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특별자치도가 오영훈 도지사 공약인 ‘제주 역사문화기반 구축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칭 ‘제주생태역사문화공원’ 조성 사업에 690억원이 필요하다는 용역 결과가 나왔다. 사업비도 만만치 않지만 ‘생태·역사’보다 주차장 조성 등 토목공사 위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14일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개최한 제주생태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 기본계획 수립 용역 최종 보고회를 가졌다.
용역진은 이날 기존 제주시 신산공원 일대 21만5776㎡에 추진하는 제주생태역사문화공원 기본계획을 공개하며 “삼성혈과 탐라의 유구한 역사를 배경으로 제주 특유의 자연을 벗사아 제주 사람들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제주 대표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용역진이 제시한 사업 시행계획 일정표에 따르면 오는 10월 ‘역사문화권 정비사업 국비 공모 신청’을 시작으로 ‘역사문화권 정비사업 예비선정(2025년 12월)’→‘공원조성계획 결정·변경(2026년)’→‘역사문화권 정비 시행계획 수립(2026년 10월)’→‘역사문화권 정비사업 최종 선정(2026년 10월)’→‘국비 교부 및 1단계 사업 착수(2027년)’ 등이 진행된다.
용역 과정에서 주차장 확대를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면서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당초 550억원 내외에서 69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사업 내용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기존 게이트볼장과 배드민턴장, 야외 운동시설을 한곳으로 모운 복합 스포츠존이 조성된다, 제주콘텐츠진흥원 동쪽 주차장은 지하로 옮겨지고 상부에 콘텐츠 및 아트 마당이 들어선다.
현재 야외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잔디광장은 ‘신산마루’로 새롭게 조성하고 공원 곳곳에 설치된 기념물은 별도로 만든 ‘기억의 뜰’이라는 공간으로 이설한다.
공원 곳곳에 생태숲놀이터와 정원(설문대정원, 도채비정원, 자왈정원)이 꾸며지고 삼성혈과 공원을 연결하는 트리워크(공중 보행로)도 조성된다.
현재 삼성혈 주차장 북동쪽에 있는 공영주차장은 지상을 ‘바람정원(초지형 정원)’으로 조성하고 주차 공간은 지하로 옮긴다.
용역 최종보고회에서 만난 한 시민은 “기본계획을 보면 지상 주차장을 지하로 옮기고, 트리워크 설치와 함께 기존 산책로와 정원을 새롭게 정비하는 것 외에 지금과 특별히 달라질 것 없는 것 같다”며 “현재 산책, 운동, 모임 장소로 불편없이 이용하는 공원에 거액을 들여 공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건축학 전공)도 “도시공원 고유의 기능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여기에 역사와 문화를 덧씌우는 방식으로 가야한다”며 “용역 최종보고안에는 식생에 대한 고민은 없고 토목만 보인다. 정원을 파헤친 후 새롭게 정체성이 모호한 소규모 정원을 곳곳에 조성하고 산책로와 지하 주차장을 신설하는 등 토목 중심의 공사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