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문재인정권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이 "이는 곧 문재인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받아치는 등 윤 후보의 '문정권 적폐수사' 발언이 촉매제가 돼 양 측의 진영싸움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9일 오후 페이스북에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 수사를 선언한 윤석열'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오늘 윤석열 후보가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를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우 총괄선대본부장은 "아주 오만방자하고 위험한 발언이다"며 "아직까지 국민의 선택도 받지 않은 후보가 마치 대통령이 확정이라도 된 양 공공연하게 현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을 선언한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와 여당이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문제 될 게 없으면 불쾌할 일이 없다고도 했다"며 "뭔가 나올 때까지 수사를 해서 털겠다는 정치검찰 특유의 고약한 언동이다"고 우 총괄선대본부장은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우 총괄선대본부장은 "현명하신 우리 국민께서는 이런 위험한 인물에게 함부로 미래를 맡기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며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친노와 친문 원로 좌장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도 전날 '이재명플러스' 앱에 올린 논평을 통해 "어디 감히 문재인정부 적폐라는 말을 입에 담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석열 후보는 또 누구를 모해하고 악어의 눈물을 흘리려 하느냐'는 제목의 글에서 이 전 대표는 "오늘 윤 후보는 문재인정부에 정치 보복을 선언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과 감사원, 보수언론에 시달리며 K방역과 G10(주요 10개국) 국가를 향해 여념없이 달려온 문재인 정부에 적폐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냐"며 "문재인정부의 적폐를 청산한다고 한다. 기각 막힌다"고 이 전 대표는 울분을 토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만일 문재인정부에 적폐라 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은 윤 후보에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윤 후보가 지난 5일 제주 강정마을 방문 당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다 울컥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언급하며 "악어의 눈물"이라고 비판했다.
"고인(노 전 대통령)의 가족을 수사해 이명박정부의 모진 정치보복에 참여했던 윤 후보가, 이제 와서 감히 그분의 이름을 입에 올리며 악어의 눈물을 흘린 윤 후보가"라고 윤 후보의 눈물을 '악어의 눈물'로 지칭하며 날 선 감정을 쏟아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악어의 눈물을 흘린 윤 후보가 문재인정부를 상대로 정치보복을 한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무슨 짓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분개해 하며 "또 누구를 상대로 악어의 눈물을 흘리겠다는 것이냐"고 쏘아 물었다.
윤 후보는 전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현 정부 초기에 수사한 것은 헌법과 원칙에 따라 한 것이고 다음 정부가 자기들 비리와 불법에 대해 수사하면 그것은 보복인가"라고 반문하며 여권의 '보복수사' 주장과 비판을 일축했다.
청와대가 "아무리 선거라 해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대단히 부적절하다. 불쾌하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윤 후보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문제 될 것이 없다면 불쾌할 일이 없지 않겠냐"고 거듭 반문하며 신경쓰거나 괘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정치권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써서 유명해진 표현인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식의 반응으로,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내가 한 것은 정당한 적폐 처리고 남이 하는 건 보복이라는 그런 프레임은 맞지 않다"고 윤 후보는 강조했다.
윤 후보는 또 전날 국민의힘 선대본부 산하 정권교체행동위원회가 공개한 '윤석열의 생각' 인터뷰 영상에서도 "오랜 기간 사정 업무를 해왔지만 이런 정권은 처음 봤다"고 문재인정부를 작심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계승자라고 하지만 그건 사기다"는 표현까지 쓰며 문재인정부를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노무현정부를 구성한 사람들은 원칙이나 이런 거 없이 '무조건 우리한테 이익되면 따라야 한다'는 그런 조직논리는 없었다. 그런데 여기는 그게 아주 강하기 때문에"라며 윤 후보는 문재인정부를 '사기'라고 비판했다.
문정권을 '사기'라고까지 지칭하며 "문재인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냐.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문정권 적폐수사'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윤 후보는 다만, "수사는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대통령은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선 정권심판론 여론을 흡수하기 위한 의도로 윤석열 후보가 '문재인정권 적폐 수사'를 강조해 언급한 것이 '노무현 정부 계승' 논란과 공방으로까지 번지며 양측의 진영싸움이 한층 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해찬 전 대표는 앞서 지난달 28일 '이재명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어차피 51대 49의 진영싸움이다"며 "초박빙이라 아주 조마조마하다. 이 선거 지면 큰일 난다. 어떤 나라가 될지 끔찍하다"며 지지층의 결집과 지지를 촉구한 바 있다.
bigandy@daejonilbo.com 유재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