렸다"고 했다.

 

연휴 기간임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숙지지 않으면서 추석맞이 고향 방문과 가족 모임 전반에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백신접종자 포함 가족 모임이 8인까지 허용됐지만, 여전히 가족 모두가 한 집에 모이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형제가 시간차를 두고 교대로 본가에 다녀오거나, 부부가 시댁과 친정을 각자 방문하는 형태를 보이기도 했다.

 

장모(62·대구 동구 신서동) 씨는 "20일에 가족과 함께 경북 예천군 용궁면에 있는 본가에 다녀왔다. 어제는 3남 1녀 중 막내인 내가 고향을 방문하기로 정한 날이었다. 추석 당일은 울산에 사는 둘째 형님네가, 22일은 서울에 사는 누나네 식구들이 방문하기로 미리 정했다"며 "형제들이 다 모여 성묘를 지내고 근처 식당에 식사하러 가는 게 명절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추석을 맞아 부산에서 대구 큰집을 방문한 강모(40) 씨는 "양가 친척들 백신 접종 여부를 하나하나 따져서 방문 일정을 짜는 게 힘들어 고향 방문은 아내와 각자 알아서 다녀오기로 했다. 장인댁에 작년에도 못 갔고 올 설에도 전화만 드려서 웬만하면 가려고 했는데 아쉽다"고 했다.

 

◆식당에는 소규모 손님이 대부분

 

대구를 비롯한 비수도권 거리두기 3단계 이하 지역에선 예방접종 완료자 4인 이상을 포함한 최대 8명까지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4인 이하의 소규모 모임이 주를 이루는 모양새다.

 

추석 당일인 21일 정오쯤 대구 동구의 한 고깃집. 입구엔 '단체석 및 연회석 완비'란 현수막이 걸려 있지만, 가게 안은 두세 명 단위의 손님들이 드문드문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젊은 부부가 어린 자녀를 데려 왔거나 자식 한 명이 노부모를 모시고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과거 명절엔 가득 찼던 8인용 단체석과 놀이방도 썰렁했다.

 

동구 식당 사장 이모(46) 씨는 "코로나 이전보다 매출이 40% 정도 줄었다"며 "접종자 포함 8인 이하까지 식당 이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추석 특수를 기대했지만 여전히 소규모 손님만 찾고 단체 손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명절은 밀린 공부하는 날

 

코로나19로 명절에도 친척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지속되자 젊은 층 사이에선 명절의 의미가 학업 정진과 스펙 쌓기의 기회로 변하고 있는 양상이다. 추석날 찾은 대구 내 스터디카페나 일반카페는 친척들을 피해 공부하러 나온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공부어플 '열품타(열정 품은 타이머)'엔 '추석날 10시간 채우기', '추석기간 빡공(빡세게 공부)' 등 제목을 단 스터디그룹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대학생 유모(26) 씨는 "추석동안 밀린 인강(인터넷 강의)을 듣기 위해 아침 10시부터 나와서 공부 중이다. 코로나19가 작년부터 계속되면서 우리 집은 아예 차례를 안 지내기 때문에 모일 일도 없다. 이제 명절 연휴기간은 그냥 평일에 못해왔던 걸 처리하는 날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수성구의 한 스터디카페 사장(55)은 "다른 날에 비해 어제오늘 학생들이 제일 많다. 오늘도 오후 3시부터 몰리기 시작했다. 곧 고등학교와 대학교 중간고사 기간이고 임용시험도 얼마 안 남아서 고향을 안 가고 대구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