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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의 전통문화바라보기] 천혜天惠의 화순적벽

 

전라남도 화순에 위치한 화순적벽은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지 제112호로 지정된 호남의 명소이다. 화순적벽의 모습은 화순 북동쪽으로 있는 옹성산의 절벽에 동복호가 감싸고 돌면서 만들어진 정경인데 수백 미터를 깎아 세운듯한 그 모습이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천혜의 절경으로 펼쳐져 있다. 마치 이곳은 극락의 어느 곳인가 하는 착각까지 있을 정도이니 그 아름다움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동복천 상류인 창랑천滄浪川 유역과 무등산에서 발원한 영신천靈神川이 합류되어 크고 작은 수려한 절벽이 약 7km에 걸쳐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러한 장관 속에는 장항<노루목>적벽, 창랑리에 있는 창랑적벽, 물염정이 있는 물염적벽 등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데 이 모든 적벽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선경으로 빼어난 경관과 웅장함 그리고 풍류 공간의 명승지로 익히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과거 500여 년 전인 1519년, 기묘사화 후 동복에 유배 중이던 신재 최산두는 이곳의 절경을 보고 소동파가 읊었던 중국의 적벽에 버금간다고 하여 ‘적벽’이라 이름 지었다고 전한다. 석천 임억령, 하서 김인후, 제봉 고경명, 학봉 김성일, 농암 김창협, 다산 정약용, 방랑시인 김삿갓 등 덕망 있는 학자, 의인, 시인 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천하제일 절경이라 칭하며 풍류와 시화 속 노닐던 무릉도원이었기 때문 아닐까?

문득 화순적벽을 보며 중국 장예모 감독의 <실경산수극>이 생각이 났다. 장예모 감독은 우리에게 “붉은 수수밭”, “인생” 등으로 잘 알려진 중국 5대 감독 중 한 사람으로 중국 천혜 명소에서 아름다운 자연 산수 그대로 실경實景 무대를 만든 파격적인 발상의 장본인이다. 그는 고전적인 이야기와 전설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구성하여 독특한 제작기법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가 제작한 실경산수극인 “인상여강印象麗江-옥룡설산의 만년설을 배경으로 하고 소수민족의 역사와 삶을 표현한 작품”, “인상서호印象西湖-항주의 서호를 배경으로 하는 다양한 전설과 고사를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으로 제작한 종합 뮤지컬” 등은 모두 주목을 받았는데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중국의 다양한 명승 유적지는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더욱 높아졌으며 그로 인한 경제적인 효과 또한 더욱 창출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유사한 형태의 시리즈가 명승지를 배경으로 계속 제작되고 있다.

바라건대 “우리 선조의 풍류와 시화가 있던 곳에 우리 민족의 영혼이 담긴 전통예술이 함께 모아져 대한민국 천혜 자원을 배경으로 그려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전통예술가로서의 작은 기대감을 비추며 그러한 천혜 자원에 주어진 환경적 제약制約(문화재 보호, 상수원 보호, 환경 보호 등)을 극복하고 효율적인 제작기법을 모색하여 찬란한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과 희소성을 세계에 알렸으면 하는 희망도 간구懇求하여 본다.

기고 desk@jja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