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결에 겨울이 문턱에 당도해 있다. 소리 없이 저물어간 가을 자리에, 겨울이 슬며시 다가와 있다. 가을은 그렇게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간다는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이맘때면 문득문득 막차를 기다리는 나그네의 심사가 느껴진다. 이 계절에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주제는 인간과 인간애다. 구상(具常1919~2004) 시인. 그는 인간의 휴머니티를 추구했던 구도자와 같은 시인이다. 그를 생각하면 말 그대로 구상(構想)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뭔가를 머릿속에 그리고 그것을 현실에 형상화하는 예술가적 감성 말이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이곳에 구상문학관이 있다. 지난 2002년 10월 개관했으며 2층 본관 건물과 관수재라는 한옥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실, 영상실, 북카페와 보존서고 등도 갖추고 있어 다양한 문화 행사가 가능하다. 여타의 문학관과 유사한 구조이지만, 생전의 시인이 소장하고 있던 책을 모두 소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2만여 권이 넘는 책들이 품어내는 서지향(書之香)은 시인의 인품을 담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책을 펴낼 때 구상 시인에게 친필 사인을 해서 보낸 책들이다. 서울에서 태어난 시인에게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등 예술성 높은 도판(그림을 새긴 목판)과 전서체 대가인 미수 허목의 백운정 등 현판을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전당장 직무대리 박태영) 예술극장에서 6일까지 진행되는 ‘유교책판 순회전시’가 그것. 유교책판은 집단지성의 결과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문화원(ACI·원장 이기표)과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조현재)도 함께 참여한다. 전시는 모두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록유산을 설명하고 2부에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과 한국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소개한다. 3부에서는 한국의 다양한 목판과 인출본을 전시한다. 이번에 소개되는 목판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등 예술성 높은 도판과 서판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언급한 대로 전서체 대가인 미수 허목의 백운정 현판도 함께 볼 수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민족과 민중문제에 천착했던 목포가 낳은 소설가이자 극작가 천승세 씨가 지난 27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하동(河童) 천승세는 한국적 정한을 남도의 정서로 그려냈던 ‘한국문단의 가장 유니크한 작가’로 일컫는다. 한국 근현대 최초 여성 작가인 소영(素影) 박화성 소설가의 아들로, ‘황구의 비명’, ‘만선’과 같은 뛰어난 작품을 발표했다. 고인이 문단에 나올 당시 많은 이들은 그의 문재에 주목했다. 모친의 문학적 핏줄 이어받은 것을 증명하듯 “단 8시간 만에 탈고를 마친 소설 ‘점례와 소’가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에 당선된” 것은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다. 고인의 작품 중 일반에 가장 많이 알려진 소설 가운데 하나가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황구의 비명’이다. 1974년 8월 ‘한국문학’에 발표한 단편소설로, 양색시의 삶을 외세문제와 결부해 풀어낸 수작이다. 또한 황구와 수캐로 대변되는 관계를 착취와 피착취라는 상징적인 장치로 보여줌으로써 억압받는 민초들에게 적잖은 울림을 주었다. 1939년 목포에서 태어난 작가는 1961년 성균관대 국어국문과를 졸업했다. 이후 신태양 기자, 한국일보 기자, 독서신문 기자 등으로 활동했다. 대학 재학시절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고구려 고분 벽화에 담긴 문양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고구려 고분벽화 속 문양 여행’ 영상을 오는 12월 4일까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다. 이번 영상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고구려 고분벽화의 자료를 수집하고, 문양을 연구한 성과를 담은 ‘천상의 문양예술, 고구려 고분벽화’도록 발간에 앞서 공개된다. 도록은 오는 12월 4일 발간 예정이다. 다양한 고분벽화의 사진과 그림 도안을 함께 선보이는 이번 영상은 연구를 담당한 학예연구사가 출연해 해설을 진행한다. 1부 ‘천상의 세계를 그리다’는 천장 벽화에 주목해, 고구려인들의 사후관과 꿈꿨던 천상의 모습이 담긴 다양한 문양들을 소개한다. 2부 ‘사후세계의 수호신, 사신도’에서는 한국미술 걸작으로 꼽히는 사신도의 아름다운 회화성과 음양오행을 숭상했던 고구려인들의 정신세계를 조명한다. 3부 ‘인간세상을 그리다’는 고분 속에 무용도와 수렵도, 씨름도 등을 그린 이유와 장례풍속에 대해 설명한다. 한편 도록은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지식포털에 공개될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가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농경 분야에서 무형문화재가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최근 열린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심의에 따라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로 했다. 전통지식 분야에 대한 무형문화재 지정이 가능해진 2016년 이후 농경 분야 첫 무형문화재다. 이번에 지정된 대상은 인삼 자체가 아닌 인삼을 재배하고 가공하는 기술, 인삼과 관련 음식을 먹는 등의 문화를 포괄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인삼 재배가 성행한 시기는 18세기로 추정된다. 조선 후기의 문헌인 ‘산림경제’, ‘해동농서’, ‘임원경제지’, ‘몽경당일사’등에 인삼 재배와 가공에 대한 기록이 확인된다. 인삼은 우리나라에서 오 랜기간 재배되고 활용되면서 이와 관련한 음식·의례·설화 등 관련 문화도 풍부하다. 예부터 인삼은 불로초 또는 만병초로 여겨졌으며, 민간신앙과 설화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건강과 장수라는 상징성을 담아 각종 생활용품에서 인삼 문양이 사용됐다. 현대에도 인삼은 몸에 이롭고 귀한 약재이자 식품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