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이름 모를 잡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경계에 핀 꽃이 됐다. 나훈아의 '잡초', 김춘수의 '꽃', 함민복의 '꽃'에 나오는 주요 구절을 나열했는데, 크게 어색하지 않은 문장이 완성됐다. 아주 사소한 것에도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면 소중한 무엇이 된다는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일까 싶다. 그런데 이 문장의 주인공 '잡초'는 언제부터 이름 모를 꽃과 풀 따위가 되었던가. 인공정원을 꾸며주는 말끔한 잔디 풀 사이로 삐죽삐죽 솟아나는 그것은 뽑아내고 약을 쳐도 이내 날아와서 박히고 솟아난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존재들은 제각각 뿌리내리고 자라고 싶은 만큼 자라나며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현현한다. '양강에코뮤지엄' 프로젝트 첫 포문 열어 자생식물 기록 '세밀화' 지역가치 재발견 잡초같은, 이름이 있음에도 무심코 지나쳤던 그것에 주목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양강에코뮤지엄' 프로젝트의 한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양평문화재단은 지난 6월 경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2021 경기 에코뮤지엄 조성' 공모사업 중 한강수계 권역 에코뮤지엄 조성 분야(지원금 5천만원)에 선정됐다. 경기도에선 수년 전부터 '경기만' 문화권을
미군 부대 캠프 호비(Camp Hovey)는 동두천시에 주둔한 미군 육군의 제1지역 군영이었다. 동두천시의 동쪽 끝 작은 마을 '턱거리'는 기지촌으로 성황을 이뤘다. '개도 달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문화도 풍성했다. 1970~1980년대 주요 소비자였던 미군 취향에 맞춰 서양 레코드 음반 판매점이 즐비했고 휴가 나온 군인을 위한 맞춤식 양장점부터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 음식과 주류를 판매하는 상점이 문전성시였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미군 감축과 2019년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미군 부대가 이전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턱거리마을은 생존 동력을 찾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주민 간 갈등도 불거졌다. 기지촌에서 '양공주' 혹은 '양색시'라고 불렸던 존재를 둘러싼 갈등도 수많은 부침 중 하나였다. 미군을 상대했던 기지촌 여성은 부정적인 사회의 시선이 두려워 주소지의 '동두천'을 어디에도 없는 '천두동'으로 거꾸로 적거나 서울의 친척집으로 기록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한다. 스스로 사회로부터 숨었던 그녀들이 미군도 떠난 마을에서 갈등 요소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19년이다. 턱거리마을은 2019년 5월 경기문화재단 경기북부 에코뮤지엄 시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