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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이슈&이슈] 잠재적 화약고 대산석유화학단지

해마다 국세 5조 원 안팎, 정부는 지원 전무
최근 5년 새 33건 사고, 50여명이 죽거나 다쳐
관련법안은 번번이 국회 문턱에서 좌절

 

지난달 중순 우리나라 2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단 내 한 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8명이 죽거나 다치는 대형사고가 났다. 화학공장 특성상 사고 발생 시 인·물적 피해가 큰 게 특징이다. 가동된 지 30년이 넘은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단지인 대산석유화학단지(이하 대산공단)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1·2대 석유화학단지인 울산·여수산단이 국가산단인 것에 반해 대산공단은 개별산단이다. 대산공단에 입주한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매년 수십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수 조원의 국세를 내고 있지만 개별공단이라는 이유로 국가의 법적 지원은 없는 실정이다. 관련법안이 여러 차례 국회에 제출됐지만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들로부터 꼬박꼬박 세금은 거둬가고 있으나 방관자적 위치일 뿐 화학사고나 환경오염 등은 오롯이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대산공단=서산시 대산읍 독곶·대죽리 일원에 자리를 잡고 있는 대산공단은 1561만㎡ 규모다. 지난 1980년대 중·후반부터 10여 년에 걸쳐 석유화학 관련업체들이 서해연안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전형적인 임해공단이다. 현재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LG화학, 롯데케미칼, KCC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일명 대산5사를 비롯, 70여개 기업체가 입주해 있다. 등록된 종업원수만 7000여 명이 넘는다. 대산공단의 경우 도로나 용수, 전기, 부두 등 각 기업체가 필요한 시설에 대해 개별적인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지역민들이 제기하는 환경문제까지 해결하는 이중고를 겪어왔다. 서산시의회 장갑순 의원(대산읍·지곡·팔봉면)에 따르면 대산 5사의 2020년 매출액은 67조 원이고, 2016-2020년까지 5년 간 낸 국세는 24조 3711억 원이다. 대산공단이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1%에 육박할 만큼 국세를 납부, 산업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이 기간 도·시세인 지방세는 3387억 원에 불과 했다. 대산공단 내 기업들이 매년 막대한 국세를 내고 있지만 개별공단이라는 이유로 국가의 지원은 전무, 지역민들은 국세가 그저 남의 얘기일 뿐이다.

 

◇끊이지 않는 사고=대산공단이 가동된 지 30년이 넘었다. 시설 노후화에 따른 잠재적 사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고, 안전사고도 빈번 하는 등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를 지뢰밭 대산공단이다. 이미 그 시그널은 시작됐다. 여수산단 사고처럼 대산공단도 최근 몇 년 사이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 굵직한 화학사고가 잇따르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서산시에 따르면 2017-2021년까지 5년 간 대산공단에서 발생한 사고는 모두 33건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기간 50여명의 근로자와 지역민들이 죽거나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악취 발생에 따라 수 천 여명의 지역주민들이 병원 진료를 받기도 했다. 특징은 사고 규모와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것. 여기에 대기·토양·수질 등 환경오염에다 농작물 피해까지 직·간접 피해도 눈덩이다. 전남대 배정환 교수는 대기오염에 따른 손실 비용을 11조 8000억 원으로, 충남연구원은 대산공단의 사회적 비용이 매년 1조 2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외부불경제=이 말은 어느 기업의 생산활동이나 개인의 행위가 다른 기업의 생산활동이나 소비자의 효용수준에 대해 아무런 대가를 수반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미치는 불리한 영향을 의미하는 경제용어다. 외부불경제의 대표적인 것이 화력발전소, 송·변전소,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폐기물처리시설, 댐 등이 있다. 이 시설이 들어선 주변지역에 대해서는 관련법에 따라 주민소득증대, 주민복지, 환경개선 등 해당 지역민들이 외부불경제를 상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실질적 원인 제공자인 국가가 이들 지역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설 못지않게 석유화학단지도 외부불경제를 유발하고 있지만 관련법이 없다 보니 지역민들의 불안 가중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대산석유화학단지와 붙어 있는 1460만 배럴 저장 규모의 서산석유비축기지도 있다. 2005년 준공 당시 여수석유비축기지에 이어 두 번째 크기였다. 대산공단의 외부불경제에 대한 원인제공자는 기업을 넘어 국가도 책임이 있는 만큼 국가의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지역주민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문턱을 못 넘는 법안=서산시의회는 지난해 5월 장갑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석유화학단지 주변지역 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 법안은 국민의힘 성일종(서산태안) 의원이 지난해 3월 대표발의한 것. 이 법안은 지원사업의 검토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주변지역지원사업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자체장이 협의해 석유화학단지 주변 지역의 개발과 주민 복리를 위한 사업계획을 수립토록 했다. 지원 사업에 드는 비용은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법'에 따른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성 의원은 "이 법안을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하고 통과를 위해 노력했지만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별도의 지원은 불필요하다는 견해를 유지해 왔다"며 "이번 21대 국회는 산업부와 긴밀히 협조해 법안을 통과시켜 대산지역에 대한 정부지원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와 유사한 법안 여러 개가 국회에 제출됐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자동폐기 되는 수순을 밟았다. 한때 대산공단에서 나오는 막대한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해 줄 것을 지역민들이 요구를 했으나 공허한 메아리가 된 지 오래다. 그러는 사이에 대산공단은 잠재적 화약고로 변하고 있다.

 

 

 

antisofa@daejonilbo.com  박계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