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강원의 맛 지역의 멋]그곳엔 ‘육지와 바다'가 함께 있었다
6·25전쟁 이겨낸 주민 땀 서린 삶의 터전 영서·영동 문화 맞닿은 경계지역 매력 황태·더덕구이…숙성된 융합의 맛 풍성 나이를 묻는 말에 그는 옛 기억을 더듬었다. 1950년 6월의 인제군 상남면. 그의 기억은 그때부터 시작된 듯했다. “내가 일곱 살 때 전쟁이 났어. 그때 동네에 큰 낭구(나무)가 있었지. 난리가 나면 그 밑으로 숨어들었던 기억이 나. 동네에 공산군도 들어오고, 국군도 들어오고 그랬어.” 인제 토박이라는 그에게 유년 시절은 공포의 기억이었다. 군인들이 번갈아 가며 내려오는 사이, 마을에는 어김없이 불꽃이 터졌고, 주민들은 엄혹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일상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전쟁이 끝나면 그때 그 과거로 온전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옅은 희망을 품었으리라. 하지만 돌아오지 못한 이웃들과 갈라진 마을을 남겨둔 채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현대사의 틈바구니에 끼인 삶이다. 아찔한 첫 기억의 일곱 살 꼬맹이는 어느덧 산수(傘壽)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복잡하고 어두웠던 한국 현대사의 경계와 틈. 그 사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인제에 있다. 전쟁이 났을 때 가족과 이웃을 잃고, 휴전 이후에도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긴
- 박서화·이현정기자
- 2022-02-04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