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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세계의 문화도시를 가다 <6>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천재 음악가의 고향…‘사운드 오브 뮤직’을 추억하다
영화 속 ‘도레미송’ 무대 ‘미라벨 정원’ 글로벌 관광 1번지 인기
노란색 생가 건물, 다양한 기념품들…도시 전체가 ‘모차르트 박물관’

 

모차르트, 잘츠부르크 음악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그리고 ‘사운드 오브 뮤직’.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관광청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잘츠부르크를 상징하는 4개의 키워드가 눈에 들어온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출생지이자 글로벌 축제인 잘츠부르크 음악제의 개최도시이고 1996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어서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도레미송’, ‘에델바이스’ 등의 주옥 같은 노래로 유명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1965년 개봉)의 무대가 바로 잘츠부르크이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와 세계적인 지휘자 폰 카라얀을 배출한 잘츠부르크가 ‘사운드 오브 뮤직’을 도시의 브랜드로 내걸고 있는 건 전 세계인들의 가슴에 각인된 명소를 관광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래서일까. 잘츠부르크를 여행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다름 아닌 미라벨정원(Mirabell Garten)이다.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는 입지 조건 탓도 있지만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지라는 사실 만으로 관광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주인공 마리아와 트랩 대령의 아이들이 춤을 추며 ‘도레미 송’을 부른 곳이 바로 여기다.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뜻을 지닌 미라벨은 이름 그대로 동화속의 궁전을 떠올리게 할 만큼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606년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가 연인 살로메 알트를 위해 건립했다는 미라벨 정원은 바로크 양식의 대리석 건물과 각양각색의 화려한 꽃들이 어우러져 잘츠부르크의 관광 1번지 다운 존재감을 보여준다. 실제로 미라벨정원에서는 전 세계에서 온 여행객들이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들이 노래를 불렀던 숲과 남쪽문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미라벨 정원을 지나면 도심투어의 출발점인 구 시가의 모차르트 광장이 나온다. 모차르트의 동상이 서 있는 돔광장은 매년 7월 개막하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다. 1920년 호프만스탈의 ‘예더맨’이 이곳에서 최초로 공연된 이후 지금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로 격상됐다고 한다.

사실,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모차르트에 의한, 모차르트를 위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도시 곳곳에 모차르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흔적들이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신시가지에서 구시가지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마르크트광장의 ‘모차르트 집’(Mozart Wohnhaus)이 그중의 하나다. 모차르트가 생가에서 살다가 수도 빈으로 떠나기전까지 7년간 살던 곳인데, 제2차 세계대전의 공습으로 3분의 2가 파손돼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지만 1955년 국제 모차르트음악재단이 매입·복원하면서 개관했다.

분홍색 외관의 2층 건물에는모차르트가 생전 사용했던 피아노포르테(pianoforte), 악보, 초상화를 비롯해 모차르트의 오페라 장면을 입체모형으로 재현한 디오라마(dioram), 모차르트의 작품을 18~20세기에 해석한 무대세트 등이 전시돼 있다.

모차르트의 집을 나와 구 시가지로 건너가는 마르크트 다리 인근에는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의 집도 자리하고 있다. 잘츠부르크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카라얀은 모차르트와 마찬가지로 피아노 신동으로 불렸으며 1916년부터 1926년까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공부했다. 특히 1956~1960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는 등 모차르트와 더불어 잘츠부르크를 빛낸 거장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모차르트와의 ‘본격적인 만남’은 최대 번화가인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에서다. 출생 후 17세까지 살았다는 모차르트 생가(Mozarts Geburtshaus)를 비롯해 레지던츠 광장, 모차르트가 생전 즐겨 찾았던 슈테른브로이(Sternbrau) 등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좁고 기다란 게트라이데 거리에는 글씨 보다는 그림으로 꾸며진 개성 있는 간판들이 가득하다. 문맹이 많던 중세 시대에 글을 몰라도 상점을 찾아갈 수 있도록 그림이나 조각으로 상점을 나타내던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져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중에서도 모차르트 생가는 잘츠부르크의 랜드마크로 불릴 만큼 연중 문전성시를 이룬다. 노란 개나리색으로 칠해진 모차르트 생가 건물에 들어서면 어린 모차르트가 사용했던 악기나 악보 등이 전시되어 있어 천재 음악가의 숨결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모차르트 생가가 특별한 이유는 그의 출생지라는 점도 있지만 유년기의 작품 대부분이 이 곳에서 작곡됐기 때문이다.

모차르트 생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18세기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부엌과 그가 태어난 방, 거실 등이 나온다. 거실 한가운데에는 어머니, 누나, 모차르트, 아버지의 초상화가 함께 걸려 있으며 8살때인 1764년에 쓴 미뉴에트(minuet)와 피아노 악보가 전시돼 눈길을 끈다. 그가 어린 시절 사용했던 바이올린과 자필 악보, 가족과 친구들에게 쓴 편지 등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자료도 많다.

전시장을 나오면 모차르트를 소재로 한 수많은 기념품이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모차르트의 CD에서부터 기념 티셔츠, 문구용품, 맥주, 초콜릿, 우산, 골프용품 등 어느 것 하나 모차르트의 얼굴이 없는 게 없다. 무엇보다 잘츠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모차르트 박물관을 방불케한다. 모차르트의 단골 카페였던 ‘토마 셀리’에서부터 유아 세례를 받았던 잘츠부르크 대성당은 물론 그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 커피숍, 기념품가게 등은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열게 한다.

잘츠부르크 여행은 호엔잘츠부르크 성(Hohensalzburg Fortress)에서 마무리를 지는 것도 좋다. 케이블카를 타고 잘츠부르크 시내 전망을 눈과 카메라에 담다 보면 어느 새 성문 앞에 다다르게 된다. 케이블카는 모차르트 광장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정류장에서 탈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뛰어나다.

잘츠부르크의 심볼이자 지붕으로 불리는 이곳은 천 년 동안 도시국가였던 잘츠부르크의 독특한 정취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중앙 유럽 최대의 성이다. 역사상 단 한 번도 함락된 적 없는 난공불락의 성은 지금도 900년 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성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환상적인 도시 경관과 야경은 잘츠부르크의 백만불짜리 ‘상품’이다.

인구 15만 명의 잘츠부르크는 빈, 그라츠, 린츠에 이은 오스트리아의 네번째 도시이지만 브랜드 가치 만큼은 빈에 이어 두번째다. 한해 평균 6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게 이를 반증한다. 모차르트를 도시 브랜드로 키운 명사 마케팅과 ‘사운드 오브 뮤직’ 등 문화상품을 활용한 마케팅의 힘이다.

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