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걷고 싶은 날이 있다. 땀이 날 만큼 빠르게 운동하듯 걷는 것 말고, 느릿느릿 산책하듯 걷고 싶은 날 말이다. 걷는 길에 멋진 풍경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힐링이 될 것이다.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더 쾌적했다. 가슴은 뻥 뚫린 듯 시원해졌다. 울산 대왕암공원에서 즐겁게 걸었다. 그곳에는 출렁다리의 스릴도 있다. 아찔 출렁다리 건너 해안길 따라 대왕암으로 ‘대왕암’을 만나러 울산시 동구 일산동 대왕암공원으로 향했다. ‘경주 대왕암’과 이름이 같아 헷갈리기 쉬운데, 다른 곳이지만 관련 깊다. 경주 대왕암은 신라 제30대 문무왕의 수중릉이다. “죽은 후에 호국 대룡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왕의 유언에 따라 동해의 대왕바위에 장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후 문무왕의 왕비도 세상을 떠났고, 그의 넋도 호국용이 되어 동해의 한 대암 밑으로 잠겨 용신이 됐다고 전한다. 울산의 대왕암이다. 오늘의 목적인 ‘느릿느릿 걷기’에 맞춰 대왕암공원 입구에서 안내도를 보며 코스를 정했다. 주차장-전설바위길-출렁다리-대왕암-바닷가길-슬도-주차장. 안내도에 적힌 소요시간은 전설바위길 약 30분, 바닷가길 약 40분이다. 미리 말하자면, 해안가 길로 오르
“제주도 간다고? 요즘엔 거기가 핫플이야.” 저마다 알려주는 ‘요즘 핫플’이 너무 많다. 제주도는 생각보다 넓고 볼거리가 넘치고 여행객들이 보는 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제주 한 달 살기’처럼 장기 여행객도 많지만, 많아진 항공편 덕에 1박 2일 가볍게 다녀오는 여행객도 많다. 일정이 길든 짧든 제주 여행 트렌드는 ‘깊게 즐기기’다. 그 많은 ‘요즘 핫플’은 권역별로 즐기는 게 답이다. 이번 여행길에선 ‘제주 서부’를 즐겨 보자. 제주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김창열의 ‘물방울’ 지난해 1월 작고한 물방울 화가 김창열. “난 화가나 그림 진짜 잘 몰라” 하는 사람일지라도 한 번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이름은 몰랐더라도 물방울 그림을 보면 ‘아~’ 할 것이다. 제주시 한림읍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은 김 화백이 6·25전쟁 때 제주에 1년 6개월 정도 머물렀던 인연으로 자신의 대표작 220점을 제주도에 기증해 건립됐다. 오는 3월 13일까지 타계 1주기를 즈음한 추모 전시 ‘투명의 미학’전이 열리고 있다. 김창열 화백의 화업 70여 년을 만날 수 있다. 빛·바람 등 자연을 실내로 들이는 통로인 회랑, 건물 중앙에 자리한 빛의 중정 등 건축물 자체도 볼거리다. 검은
지금은 뒷전으로 많이 밀려났지만 ‘맛있는 여름’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우무콩국이었다. 얼음을 동동 띄워 시원하고 고소한 콩국도 별미였지만,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우무의 식감이 먹는 재미를 더했다. ‘한천’이라고 하면 생소하게 느낄 사람이 많겠지만, ‘우무’는 많이들 들어 봤고 또 먹어 봤을 것이다. 한천은 우뭇가사리로 만든 우무를 건조시킨 것이다. 지금 경남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에는 추운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이색 풍경이 펼쳐져 있다. 추수가 끝난 논바닥 위에서 한천이 ‘밤엔 얼고 낮엔 녹고’를 반복하고 있는 것. 한천이 궁금해졌다면 ‘밀양한천테마파크’로 가 보자. ■한천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한천박물관 밀양한천테마파크에는 한천박물관, 한천체험관, 한천판매장 ‘한천본가’, 한천레스토랑 ‘마중’이 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즐길거리는 충분하다. 넓은 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한천박물관·체험관, 한천판매장·레스토랑 건물이 마주 보고 있다. 한천박물관은 한천의 발견부터 역사, 변천, 제조 과정 등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밀양 한천의 원료인 우뭇가사리는 제주 바다에서 온다. 우뭇가사리는 바위틈에서 자라기 때문에 해녀들이 손으로 채취한다. 박물관에는 우뭇가사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한국의 전통놀이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줄다리기, 오징어게임. 모두 바깥에서 신나게 몸으로 즐기던 놀이였다. 코로나 시대, 층간소음 걱정 없이 실내에서 할 만한 전통놀이는 없을까. 떠오르는 놀이가 윷놀이밖에 없는 이들에게 우리 조상님들이 즐겼던 ‘전통 보드게임’을 추천한다. 다가오는 설 연휴엔 스마트폰은 잠시 내려놓고 가족들과 한판 놀아 보자. ■이순신 장군도 즐겼다는 ‘승경도’ “에이, 나 개성유수로 가게 됐어.” “그 자리 종3품이야, 바로 우찬성도 될 수 있는 좋은 자리라고.” “무과 출신이라 파직될 위험도 크잖아?” “어허, 나 청백리 받은 몸이라 파직되든 상소를 올리든 거부할 수 있다네.” 사극 속 조선시대 관리들의 대화가 아니다. 벼슬살이 보드게임인 ‘승경도’(陞卿圖) 놀이판에서 오가는 대화다. 상소, 유배, 양사법, 자대제, 백의종군 등 어렵고 생소한 단어가 줄줄이 나오지만 놀이로 여겨서인지 아이들도 금세 외우고 이해한다. 승경도는 넓은 종이에 벼슬의 이름을 품계와 종별에 따라 써 놓고 ‘윤목’을 굴려서 나온 끗수에 따라 말을 이동하는 놀이다. 승정도, 종경도,
겨울방학이다. 집에만 있는 아이들이 안쓰럽지만, 코로나 때문에 멀리 떠나는 여행은 부담스럽다. 아이들과 다녀올 만한 당일치기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경남 합천 ‘대장경 테마파크’가 딱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과 ‘기록 문화’를 주제로 한 체험학습 공간이다. “역사 관련한 곳이면 지루한 곳 아니야?” 하는 걱정은 접어도 된다. 아이도 어른도 재미있게 놀면서 팔만대장경을 배울 수 있다. 최소 반나절 이상 시간을 보내게 되니 오후 늦게 도착하지는 말자. 대장경의 모든 것을 디지털 체험으로 만나는 ‘대장경 천년관’ 노란색 관람 화살표를 잘 따라가면 모든 전시실을 빼놓지 않고 볼 수 있다. 대장경 천년관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대장경 전시실’이다. 360도 원형 돔에 인청동으로 간행한 동판대장경이 꽂혀 있다. 그 위로 입체적인 3D 랩핑 영상이 쏟아진다. 그 공간에 잠시 서 있는 것만으로도 팔만대장경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이어지는 전시실은 ‘대장경 로드실’. 붓다의 깨달음이 경전으로 기록되는 과정과, 경전이 우리나라로 전해지는 과정을 설명한다. ‘대장경 신비실’은 대장경 기록 과정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 강화도에서 해인사까지 경판을 옮겼던 이운
경남 김해시의 특별한 길 ‘웰컴로 42번길’. 서상동 수로왕릉 지역과 동상동 외국인 거리를 이은 길이다. 고대 가야의 정신인 환대와 공존을 ‘웰컴’으로 표현하고, 가야 건국인 해인 AD42년과 서로 맺은 관계 ‘사이’라는 의미를 함께 담았다. 이 길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28곳의 ‘가치가게’들이다. ‘가치가게’는 지역의 예술·다양성·역사·환경·나눔 중 한 가지 이상의 가치를 실천하는 곳을 말한다. 가치가게 프로젝트는 김해문화재단 산하 김해문화도시센터가 주관하는 사업이다. 김해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상인들이 직접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자는 목표로 시작했다. 상인들의 역량 강화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가치 크루’를 파견하고, 홈페이지(www.가치가게.com)·문화지도 구축 등 다양한 홍보 활동으로 가치가게를 지원하고 있다. 2020년 1차 사업으로 웰컴로 42번길 구간 내 29곳(1곳 폐업)을 발굴했고, 2차 사업은 부원동 25곳의 가게를 선정해 현재 안내정보 구축 중이다. 일상을 의미 있는 가치로 채우고 있는 ‘가치 지킴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술:비둘기 영어학당 영어 가르치는 곳이지만 예술도 함께 나누는 공간 수로왕릉 정문 바로 앞, 그야말로 예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마침 플레이리스트에 있던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가 흘러나왔다. 일몰을 보러 거제로 달려가는 차 안이었다. 순간 울컥할 만큼 공감이 됐다. 새해가 코앞에 다가와서였을까. 열두 달을 밝혔던 해가 지고 있다. 떠나보내는 마음은 아쉽지만 ‘지는 해’는 늘 약속한다. 내일 다시 떠오르겠다고. 그러니 새로운 꿈을 꾸어 보자. 해 질 녘 거제에 있다면 가볼 만한,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세 곳을 다녀왔다. 경남 거제시의 일몰 시각은 12월 30일 남부면 기준 오후 5시 23분(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이다. 여차~홍포 해안도로 절벽 깎아 만든 3.5km 도로 환상적 전망대선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섬 풍경 ■명불허전이었다, 여차~홍포 해안도로 거제시 남부면 다포리 여차~홍포 해안도로는 거제에서도 남쪽 끝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옆에 끼고 달릴 수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인기다. 거제 8경에 꼽힐 만큼 공인된 비경을 자랑한다. 여차 몽돌 해수욕장과 홍포마을을 잇는 해안도로는 약 3.5㎞. 해안 절벽을 깎아 만든 길이라 바다를 내려다보
12월 진해에 벚꽃이 피었다. 봄가을 두 번 피는 춘추벚이다. 앙상한 가지마다 벚꽃 한두 송이가 매달려 있다. 그래서인지 꽃송이 하나하나에 더 눈길이 간다. 진해의 곳곳도 그렇다. 화려한 벚꽃을 걷어내고 들여다보면 다른 매력이 가득하다. 장복산 아래 오래된 마을 여좌동에서 ‘벚꽃 말고 진해’를 만났다. 겨울에도 피는 춘추벚이 반기는 진해내수면생태환경공원 저수지와 나란히 걷는 산책길은 멈추는 곳이 바로 포토존 벚꽃 없는 여좌천 걷기는 아늑한 동네 풍경의 재발견 기쁨 12개 다리 스탬프 찍기 행사부터 야경 축제까지 별난 재미 ■진해내수면생태환경공원 규모는 작지만 알차다. 시민에게 관광객에게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곳이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내수면생태환경공원은 진해 남부내수면연구소 안에 있다. 1929년 일제강점기 때 진해양어장으로 조성됐다가, 1985년 국립수산진흥원 진해내수면연구소가 됐다. 내수면 양식기술을 개발하고 양식어종 등을 연구하고 있다. 2008년에 면적 8만 3897㎡를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만들어 개방했다. 생태관찰로와 덱 등 저수지 주변에 산책로를 만들고 8140㎡는 습지공원으로 조성했다. 공원에는 4000여 종의 수목이 자라고 있으며, 저수지
부산일보 편집부 박기범 선임기자가 한국편집기자협회(회장 신인섭)가 선정하는 제235회 ‘이달의 편집상’을 수상했다. 협회는 22일 이달의 편집상 종합 부문 수상작에 박 선임기자의 ‘민심, 레드카드 들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4월 8일 자 1면에 보도된 수상작은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을 택한 민심을 해석한 제목이다. 야당인 국민의힘 상징 색 ‘레드’와 여권을 향한 ‘분노한 민심’을 중의적 표현인 ‘레드카드’에 담아 강렬한 메시지를 던졌다. 한편 경제·사회부문 부문은 경향신문 ‘꽂혀야 산다’, 문화·스포츠 부문은 문화일보 ‘아이유 듣고 로제 보고 임영웅 산다’, 피처 부문은 매일신문 ‘한 글자 한 글자 木놓아 소리내다’가 뽑혔다. 시상식 일정은 추후 공지될 예정이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