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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또다시 덮친 4월 산불…강릉 축구장 530개<379㏊> 면적 잿더미

난곡동 야산서 시작된 불 '양강지풍' 타고 빠르게 확산
1명 숨지고 3명 부상 557명 대피…주택·펜션 72채 피해
강풍에 소방헬기도 못떠…2,764명 투입 8시간만에 진화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동해안의 봄이 또다시 시뻘건 불길과 잿빛 연기에 뒤덮였다. 봄철만 되면 동해안에 불어오는 태풍급 강풍인 ‘양강지풍’ 앞에 초대형 헬기도 무용지물이었다.

불에 탄 펜션에서 1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불길 속에 사라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한 해가 멀다 하고 ‘동해안 봄철 대형 산불’이 되풀이되면서 지역사회는 절망감,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반복되는 사회 재난에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은 없는지 되묻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정부에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되도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축구장 500개 면적 불에 타=11일 산불은 오전 8시22분께 강릉시 난곡동 4번지 일대 한 야산에서 시작됐다. 이날 순간 풍속은 초속 30m에 달했다. 시속 136㎞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같은 속도다. 이날 산불은 강풍에 소나무가 부러지며 전깃줄을 건드려 발생한 불씨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산불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경포해변까지 덮쳤다. 경포대 등 문화유산과 식당, 호텔, 펜션, 골프장 등 주요 관광자원이 밀집한 구역이다. 주택 24채, 펜션 8채가 전소됐고, 40채(주택 16채, 펜션 20채, 호텔 3채, 기타 1채)도 일부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축구장 530개 면적인 379㏊가 불에 탔다.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강릉시 안현동 소재 A펜션 업주 전모(89)씨가 오후 4시58분께 불에 탄 펜션 안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전씨 가족으로부터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그의 행방을 찾던 중 펜션 내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산불 대피 중에 주민 1명이 화상을 입었으며 소방관 2명도 부상을 당하는 등 모두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 경기장이었던 아이스아레나는 대피소가 됐다. 경포동 5개통, 사천면 2개리 주민 557명이 몸을 피했다.

■올해 첫 소방 대응 3단계 발령=소방청은 이날 오전 9시43분께 소방 대응 3단계를, 산림청은 오전 10시30분께 산불 3단계를 발령했다. 산불로 소방 대응 3단계가 발령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었다.

이날 투입된 진화 인력은 2,764명에 달했다. 이번 산불은 ‘예향의 도시’ 강릉에 큰 상처를 남겼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강원도 유형문화재인 방해정(放海亭) 일부가 소실됐고, 경포호 주변에 있는 작은 정자인 상영정(觴詠亭)은 전소됐다. 강릉시 공무원 등은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와 국가민속문화재인 선교장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물을 뿌리며 필사적인 ‘사수 작전’을 펼쳤다.

이날 강풍으로 오전 내내 뜨지 못했던 초대형 헬기는 오후 2시41분께 이륙했다. 산불 발생 7시간 만에 내리기 시작한 비는 이날의 유일한 위로였다. 약 8시간만인 오후 4시30분께, ‘4월의 악몽’으로 남은 강릉 산불은 완전히 진화됐다. 산불은 끝났지만, 피해 주민들의 고단한 일상은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