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谷城)은 이름 그대로 계곡이다. 계곡은 깊을수록 좋다. 산골 옹달샘도 운치가 있지만 울창한 숲과 차가운 물이 있는 계곡에 비할 것이 못 된다. 자연과 함께 삶의 이치를 묻고 답하는 도량이고 때론 자연과 맞닿아 만인이 어울려 노는 놀이터가 되는 계곡이 핫 플레이스가 되는 이유다. 골짜기 고을을 대표하는 도림사 주변 계곡은 맑고 차가운 계곡물과 울창한 숲, 넓고 평평한 반석들이 어우러져 가족 단위 피서객은 물론 연인과 친구끼리도 찾는 여름철 명소로 손색이 없다. 곡성은 '계곡맛집'이라 불릴 만큼 계곡이 많은데, 유명세를 치르는 곳만 해도 3곳에 이른다. 신라 무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도림사 주변 계곡, 임진왜란 때 의병들의 훈련장소였던 청계동 계곡, 태안사로 들어가는 계곡 등이 그것이다. 각각 시기별로 색다른 매력을 뽐내지만, 유독 여름철 피서지로도 잘 알려진 곳이 도림사 주변 계곡이다. 도림사 계곡은 전라남도 기념물 101호로 지정된 자연유산이기도 하다. 월봉계곡으로도 불리는 도림사 계곡에서는 동악산 남쪽 골짜기를 따라 동악계곡, 성출계곡과 함께 넓은 암반 위로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천혜의 자연이 빚어낸 계곡을 따라 울창한 숲속에
연일 푹푹 찌는 한낮의 더위로 외출하기가 선뜻 쉽지 않아졌다. 그늘을 찾아 가더라도 높은 습도로 인해 불쾌지수는 한없이 높아지고, 한밤 중에도 에어컨 없이는 잠을 잘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35도를 웃도는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해수욕장도 좋고 실내 워터파크도 좋은 선택이지만, 산첩첩 물겹겹 수려한 자연 속 또한 더위를 날리기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올 여름 집에만 있기 갑갑하다면, 뻔한 피서지가 지겹다면 '오면 10년이 젊어지는' 양구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생태자원의 보고(寶庫) 두타연=양구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이자 양구 9경 중 하나인 두타연(3경)은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북방에 자리 잡고 있다. 유수량은 많지 않지만, 주위의 산세가 수려한 경관을 이루고 오염되지 않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되는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또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된 산양이 두타연 곳곳에서 먹이를 먹거나 산책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을 만큼 생태자원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1,000년 전 두타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데에서 연유한 이름이며, 휴전 이후 50여 년간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돼 도로변에 원시림을 연상케 하는 숲과 생태계
경남 김해시 구지봉 자락에 자리한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 건국 신화의 숨결이 깃든 땅에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축물이다. 박물관은 고(故) 장세양 건축가가 1991년에 설계해 1998년 완공한 건축물로 현대 건축의 거장 김수근 건축가의 철학을 계승한 작품이다. 박물관은 2021년부터 상설전시실 전면 리모델링을 시작해 2022년 2층 재개관에 이어, 지난해 1월 23일 1층까지 새롭게 단장하며 ‘세계유산 가야’라는 이름으로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최신 가야 문화 연구 성과와 발굴 자료를 반영하고 누구나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철의 왕국’, 땅과 대화를 시작하다 국립김해박물관의 건축 언어는 ‘철의 왕국’ 가야의 정체성을 향한다. 건물을 감싼 검은색 벽돌은 철광석과 숯을 형상화한 듯하며 투박하면서도 묵직한 질감을 통해 가야의 제철 기술과 철의 가치를 은유적으로 전달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녹의 옷을 입는 철판은 제련되는 쇠의 변화를 보여주며 가야 문화의 상징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건물 전체는 원형으로 설계되었는데 이는 동양의 전통 사상인 ‘천원지방’(天圓地方·하늘은 둥
북적이는 도심을 잠시 떠나 한 주 동안 찌든 먼지와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내고 힐링하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북한산과 도봉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양주시 장흥면, 한때 이곳은 국민쉼터로 이름을 떨치던 곳이며 현재는 수도권의 ‘힐링스폿’으로 더 유명하다. 발 닿는 곳 어디든 절경이라 천혜의 자연을 품은 명당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바캉스’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하던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여름이면 이 일대는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몰리던 인기 피서지였다. 해외여행이 일상이 된 요즘엔 주말을 틈타 가볍게 머리를 식히거나 기분을 전환하려는 ‘힐링족’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들이 자주 찾는 명소들이 소셜네트워크를 타고 전파되며 장흥유원지는 핫플레이스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한동안 멈췄던 교외선 운행이 올해부터 재개되며 중년에겐 추억, MZ세대에겐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는 이색 기차 여행지로도 떠오르고 있다. ■ 자연 속에 풍덩 ‘송추계곡’ 송추계곡은 장흥유원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통의 명소다. 송추는 소나무와 가래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실제 긴 계곡 양옆으로 소나무와 가래나무가 우거져 있
제주도 록(綠) 페스티벌 한낮의 열기를 피해 조용한 숲으로 향해본다. 나무 그늘 아래 바람은 부드럽고, 햇살은 잎사귀 위에서 조용히 반짝인다. 발끝에 닿는 흙의 촉감, 코끝을 스치는 나무 향, 귓가에 울리는 바람 소리. 이 모든 것이 여름의 또 다른 얼굴이다. 싱그러운 햇살이 파도와 부딪치는 바다도 좋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얼굴을 어루만지는 산의 여름도 참 좋다. 숲의 그늘 아래에서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조용히 계절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제주에서 만날 수 있는 휴양림 명소들을 소개한다. ■ 삼나무 향 따라 걷다, 마음까지 맑아지는 숲 절물자연휴양림 삼나무 가득 그늘 아래 ‘쉼’ 샘물 솟는 ‘절물’ 이름 유래 제주시 봉개동 해발 600m. 한여름의 무더위도 이곳에서는 숨을 고른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지나 숲길로 들어서는 순간, 도시의 소음은 삼나무 숲에 스며들며 사라진다. 제주시가지에서 차로 30분이면 닿는 절물자연휴양림은 삼나무로 가득한 그늘 아래서 ‘쉼’이라는 단어의 본질을 되묻는 공간이다. 절물휴양림이 품은 삼나무는 평균 수령이 40년을 넘는다. 곧게 뻗은 삼나무들이 만든 녹색 아치 사이를 걷다 보면, 숨소리마저 가볍게 느껴진다
‘삶에 쉼표를 찍으며 잠시 여유를 삼을 수 있는 곳’. 마음의 고향처럼 안식처로 삼을 수 있는 경북 칠곡군 복합문화공간 ‘시호재’(時弧齋·시간을 향해 쏘는 활)에 오면 편안함이 밀려온다. 기분 좋은 바람과 공기의 향기와 촉감을 소재로 연주되는 교향곡을 떠올리도록 설계된 건물. 넉넉한 자연의 품으로 들어가는 듯한 편안함과 동시에 건축주의 환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야말로 빛과 바람과 인간이 빚어낸 최상의 건축물이다. 구름과 햇빛이 건물 사이로 흘러간다. 불규칙하게 지나가는 바람은 일렁임을 만들면서 여운의 한 자락을 남긴다. 인생 샷을 찍기 좋은 장소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시호재이다. 경북 칠곡에서 가장 핫한 곳이다. ■ 세계적인 건축상 잇따라 수상 시호재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건축부문상을 잇따라 수상하면서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달성,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iF 디자인 어워드 2025’와 ‘2025 독일 디자인 어워드(German Design Award)’, ‘제47회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을 받아 국내·외에서 디자인적 가치를 인정받은 덕분에 건축학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iF 디자
미술관 안으로 무등산이 가득 들어왔다. 초봄의 연둣빛을 지나 6월의 짙푸른 녹음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울긋불긋 단풍이 들때, 나뭇가지에 흰 눈이 내려앉을 때, 미술관 안과 밖에서 바라다 보이는 무등산은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보이고 미술관은 그 풍경을 그대로 품는다. 안과 밖의 경계가 없고, 자연의 흐름을 거역하지 않는 의재미술관은 무등산에 오롯이 안겨 있다. ■ 남종화의 대가 허백련을 기리다 한국 남종화 문인화의 마지막 대가 의재(毅齋) 허백련(1891~1977)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의재미술관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 무등산 국립공원에 터를 잡았다. 무등산 자락은 의재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머물렀던 곳으로 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1891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의재는 소치 허련의 뒤를 잇는 우리나라 남종 문인화의 대가다. 1938년부터 광주에 정착한 그는 산수화와 사군자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화풍을 완성하고 연진회를 조직해 제자들을 가르치며 한국화의 명맥을 이었다. 겸허하고 청빈한 사상가이자 계몽가이기도 했던 그는 농업기술학교를 설립, 교육에 힘썼고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자는 삼애사상(三愛思想)을 제창했다. 의재는
순교의 아픔을 넘어 세계를 향한 희망의 성지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은 전 세계에 깊은 울림을 안겼다. 평생을 약자와 함께하며 평화와 사랑, 화해를 실천한 그의 삶은 한국에서도 깊은 의미로 남아 있다. 충남 서산의 해미국제성지는 그 정신을 간직한 특별한 곳이다. 조선 시대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한 이곳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국제성지’로 지정되며 평화의 상징이 됐다. 신앙의 역사를 품은 이곳은 이제 치유와 성찰, 공존의 가치를 되새기는 공간으로 거듭나며, 누구나 잠시 멈춰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 순교의 땅, 세계를 향한 성지가 되다 해미국제성지는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병인박해 등 조선 후기의 탄압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고자 목숨을 바친 순교자 1천여 명의 피가 이 땅에 스며 있다. 겉보기엔 평온한 언덕과 숲길이지만, 이곳은 오랜 시간 고통과 희생의 흔적을 간직한 성스러운 공간이다. 그 신앙적 가치를 인정한 교황청은 2020년 해미성지를 ‘국제성지’로 공식 지정했다. 이는 국내에서는 유일한 사례이며, 아시아 전체로 봐도 단 두
반도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바다에 간다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바다와 숲, 호수, 역사적 명소까지 모두 한 곳에서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에는 이 모든 것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국내 최고의 석호이자 동해안 최대의 자연호수인 화진포다. 바다와 호수가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그곳, 화진포로 초대한다. 호안선 길이 16㎞ 광활한 석호 소나무 숲, 병풍처럼 그림 같은 풍경 겨울엔 철새들의 안식처 여름엔 훌륭한 피서지 ■ 모두에게 사랑받는 화진포 1971년 강원도 기념물로 지정된 화진포는 23만8천여㎡(72만평), 호안선 길이는 16㎞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의 석호다. 호수 주위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까지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예로부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온 화진포는 조선시대 이중환의 택리지에 한자 울 ‘명’자와 모래 ‘사’자를 써 ‘명사’라는 말로 기록돼 있다. 화진포에는 잉어, 숭어, 향어, 붕어, 가물치 등의 어족 자원이 풍부하고 겨울철에는 천연기념물인 고니와 같은 다양한 철새들이 찾아와 장관을 이룬다. 새하얀 고니 떼가 화진포에 내려앉아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백
도시의 불빛이 사라진 고요한 밤, 맑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은 우리에게 말 없는 위로를 건넨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별빛 아래 잠시 멈춰 서면 우주의 신비가 가깝게 다가온다. 양평군에선 이 같은 특별한 밤하늘을 만날 수 있다. 빛 공해가 적고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덕분에 수도권에서 은하수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사계절 각기 다른 별자리가 반짝이는 양평으로 밤하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양동면 벗고개, 별빛 여행의 출발점 양동면 벗고개, 빛공해 적어 밤하늘 관측 최적 장소 은하수 자주 관찰, 가을·겨울철 별빛 더욱 뚜렷해져 양동면에 위치한 벗고개는 빛 공해가 적어 밤하늘 별 관측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은하수도 자주 관찰되며 가을과 겨울철에는 별빛이 더욱 뚜렷하게 보인다. 별 관측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도 별자리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오리온자리,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등 주요 별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망원경을 가져가면 행성이나 별무리의 세부 모습도 관찰할 수 있어 관측의 폭을 넓힐 수 있으며 맑은 환경 덕분에 은하수를 볼 수 있는 확률도 높은 편이다. 벗고개에 별을 보기 위해 차량으로 진입할 땐 관측을 방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