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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전남도립미술관으로 떠나는 문화 바캉스

기획전 ‘애도:상실의 끝에서’
상실 속 애도…9월 12일까지
김수자·리히터 등 13명 참여
윤재우 특별기획전
한국1세대 서양화가
화려한 색채…9월 12일까지
박치호 개인전

 

무더운 여름엔 시원한 실내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관람하는 ‘문화피서’에 나서도 좋을 듯하다. 지금 광양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에서는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기획전 ‘애도:상실의 끝에서’, 윤재우 특별기획전, 박치호 개인전 등 차분히 둘러보면 좋을 전시들이다.

#애도:상실의 끝에서

구부린 어깨 위에 십여개의 알록달록한 케이크 조각을 얹고 있는 작품 속 그는 원색의 아프리카 의상을 입고 있다.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인 작가 잉카 쇼니바레는 전통의상으로 알았던 ‘더치 왁스’가 사실은 서구 열강에 의해 인도네시아에서 이식된 것임을 뒤늦게 알고 혼란에 빠진다. ‘승자의 역사’가 쓰여질 때는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작품 ‘케이크 키드’다.
 

 

바로 옆에서 상영중인 그의 영상 작품 ‘오딜과 오데뜨’는 ‘백조의 호수’에 등장하는 오딜과 오데뜨가 거울을 바라보며 서로 같은 동작으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오는 9월12일까지 열리는 ‘애도:상실의 끝에서’전은 생태계 재앙, 무기 개발과 전쟁, 글로벌 전염병 등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매일의 ‘상실’에 무릎 꿇지 않고, 애도하며 서로를 다독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획이다. 상실에 매몰되기 보다는, 그 상실의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앞으로 작은 한발을 내딛기 위해 우리는 어떤 마음이어야하는지 한번쯤 돌아보게 만든다.
 

 

13명의 참여 작가들은 자신이 겪은 상실의 이미지를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은 유명한 전설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모티브를 따온 빌 비올라의 영상 ‘트리스탄의 승천’과 ‘불의 여인’으로 꼭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관람하기를 권한다. 수직으로 설치된 대형 영상 속에서 펼쳐지는 생과 사, 상실과 부활을 물과 불로 풀어낸 작품은 한편의 단편 영화를 보듯, 몰입감을 준다. ‘트리스탄의 승천’은 죽음 이후에 영혼이 깨어나 우주공간에서 승천하는 모습을 역류하는 폭포와 함께 환상적으로 묘사했다. ‘불의 여인’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한 여인의 모습을 포착했다.

‘보따리 오브제’로 유명한 김수자 작가의 영상 작품 ‘바늘 여인 1999~2001’은 긴 머리를 한가닥으로 묶은 채 뒷모습으로 서 있는 작가의 모습을 도쿄, 상하이, 뉴욕, 델리 등 8개 도시를 배경으로 촬영한 작품이다. 작가는 바느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가 본인이 직접 세상 속의 다양한 타인을 연결하는 ‘바늘’이 되기를 원한다. 작품 가운데 놓인 의자에 앉아 사방의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각 도시의 모습을 바라보며 동류애를 느낀다.

그래피티로 유명한 닉 워커의 ‘미키 피스톨’은 미키마우스의 머리 대신 회전식 탄창 권총 리볼버를 한 화면에 담은 작품으로 미국의 총기사고를 풍자했고,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 ‘루디 삼촌’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제복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젊은 ‘삼촌’의 모습을 통해 전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엉킨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박정선 작가는 ‘얼음 속의 기억-무덤꽃’ 등의 작품을 통해 직접 제작한 유리로 싸인 냉동고 속에 아버지의 산소에 놓였던 조화, 자신의 신발, 자개농 등 사물들을 배치, 잃어버린 것들과 상실의 기억을 되새긴다. 또 1세대 페미니즘 사진작가 박영숙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모습을 요리하다 칼을 들고 멍하니 서 있는 모습으로 담아낸 작품은 일상의 감정과 어우러져 더욱 더 아련하다.

그밖에 이재각 작가는 밀양 송전탑 사건으로 삶의 터전을 잃는 등 국내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회적인 사건이 개인에게 남긴 상흔을 들여다 보고, 유벅 작가는 벌레를 소재로 한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윤재우전

전시장에 들어서면 화려한 색채가 압도한다. 정물화, 풍경화, 인물화 등의 작품에서 만나는 강렬한 색감은 그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요소다.

특별기획전 ‘윤재우:색채의미’(9월12일까지)는 강진 출신의 윤재우(1917~2005)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로 전남도립미술관이 ‘발굴’의 의미로 기획했다.

한국 1세대 서양화가로 교육자이기도 했던 그는 1944년 오사카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해방 이후 광주사범학교와 조선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이후 1982년 봉천중학교 교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평생을 교육자이자 예술가로 활동했으며 국전에서 4차례 특선을 수상했다.

첫 번째 섹션은 한국적 색채의 표현이 돋보이는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의 작품을 선보인다. 두 번째 섹션 ‘어둠 속에서 찾은 색채’에서는 ‘밤의 화가’로 불린 그가 어둠 속에서 작업을 진행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세 번째 섹션은 현장의 생동감을 담은 풍경화를 집중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마지막 섹션 ‘해방된 색채’에서 만나는 작품은 굵은 윤곽선에 의한 색면 분할 등이 돋보이는 말년의 그림들이다.

#박치호전

박치호 개인전(8월 21일까지)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2021년 공립미술관 추천 작가·전문가매칭 사업’ 일환으로 기획된 전시다.

여수 경도 출신으로 추계예술대를 졸업한 그는 개인의 상처와 사회 현실과의 관계를 어둑하고 거대한 몸으로 표현해왔다.

‘Big-Man:다시 일어서는 몸’을 주제로 열리는 전시에는 신작 20여점을 포함해 회화, 조각, 드로잉 등 70여점이 나왔다. 작가는 불안정한 테두리 안에서 정착되지 않고 표류하며 떠다니는 것, 혹은 잊혀진 것들, 바다에 무심히 버려진 잔해들에 눈길을 준다.

대표작 ‘다시 일어서는 몸’은 화면안에 가시적 윤곽이나 뚜렷한 색 대비 없이 불분명한 자세로 상실과 삭제, 망각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작 ‘드로잉’과 ‘두상’ 시리즈 등 입체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광양=글·사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