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트인 소양호 따라 굽이굽이 달려
‘10년 젊어지는 양구' 가는 옛 도로
편리한 길 포기하니 진짜 풍경 만나
작은 카페·포토존 또다른 즐길거리
완연한 가을 날씨가 찾아오면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19의 세계를 벗어나 즐기는 드라이브는 더욱 각광받는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곧 단풍놀이까지 시작되니 인적은 드물고 산새만 지저귀는 옛길은 ‘아는 자만 아는 비경(秘境)'이다.
소양강댐이 건설되면서 새롭게 길이 만들어진 ‘옛 양구 가는 길'을 찾았다. 11번째 감동이 펼쳐지는 국도다. 수많은 터널로 연결돼 운전하기에는 편리한 도로를 두고 여유롭게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지난 주말 맑은 하늘을 배경삼아 46호선에 몸을 실었다. 배후령터널과 추곡터널을 연이어 빠져나오면 화천과 춘천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추곡삼거리를 지나쳐 추곡약수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면 벌써부터 신나는 도로가 시작된다.
가는 길에 약수터에 들러 휴양의 기분을 맘껏 즐기고 다시 한번 여정에 나선다. 10여분을 달리면 38선 쉼터가 나온다. 폐쇄된 지 오래됐지만 마당에는 수많은 통행량의 흔적이 남아 있다. 오토바이와 스포츠카들의 몇 안 되는 성지(聖地)임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다시 또 10분여를 달리면 양구농업기술학교가 보인다. 어느 정도 산자락 아래로 내려오면 수인1교를 건넌다. 웅진교차로에서도 당황하지 말고 쭉 직진해 보자. 이제부터 진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낙타의 등처럼 구불구불한 길 사이로 반짝이는 소양호가 인사를 건넨다. 물결 따라 햇빛 따라 찰랑이는 장면이 말 그대로 ‘힐링'이다. 위로, 또 위로 향할 때마다 다래·머루·산딸기·개복숭아골 등 이름마저 사랑스러운 쉼터도 자리해 눈길을 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잠시 문을 걸어뒀지만 평소에는 계절마다 다른 빛깔의 꽃들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기다린단다.
조금 더 도로를 따라가면 소양호의 정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테이블과 의자가 구비된 작은 카페도 있어 날이 본격적으로 쌀쌀해지면 따스한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일 수도 있을 터다. 끝없이 펼쳐진 소양호를 제 안방 삼아 누워있는 고양이 가족과 마주칠 수도 있으니 놀라지 않길 바란다.
카페에서 든든히 간식을 챙겨 먹고 또 길을 떠나면 이전보다 훨씬 탁 트인 정경을 만날 수 있다. 양구가 고향인 이해인 시인의 동산과 민들레 쉼터는 숨겨진 포토존이다. 꼬부랑길의 끝자락인 ‘양구선착장'을 통해서는 다시 춘천으로 돌아오는 배에 오를 수 있다.
이날 취재진은 다시 46호선을 타고 길이 시작되는 첫 지점으로 향했다. 양구농협주유소를 지나 죽리로, 또 국토정중앙을 거쳐 인제 한계령을 넘었다. 바다로 향해 회 한 접시를 먹고 돌아오는 길에는 산 너머로 내리는 노을이 옛 여정의 고단함과 낭만을 노래했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기억과 이야기가 오간 옛길이 제 몫을 한 날이다. ‘10년이 젊어지는 양구'에서 봄이면 벚꽃을 기록하고, 가을이면 단풍을 추억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란다.
글=김수빈기자 forest@kwnews.co.kr
사진=김남덕기자 kim67@kw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