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시에서 타인의 집에 침입한 50대 남성이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 2023년 5월 4일 오전 2시50분께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가스배관을 타고 세탁실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뒤이어 훔칠 물건을 찾기 위해 주방과 부엌을 뒤지던 중 인기척을 느낀 피해자가 “누구야”라고 소리치자, 그는 현관문을 통해 도주해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했으나,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범행 당시 입은 하의가 발견된 게 결정적이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도 “수사기관은 아파트 구조와 CCTV 장면 등을 통해, 용의자가 외부 침입자가 아닌 아파트 내부 거주자임을 특정한 뒤, 압수수색을 통해 내부 홈캠 영상자료에 찍힌 절도범의 하의와 동일한 바지를 발견해냈다”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주거지에 침입하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범행 자체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데다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 만큼, 가스배관 관련 범죄 예방을 위한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범죄율과 연계해 사업 대상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수원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남성이 스토킹방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연인에게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은 뒤 상대가 연락을 받지 않자, 가스배관을 타고 피해자가 거주하는 건물을 오르던 중 신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구에서도 지난 10일 가스 배관을 타고 아파트 6층에 침입한 40대(윤정우)가 스토킹하던 여성을 살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경기도 범죄예방 도시환경디자인 조례’를 근거로 가스배관 관련 범죄 예방사업을 일선 시군에 지원하고 있다. 해당 사업에는 범죄가 발생하면 용의자를 빠르게 잡을 수 있도록 배관에 형광물질을 도포하는 작업 등이 포함돼있다. 그러나 지원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2022년에 5개소를 지원했던 도는 2023년부터 올해까지 지원 대상을 2개소로 축소했다.
전문가들은 가스배관을 통한 범죄가 강력범죄로 이어지거나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관련 지원을 확대하고 범죄 발생 지역과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한다. 실제 평택시 사례의 경우에도 같은 아파트 라인에 거주하는 ‘주민’이었던 데다, 피고인은 이미 가스배관을 타는 동일한 수법으로 20여회의 범행을 저지른 전력이 있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거지에 침입하는 건 강도 등 다른 범죄를 저지르기 위한 수단에 해당해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면서 “스토킹 피해자가 거주하는 곳 등 범죄 위험성이 높은 곳을 우선 선정해 지원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