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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450년전 퇴계선생 귀향길, "만인의 길로 거듭나다"

17일 경복궁~도산서원 700리길 14일 여정 마무리
16일 도산 용수사 입구, 퇴계선생 귀향길 시비 제막
1569년 3월 4일, 퇴계 소년 임금께 인사하고 귀향

 

1569년 3월 4일. 18세의 소년 임금 선조에게 일시적인 귀향을 허락받은 69세의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은 "어진 선비들을 보호하고, 소인들을 물리치시라"며 마지막 진언을 올리고 물러났다.

 

3월 5일 아침 뒤늦게 소식을 접한 장안의 명사와 선비들은 조정을 비우다시피 하고 나와 백성들과 함께 떠나는 퇴계를 전송했다.

 

'맑은 향내 너무 사랑하며, 스스로 생각하며 읊조리네. 이제 내가 다시 올 약속 지켜 돌아왔으니, 밝은 세월을 저버렸다고 허물일랑 마시오.'

 

 

퇴계 선생은 조정을 떠난 지 14일 만인 3월 17일 고향 안동 도산에 도착했다. 때마침 도산에는 선생께서 사랑하고 아꼈던 매화가 곳곳에 피었다. 다시 돌아오겠다 약속한 매화와의 언약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를 시로 남겼다.

 

 

비록 선생은 도산에 돌아와 1년 9개월 후 세상을 떠났지만, 세상에 착한 사람이 많아지기를 소원했다. 이를 위해 '나아감보다는 물러남'을 택해 끊임없이 자신을 수양하고, 학문연구와 후학양성에 힘썼다.

 

코로나19 여파로 2년 동안 중단됐던 '퇴계선생 귀향길 재현행사'가 지난 4일 경복궁을 출발해 17일 안동 도산서원에 도착하는 14일 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17일 도포를 입은 30여 명의 재현단을 비롯해 일반 참여자들은 삽골재 주차장을 출발해 도산서원까지 1km 남짓한 거리를 마지막으로 걸었다. 이들은 도산서원 상덕사에 도착해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고유하고, 도산서당에서 퇴계 시 창수와 도산십이곡 제창, 소감 나누기 등으로 마무리했다.

 

이들 재현단은 지난 음력 3월 4일 453년 전 퇴계가 도성을 떠났던 날 경복궁을 출발해 남양주, 여주, 충주, 단양, 영주를 거쳐 매일 평균 20km를 걸어 선생의 귀향날인 음력 3월 17일 도산서원에 도착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퇴계선생 귀향길 재현행사는 경복궁에서 안동 도산서원에 이르는 700리 구간 곳곳에 남아 있는 선생의 삶과 정신을 배우고 퇴계선생의 귀향 당시 마음을 되새기며 올바른 선비정신을 우리 사회에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퇴계 선생이 임금의 만류에도 물러남의 길을 택한 것은 선생께서 평생 염원한 소망 '善人多', 착한 사람이 많아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고향 도산에서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인격적 지도자 선비를 길러내기 위함이었다.

 

퇴계 귀향길 재현행사는 선생의 정신과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길이라는 점 외에도 자연과 인문을 아우르는 새로운 걷기 문화의 현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재현단은 지난 16일 용수사 입구에서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길 시비와 안내판 제막식을 가졌다. 퇴계선생의 마지막 귀향길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는 한편, 선생의 삶과 정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선비정신 수양의 길' 활성화를 위한 초석으로 삼기 위함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퇴계선생이 마지막 귀향의 여정과 그 이후의 삶을 통해 몸소 보여준 선비정신의 실천과 공경, 배려, 존중의 미덕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값진 교훈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다소 위축됐지만 현대사회에서 퇴계선생의 선비정신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은 더 커져가고 있다"며 "선조에게 성학십도를 올리며 마지막 당부를 남기고 아름답게 물러난 퇴계 선생의 학문과 삶은 오늘날에 더욱 큰 통찰과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은 "퇴계선생의 최대 염원은 '학문의 완성'이었다. 여기서 학문은 단순히 이론 공부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아가는 올바른 삶의 실천"이라며 "요즘 사람들은 과학과 물질의 시대에서 예전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지만, 개인은 힘들고 사회는 반목과 갈등으로 혼란스럽다. 이번 행사를 통해 당시의 퇴계선생이 추구하던 인간다운 삶을 각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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