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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한국 최초 순교자 유해 입증 증거…목뼈에 남은 참수형 흔적, 백자사발지석

24일 한국 최초 순교자 유해 발굴 진정성에 관한 보고회
뼈 통해 본 신체적 특징, 유전자 비교분석 결과 자세히 밝혀
윤지충 목뼈 예기 손상 흔적…충치 4개, 치주염 흔적도 나와
권상현 목뼈 상실…능지처참 당한 윤지헌 각 뼈 골절 상태
해남 윤씨, 안동 권씨 친족 유전자 비교분석 결과도 일치
백자사발지석 통해 신분, 이름, 세례명, 출생연도, 본관 확인

 

 

한국 천주교 역사상 첫 순교자인 윤지충은 생전에 과거시험 소과에 합격한 성균생원이었다. 치아건강은 좋지 않았는데, 치아 32개 가운데 4개는 충치가 있었으며 치주염도 앓고 있었다.

천주교 전주교구가 지난 24일 완주 초남이성지에서 ‘유해 진정성에 관한 보고회’를 열고 지난 3월 발굴된 윤지충 바오로, 권상연 야고보, 윤지헌 프란치스코(윤지충 동생)에 대한 자세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이들 순교복자 3인의 신체적 특징과 신분, 세례명, 생년, 본관 등 여러 가지 사실이 밝혀졌다.


전신사진으로 밝혀진 신체 특징

 

 

 

전주교구는 이날 유해 발굴 이후 4개월여에 걸쳐 고고학·해부학적 검증 작업을 거친 결과를 자세히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순교자 3인의 유해는 넙다리뼈(대퇴골)가 매우 납작한 아시아계이며, 볼기뼈(관골)의 형태는 남성의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넙다리뼈와 정강이뼈 길이로 산출한 신장은 윤지충 바오로가 165±3.8㎝, 권상연 야고보 152.5±3.8㎝, 윤지헌 프란치스코 163.9±3.8㎝였다. 치아가 온전히 보존된 윤치충의 경우 13,12,22,23번 치아가 충치였고, 생전 치주염 증상 이 있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3인의 치아와 뼈의 상태로 추정한 사망 당시 연령도 사료 및 유물에 나온 기록과 거의 일치했다. 윤지충의 치아로 추정한 나이는 29~39세, 권상연은 31세~41세였는데, 기록에는 각각 33세와 41세로 나와 있다. 윤지헌은 27세~37세였고, 기록은 37세였다.

형벌의 흔적이 남은 유해 전신사진도 공개됐다. 참수형을 당한 윤지충은 다섯 번째 목뼈에서 예기(銳器·날카로운 도구)로 손상된 흔적이 나왔고, 권상현은 목뼈가 없었다. 능지처참형을 당한 윤지헌의 유해는 둘째 목뼈, 양쪽 위발뼈, 왼쪽 넙다리뼈 등이 골절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해남 윤씨 친족 5명, 안동 권씨 친족 5명의 머리카락과 구강세포로 진행한 부계 유전자(Y-STR) 비교분석 결과도 이들 3인과 대부분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해 감식 총괄 책임자인 송창호 전북대 의대 교수는 “유해의 주인공을 완벽히 밝혀내는게 쉽진 않았다”며 “사망 무렵 예기손상 흔적과 유전자 비교 분석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신분, 과거 합격 기록 적힌 백자사발지석

순교자 이름과 직위, 집안, 과거 합격기록 등이 적힌 백자사발지석(誌石)도 이날 공개됐다. 사발 바닥엔 모두 한자 22자(字)가 쓰여 있었는데, 망인의 매장시점과 신분, 이름, 세례명, 본관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윤지충의 지석에는 이름과 함께 聖名(성명·세례명) 保祿(보록·바오로)이 적혀 있었다. 당시 성균관에서 치르는 과거시험 소과 생원시에 합격한 사람을 뜻하는 成均生員(성균생원), 성인이 된 이후 가진 이름을 일컫는 字禹庸(자우용), 본관이 해남윤씨임을 일컫는 本海南(본해남) 등이 남아있었다.

 

 

 

권상연의 지석에도 당시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學生(학생)이 적혀 있었다. 학생은 성균관·사학·향교에 속한 유생이거나 품계가 없는 자를 가리킨다. 성인 때 또 다른 이름인 景參(경삼)이라는 의미인 字景參(자경삼), 본관이 안동권씨임을 의미하는 本安東(본안동) 등도 기록돼 있었다.

윤지헌의 묘에서는 다른 두 순교자와 달리 백제자기 접시가 수습됐는데, 묵서명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세희 saehee0127@jj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