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국보 제312호)에 오르려면 약 2.5Km정도의 산길을 올라야 한다. 인시(寅時)를 막 지난 야행 길을 반기듯 가을 전령사 귀뚜라미가 운다. 한 발 두 발 내딛는 뒤로 또 다른 한 발 두 발이 따라오는 느낌이다. 머릿속에 든 생쥐가 처녀귀신이 따른다며 얼른 뒤 돌아보라며 귓전에 속삭인다. 밤 도깨비가 따라 붙는다고 고자질이다. 먼데서 개가 짖고 수탉이 홰를 치며 운다. 꼬임에 넘어 간 듯 뒤통수가 섬뜩하여 돌아보려든 눈길이 하늘로 향한다. 하현달이 하얗게 솔가지와 숨바꼭질로 따라붙으며 "걱정하지 마세요! 지켜줄 거예요!"하고 용기를 북돋운다. 그러기를 몇 차례 어느새 산길이 가팔라지는가 싶더니 돌계단을 지나 칠불암 앞마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일곱개의 불상을 모신 칠불암 마애불상군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삼층석탑이다. 사람의 키 만큼 낮아 보이는 석탑, 기단석에 몸을 올려 면석에 어깨를 기댄 기왓장엔 "환영 칠불암"이라 적혀있다. 뒤편으로 웅장한 칠불암 마애불상군이 의연한 자세로 어둠에 묻혀있다. 암자는 밤을 빌어 비운 듯 인기척이 없다보니 말 그대로 적막강산에 무주공산이다. 경주 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은 부처님을 포함한 7구의
강화도 보문사, 낙산사 홍련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기도처의 하나인 보리암을 찾아가는 길이다. 한적한 고속도로를 달리는 밤하늘에 달은 넘어가고 별무리가 반짝인다. 바쁘다며 무심코 지나친 지난 시간들이 쌓여 초롱초롱한 별무리가 눈에 생경하다. 흔들흔들 남해대교를 건너서 미륵불이 도왔다는 미조항에 다가드는지 짭조름한 바다 향속에 비릿한 멸치냄새가 베어난다. 남해 금산은 해발 704m로 한려해상국립공원 중 유일한 산악공원이며 온통 기암괴석들로 뒤덮여 38경의 절경을 이루고 있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보광사를 짓고 보광산이라 불렀는데 후일 금산으로 개칭 되었다. ◆ 조선 개국설화가 깃든 남해 금산과 보리암 보광산이 금산으로 이름을 바꾼 데는 조선의 개국설화와 관련이 있다. 고려 말 이성계가 백두산과 지리산에 들어가 왕이 되게 해 달라고 산신에게 빌었으나 들어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곳으로 와 산신령에게 만약 왕이 된다면 산 전체를 비단으로 둘러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훗날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게 되자 영세불망의 영산이라 비단으로 산을 두르려 했지만 큰 산을 비단으로 두른다는 것은 언감생심, 불가능했다. 고민 끝에 비단 금(錦)를 내리니 현재의 금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