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강진으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대전·충남에 거주하는 튀르키예인들은 멀리서 가족·친구의 생사를 확인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상 최악의 지진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이들은 사상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각국에 인도적 지원을 호소했다.

8일 천안 동남구 신부동 케밥 가게에서 만난 튀르키예 국적 메흐멧(31) 씨는 내내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는 손님들의 주문에 집중하지 못하고 누군가와 통화를 계속 이어나갔다. 가족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은 메흐멧 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다가도, 이내 삼촌과 친인척들의 사망 소식을 확인하고는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메흐멧 씨는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오려 했지만 비자 발급을 받지 못해 기러기 아빠 노릇을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성공해 가족을 꼭 데려와야겠다는 꿈이 결국 참사와 함께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밤 가족을 만나기 위해 튀르키예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메흐멧 씨는 "한국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슬픈 발걸음을 뗐다.
추가 붕괴 가능성에 이어 거센 추위까지 덮치면서 구조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쿠르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튀르키예 국민들은 여전히 생존을 위해 무너진 건물 밑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튀르키예에 '도움이 필요할 때의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라는 속담이 있다. 지진피해자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인도적 의무일 것"이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또 "이를 계기로 한국과 튀르키예 사이의 유대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KAIST 기계공학과 석사과정 학생 딜라 나즈 보즈카야 씨(DILA NAZ BOZKAYA)도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딜라 씨는 "전기·물 공급이 어렵고 잔해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어머니는 슈퍼히어로가 존재한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잔해 속에서 가족들을 찾는 어린이들에게 슈퍼히어로가 돼 달라"고 요청했다.
충청권 지자체장들도 애도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전날 확대간부회의에서 "튀르키예가 하루빨리 일어설 수 있길 기원한다"며 지원 방안을 지시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번 참사가 하루 속히 수습되고 부상자들이 조속히 쾌유하기를 기원한다"고 애도를 표했고, 박상돈 천안시장도 "희생당한 모든 분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에 둥지를 튼 한국타이어·KT&G 해외 법인 등 지역기업들도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아직 별다른 피해 상황은 접수되지 않았지만,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국내 기업의 해외 계열사 상당수가 강진이 발생한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1차 피해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향후 물류·판매 등에 일정 부분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