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악화일로로 빠지고 있다. 수년간 적정 수요를 넘어선 입주 물량과 함께 혁신도시 완성 등 부동산 호재가 잠잠해지자, 지역 미분양 주택과 매매 가격, 거래량 등 각종 지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서다.
여기에 향후 2년 간 1만 5000가구 이상의 주택이 또다시 입주를 앞두고 있어, 지역 부동산 활성화에 경고등이 켜졌다.
31일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지역 미분양 주택은 1514가구로 집계됐다. 3년 전인 지난 2022년 7월(509가구) 대비 약 3배 늘어난 값이다.
지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 2319가구로 급등한 이후 올 5월 1794가구 등 더딘 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다. 또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지난해 12월 553가구에서 지난달 487가구로 66가구를 털어내는 데 그쳤다.
매맷값과 거래량도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2021년 7월까지만 해도 109.42였던 지역 주택종합 매매가격지수는 지난달 99.21로 9.3% 하락했다. 주택 거래량은 2021년 2만 5324가구에 달했지만, 지난해엔 1만 7956가구로 29.1% 급락했다.
전세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지역 주택종합 전세가격지수는 98.94로, 2021년 7월(110.94)보다 10.8% 감소했다.
이 같은 지역 부동산 침체엔 과잉 공급이 자리잡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대전 지역의 한 해 평균 적정 입주 수요는 7203가구다. 그러나 2022년엔 9494가구, 지난해엔 1만 157가구가 입주하며 적정 수요를 초과했다. 고금리 현상과 함께 이뤄진 과잉 공급이 지역 부동산을 얼어붙게 했다는 분석이다.
제속도를 내지 못하는 지역의 주요현안도 시장 회복을 늦추고 있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최근 공개한 시도별 추진과제 초안에 대전·충남 혁신도시는 '지역 경쟁력을 고려한 공공기관 이전 추진'이란 추상적인 표현에 그쳤다. 혁신도시 시즌2는 이전 정부부터 공회전을 거듭해왔다.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광역교통망 구축 사업 등 대형 SOC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지역 내 상당한 입주 물량이 또다시 예고되면서 부동산 냉각기는 쉽사리 풀리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원이 전망한 대전 지역의 올 하반기부터 2027년 상반기까지 입주 물량은 총 1만 5470가구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올 하반기 입주 물량은 2219가구다. 상반기 입주 물량(9642가구)과 합치면 올해에만 1만 1861가구에 달한다. 2027년 상반기엔 6684가구가 예고됐다. 하반기 입주 물량을 고려하면 2027년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지방 부동산 수요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해제와 지방 대출 금리 차등화 등 단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혁신도시 완성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정책 지원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전은 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물량이 쏟아져 나온 상황이다. 미분양 적체와 청약 미달, 매맷값 하락 등 각종 지표가 하락한 원인이 과잉 공급이다"라며 "투자 관망세까지 겹치면서 물량 해소가 더딘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강력한 금융 혜택과 부동산 호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