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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지하도 지상도 못가는 택배차 ‘출입 문턱’ 높다

논현동 아파트 단지 ‘갑론을박’

수레로 짐 옮겨 가가호호 ‘배달’
‘지상공원형’ 사고 위험에 금지
지하주차장은 층고 때문에 제한
‘저상車’ 근로자 근골격계 위협

 

인천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차량의 지상층 운행 제한을 두고 입주민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4일 오후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한 아파트 정문. 택배기사들이 차량에서 물품을 꺼내 수레에 싣고 있었다. 이날 이 단지에서만 250여개의 물품을 옮겨야 한다는 택배기사 A(35)씨는 최근 지상층에 차량 진입이 제한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아파트 1개동에 배송을 하는데 택배 물품을 가지러 차량까지 3차례나 왔다갔다 해야 했다”며 “택배물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 수레로 20개 정도 옮길 수 있는 상황이라 퇴근 시간이 평소보다 2시간이 늦어졌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수레로 물품을 옮기다가 비에 젖어 손상되면 모두 택배기사가 책임져야 해서 부담도 크다”면서 “평상시엔 그렇다 쳐도 비나 눈이 올 때까지 진입이 어렵다고 해서 막막하다”고도 했다.

 

이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회의는 최근 소방도로 확보와 입주민 사고 예방을 위해 택배 차량의 지상층 출입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대부분 택배기사들은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수도 없다. 층고가 낮아 차량 진입이 불가능해서다. 어쩔 수 없이 택배기사들은 정문이나 후문 인근에 차를 세우고 수레로 가가호호 문 앞까지 물품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이날 만난 다른 택배기사 B(53)씨도 “곧 추석이면 택배 물품이 많아질 텐데 걱정”이라며 “아이들 등교 시간도 아니고, 1시간 정도만 천천히 운행하는 것인데 조금만 허용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아파트 입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 주민은 “후문 앞에서 차 세우고 땀 닦으면서 물건 내리고 있는 택배기사를 봤다”며 “택배기사도 빨리 배송을 마쳐야 퇴근을 할 텐데”라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사고 위험 때문에 그런 것(지상층 출입 제한) 같다”며 “인근 단지에서도 정문 출입구 쪽에서 분류해서 배달하고 있다”고 했다.

 

택배 차량의 아파트 지상층 운행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2018년 경기 남양주 한 아파트 단지에선 택배 차량 진입이 막히자 택배기사들이 물품을 단지 입구에 쌓아두며 항의한 이른바 ‘택배 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천에서도 2020년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한 적이 있다.

 

택배 대란을 계기로 2019년 초에는 지상층에 도로와 주차공간이 없는 ‘지상공원형‘ 아파트의 경우 일반 택배 차량이 들어갈 수 있도록 지하주차장 층고 높이를 2.7m 이상으로 짓도록 하는 법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하지만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들의 지하주차장은 택배 차량 진입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하주차장에 드나들 수 있는 저상 택배 차량을 이용하는 것도 해결법이 되긴 어렵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 허리를 숙인 채 물건들을 옮겨야 하는 저상 차량이 일반 차량보다 택배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 위험성을 높인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상훈 전국택배노조 인부천지부장은 “저상 차량을 도입하는 방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지하주차장 층고가 낮은 아파트에서 이 같은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지상층 택배 차량 운행이 제한되면 그 부담은 온전히 노동자들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