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의 시신을 매장한 곳을 무덤이라 한다. 무덤은 인간의 본성이 잘 드러난 공간 가운데 하나다. 당시의 생활상이나 의례, 사후세계에 대한 의식이 명징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죽음을 마주한 인간이 남긴 흔적은 당대의 삶의 이야기가 녹아있을 뿐 아니라, 죽은 이가 누렸던 문화와 풍습 등을 담고 있다. 죽은 이는 곧 살아있는 이들의 그림자가 된다는 것은 그런 이유다. 국립광주박물관 전시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유물은 ‘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어디쯤에 교묘히 얽혀 있다. 드러난 유물은 사실을 말하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관람객의 몫이다. 더욱이 삼국시대 장고분에서 발굴된 시신의 정체는 그가 누구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다양한 부장품들 예를 들어 금동관, 굽다리 접시, 연리문 유리구슬, 쇠화살촉 등은 신분의 위계가 높은 사람이었다는 것만을 말해줄 뿐이다.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수미)이 개최하는 특별전 ‘함평 예덕리 신덕고분-비밀의 공간, 숨겨진 열쇠’. 10월 24일까지 신덕고분 출토 유물을 한데 모아 공개하고 그동안 학계에서 연구했던 성과를 바탕으로 고분의 특성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자리다. 최초 발굴이 이루어진 것이 지난
1500년 전 삼국시대 금속공예 수준과 조형미를 엿볼 수 있는 ‘금동신발’이 일반에게 공개된다.나주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은 5~6세기 백제 금속공예 기술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유물이다. 삼국시대 고분에서 발굴된 금동신발 중 가장 완전한 형태를 갖춰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와 나주복암리고분전시관은 ‘신선(神仙)이 되어 하늘 나라샤’ 전시를 오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개최한다. 금동신발 보물 지정을 기념해 나주복암리고분전시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일반에게 가치를 널리 알리고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은 대형 분구묘인 1호 석실에서 지난 2014년 발굴됐다. 5~6세기 영산강 유역에는 정촌고분 외에 복암리고분 등 대형 고분이 축조됐는데 그 가운데 정촌고분은 백제, 마한 문화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전시는 금동신발의 형태와 문양에 대한 소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무엇보다 신발에 담긴 다양한 문양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고 상상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그동안 삼국시대 고유의 금속공예품인 금동신발은 공주 무령왕릉을 비롯해 마한·백제권 지역에서 22점이 확인됐다. 그 가운데 정촌고분 금동신발은 좌우 신발
“강제이주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남은 건 절망뿐, 주동일은 중앙아시아 초원에서 맨발로 피 흘리며 수없이 넘어졌다 일어서야 했다. 소련 정부의 거짓과 위선은 그동안 쌓아온 주동일의 신념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남편의 죽음과 강제이주를 체험한 주동일에게 스탈린 체제는 거짓으로 위장한 가혹한 압체제제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독립운동가이자 고려인 한글 교육에 헌신했던 리상희·주동일 부부 이야기는 감동을 준다. 고려인문화관에 ‘선구자의 가슴에 흐르는 불멸의 사랑 노래’라는 주제로 마련된 전시실. 두 부부가 조국의 독립과 고려인들을 위해 모국어 교육에 헌신했던 모습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국가의 존재 의미와 국가에 대한 사랑의 의미를 되묻는다. 최근 개관한 광주 ‘월곡 고려인문화관 ‘결’’(광산구 산정공원로50번길 29). 이곳은 고려인의 강제이주와 항일운동 역사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고려인들이 구소련 지역에서 남긴 다양한 자료와 컬렉션은 황무지에서 피워낸 민족혼을 상징한다. 문화관은 주택 밀집 지역에 위치한 터라 다소 번잡한 느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초록색 건물이 주는 산뜻함은 주변의 풍경을 편안하면서도 밝게 물들인다. 모진 고난과 고통 속에서
전통 농경사회 부엌의 중심은 부뚜막이었다. 솥을 걸 수 있도록 만든 아궁이 인근에 흙을 쌓아 만든 턱이 바로 부뚜막이다. 조리대나 개수대와 같은 기능을 지닌 시설 가운데 하나로, 좀더 넓게 말하면 아궁이 위에 솥을 거는 근처를 말한다.산업화 이전, 도시화가 진행되기 이전 부엌은 단순한 음식을 만드는 곳이 아닌 가족의 마음을 나누는 추억의 공간이었다. 부뚜막 주위에 둘러앉아 아궁이에 고구마나 옥수수를 넣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일상의 풍경이었다. 농도인 남도의 부엌은 오늘의 식문화를 일군 토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대별 다양한 그릇과 식기 도구, 불 문화, 음식 등 요인들이 어우러지는 곳이기 때문이다.부엌을 매개로 호남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8월 22일까지 국립나주박물관 기획 전시실에서 열리는 ‘따뜻한 마음의 공간 호남의 옛 부엌’이 그것. 이번 특별전은 고대 호남지역의 부엌 모습 뿐 아니라 가족과 사람이 만나는 온기의 공간 부엌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초점을 뒀다. 아울러 마한시대부터 백제시대 초기까지의 고대 사회를 아우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가장 먼저 부엌의 필수시설인 부뚜막이 소개된다. 1부 ‘불에서 태
광주문화재단은 ‘2021 미디어아트 콘텐츠 공모-Recovery(회복)’를 오는 18일까지 접수한다.이번 공모는 스페이스 5G네를 비롯해 홀로그램극장, 미디어놀이터 등 미디어아트 특화공간과 광주공원 일대를 공간적으로 변혁하기 위해 마련했다. 공모 분야는 플랫폼 계단에 적용 가능한 ‘미디어파사드 콘텐츠’, 미디어아트 특화공간과 스페이스5G네 공간을 활용한 ‘AR, VR, 인터랙션 활용 콘텐츠’, 광주공원 일대와 미디어 특화공간에 설치할 빛 관련 ‘외부 설치 콘텐츠’, 홀로그램 극장을 활용한 ‘홀로그램 콘텐츠’ 등 4분야이다. 선발된 창제작자들에게는 총 1억2000만원 이내에서 예산이 작품 제작비로 지원된다. 단 ‘문화 융·복합 콘텐츠 개발 기획단’ 자문회의에 참여해야 하고 2021년 9월 3일까지 1차 쇼케이스가 가능해야 한다. 최종제출일은 11월 3일이다.한편 문화재단은 5G미디어실증체험관 ‘스페이스5G네’에서 ‘내가 그린 거북이 #해시태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이벤트는 관람객이 직접 미디어아트를 체험한 뒤 그 신기함와 흥미로운 체험 스토리를 SNS에 올려 미디어 실증 체험을 홍보하는 ‘시민주도형 이벤트’(선착순 100명) 다.‘내가 그린 거북이’
미디어아트로 광주 명소도 즐기고, 일상의 ‘회복’도 기원하고…. 광주문화재단은 지난 2016년부터 미디어아트 6개 특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가 지난 2014년 12월 미디어아트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된 후 이들 미디어아트 공간은 세계 창의도시들과의 교류를 매개하는 주요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최근 미디어 338에서는 유네스코 비전과 연계된 ‘미래적 회복’을 도모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또한 지난해 개관한 5G 미디어실증체험관은 5G 실감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미디어 338기획전과 5G 미디어실증체험관을 소개한다. ◇ 미디어 338 ‘Recovery: 미래적 회복’ 기후와 환경은 인류가 직면한 최대 문제다. 미디어 338에서 열리는 기획전 ‘미래적 회복’은 3개 시리즈로 진행된다. 7월 16일까지 김안나 작가의 ‘Beyond Human’이 펼쳐진다. 이후 이승연 작가 ‘재난의 시대, 몽상 판타지아’(7월29일~9월10일), 시민참여형 퍼포먼스 ‘Jump into the Sky’(7월29일~9월10일)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3개 시리즈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기조인 ‘지속가능발전목표’와 연계될 뿐 아니라 기후, 환경 등과도 밀
남쪽에 여름이 오고 있다. 해남의 여름은 초록이다. 눈길 닿는 곳, 발길 닿는 곳이 모두 푸르다. 두륜봉을 타고 올망졸망 어깨를 펼친 봉우리들마다 생명의 빛이 가득하다. 두륜봉 골짜기가 속한 곳은 삼산면 구림리(九林里) 장춘동(長春洞)이라 일컫는다. 아홉 개의 숲과, 긴 봄을 뜻하는데, 그 봄의 끝자락과 여름의 첫머리가 닿는 이즈음의 풍광은 푸르름천지다. 대흥사 숲길은 천년 숲길로 불린다. 숲길은 사시사철 다른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자연의 옷차림은 인위의 그것이 완벽하게 배제된 천연의 색이다. 봄의 싱그러움, 여름의 풍요, 가을의 정취, 겨울의 설경은 이곳을 거닐어 본 사람만 느낄 수 있다. 천년 숲길에 들어설 때면 부지불식간에 마음이 가라앉는다. 저잣거리의 이런저런 생각들을 내려놓는다. 내려놓고 다시 내려놓아야 숲길의 오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숲에 들어서는 이들은 한낱 삿된 망상을 버려야 하리.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마음 한자리에 드리워져 있는 지난날의 희로애락애욕정, 모든 감정은 털어야 한다. “버려라. 버려라. 또 버려라. 버리고 버려 버린다는 생각마저도 버려야 하리. 한 조각의 구름처럼, 한 물결의 파도처럼 일어섰다
예로부터 진도는 ‘보배의 섬’이라 불렸다. 농토가 넓어 농산물이 풍부한 데다 바다에서는 어류와 해조류가 많이 났다. ‘1년 농사로 3년을 먹고 산다’는 말이 전해온 것은 그러한 지리적 요인과 무관치 않다. 문화와 역사 유적도 여느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섬 곳곳에 자리한다. 삼별초의 항몽유적지인 남도석성을 비롯해 명량대첩의 전승지 명량해협은 이순신의 충혼이 서려 있다. 특히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이 기거하던 곳을 손자 남농 허건이 복원한 운림산방은 사시사철 예술적 정취가 물씬 풍긴다. 문화와 예술의 고장 진도에 시·서·화(詩·書·畵)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시에그린 한국시화박물관’(시화박물관)이 조만간 개관을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우리나라 최초 박물관으로 전시와 체험, 힐링 등 체계화된 예술교육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화박물관을 기획한 이는 해남 출신 이지엽 시인(경기대 교수). 오랫동안 중앙 시조문단에서 탄탄한 작품성과 독창성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일궈왔던 시인이 시화박물관을 계획했던 것은 지난 2007년부터. 개관 준비로 바쁜 시인은 최근 전화로 근황을 알려왔다. “지난 2007년 현대시 100년 ‘시가
목포 갓바위문화공원 일대는 목포의 문화와 역사, 자연이 집약된 곳이다. 인근에 국립해양유물전시관, 목포문학관, 자연사박물관, 생활도자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그 가운데 목포자연사박물관(박물관)은 지구 46억년 자연의 역사를 담은 국제적 박물관으로 손색이 없다. 지구온난화로 생태계 파괴와 환경훼손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에서 인간과 환경, 지구와 생물 등 다양한 관계와 역사를 조망할 수 있다. 최근 재개관한 이곳에는 공룡화석을 비롯해 광물, 조류, 포유류, 어류 등 다양한 희귀자료가 전시돼 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지구 역사와 다양한 생물의 정보를 알 수 있는 박물관에 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곳에선 3D 입체영상에 물, 바람, 진동 등 실시간 특수효과로 연출한 다이나믹한 생동감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박물관에는 지난 2012년 천연기념물 제535호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된 ‘육식공룡알둥지화석’ 원본이 전시돼 있다. 2009년 압해대교 건설현장 지질 조사과정에서 발굴됐으며 세계적으로 산출지가 희귀한 화석자료다. 또한 공룡화석인 프레노케라톱스와 콘코랩터 외에도 지구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원본 화석, 표본 등 2만여 점도 만날 수 있다.
‘조선통신사선 타고 바다에서 선상박물관을 즐기다.’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19년부터 역사문화자원으로 재현한 조선통신사선을 매개로 해양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올해도 해양문화재연구소는 오는 10월 20일까지 ‘선상박물관 문화기행’<사진>을 진행한다. 8일·26일, 6월 12일·30일, 7월 10일·28일, 9월 29일, 10월 9일·20일 총 10회 운영될 예정이다.이번 프로그램은 목포를 중심으로 문화유산 소개, 옛 뱃길 산책, 수중발굴유적지 탐방, 문화예술 공연, 체험 위주로 구성됐다. 세부적인 내용으로는 조선통신사 역사 소개, 통신사의 재현과정 사진과 영상 소개, 목포 옛 뱃길을 따라 문화유산 보기 등이 포함됐다. 또한 고려 시대 선박이 발굴된 해양유적지 소개, 선상에서 펼쳐지는 조선통신사 취타대 공연과 사물놀이 공연도 진행된다. 특히 옛 뱃길을 따라가는 경로는 연구소에서 출발해 갓바위, 삼학도, 목포항구, 고하도, 달리도 수중발굴현장, 시하바다를 둘러보는 코스로 구성됐다.이번 행사는 해양문화재 연구소 누리집을 통해 신청(개인·단체)할 수 있다. 또한 사회 배려계층을 별도 모집해 운영할 계획이다./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