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에서 타인의 집에 침입한 50대 남성이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 2023년 5월 4일 오전 2시50분께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가스배관을 타고 세탁실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뒤이어 훔칠 물건을 찾기 위해 주방과 부엌을 뒤지던 중 인기척을 느낀 피해자가 “누구야”라고 소리치자, 그는 현관문을 통해 도주해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했으나,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범행 당시 입은 하의가 발견된 게 결정적이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도 “수사기관은 아파트 구조와 CCTV 장면 등을 통해, 용의자가 외부 침입자가 아닌 아파트 내부 거주자임을 특정한 뒤, 압수수색을 통해 내부 홈캠 영상자료에 찍힌 절도범의 하의와 동일한 바지를 발견해냈다”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주거지에 침입하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범행 자체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데다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 만큼, 가스배관 관련 범죄 예방을 위한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범죄율과 연계해 사업 대상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경
수원에서 남성 노숙인으로 추정되는 백골 시신이 발견된 장소(6월16일자 7면 보도)는 지자체가 거리 노숙인의 현황 파악을 위해 집계조사 대상으로 삼는 거점 지역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지 수개월이 됐다는 사실만 짐작할 뿐 정확한 사망시기도 특정하기 어려운 무명 노숙인의 존재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았다. 16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3월 말 거리노숙인 현황 파악을 위한 전체 집계조사를 진행했다. 전체 집계조사는 수원시에서 거리 노숙인이 생활한 적이 있거나 현재 생활하고 있는 지점을 거점으로 지정한 뒤, 담당자들이 하루 동안 현장에 나가 노숙인들의 현황을 전수 조사하는 것이다. 수원시는 60여 곳을 거점 삼아 1년에 4차례씩 조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치료, 주거지 등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발견되면 기관에 연계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원시 정자동의 한 수풀 속에서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된 A씨는 지난 집계조사 당시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수원시가 지정한 거점지역 62곳 중에는 A씨가 지냈던 왕복 9차선 도로 옆에 조성된 ‘교통섬’이 포함되지 않아서다. 수원시 관계자는 “노숙인 1명이 생활하는 곳도 거점으로 지정해 분기마다
법무부의 구제대책으로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체류자격을 얻어도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한 문턱은 여전히 높다. 나이지리아 국적의 부모를 둔 제시(19)는 지난 2022년 체류자격을 얻은 후에야 ‘경기도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동두천시에서 열리는 육상대회(200·800m)에서 내리 1등을 해 ‘도대회’ 참가 자격이 충분했음에도, 미등록 상태에선 서류 마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제시에게 법무부의 한시적 체류자격 부여 제도는 꿈을 밀고 나가 볼 기회였다. 체류자격이 생긴 후 파주시의 다른 학교 축구부와 벌이는 주말리그에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는 고민이 깊다. 축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축구팀이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데, 기존의 임시체류자격 비자(D-4)를 대학 입학을 위한 유학비자(D-2)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재정능력(약 2천만원)을 통장 잔고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태어나보니 한국이었고 지금까지 먹고 자는 모든 생활을 한국인처럼 했다”며 “그냥 나의 나라처럼 여기서 계속 지내고 싶은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랜 기간 살아온 이주 아동들이 대
‘미등록 이주아동’은 이주민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했거나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 중 부모의 체류자격 상실, 난민 신청 실패 등의 이유로 체류 자격이 없는 이들을 말한다.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조건부로 체류자격을 주는 ‘한시적 구제대책’이 지난 2021년 시행됐다. 자격 유무 여부는 부모에게서 비롯된 것일 뿐 아이에겐 죄가 없기 때문이다. 덕택에 한국에서 안심하며 교육받고 거주할 수 있었던 미등록 이주아동들이지만, 이제 그마저도 옛말이 된다. 이달부로 구제대책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자국·자국민 우선주의가 광풍이 된 시대에 가장 연약한 이주민인 ‘자국없는 아이들’을 만나 한국사회가 내놓아야 할 대책을 살펴본다. 우진(12·오산·가명)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전교생이 함께 떠난 소풍을 홀로 가지 못했다. 당시 우진의 엄마 미샤(36·네팔·가명)는 “나는 왜 갈 수 없는 거야”란 아들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외국인등록번호’가 없어 여행자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선 엄마인 본인이 미등록 이주민이 된 이유부터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올해 중학교 입학을 앞둔 우진의 질문에 미샤가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는 순간은 점점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