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중심의 장례 풍습 ‘진해 연도여자상례’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려면, 연도 섬에서 쓰인 원안부터 발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고증이 담긴 ‘민속지’가 기록돼야만, 연도여자상여소리의 정체성이 정립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1회 연도여자상여소리 학술세미나와 시연회가 11일 오후 1시 30분 진해문화센터 실내체육관에서 3시간가량 진행됐다. 이날 동국대 임돈희 교수가 좌장을 맡고, 세명대 최자운 교수와 두류문화문화원 최헌섭 원장이 주제 발표를 했다. 이어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모형오 팀장과 진해문화원 우순기 원장이 토론을 펼쳤다. ◇‘문화재 지정 방향’ 고민 이어진 세미나 연도여자상여소리는 진해 연도라는 섬에서 상례를 치를 때 부르는 만가다. 여자가 행상을 맡고, 배를 타고 상여를 옮긴다는 점에서 전국 유일하다. 망자를 애도하는 의식요의 성격과 운구와 봉분을 행하는 노동요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현재 장례의식요 분야 무형문화재 지정 현황을 살펴보면, 경기지역은 양주 상여 회다지소리(1998)와 인천 근해 도서지방 상여소리(2006), 고양 상여 회다지소리(2017)가 등록돼 있다. 강원지역은 횡성 회다지소리(1984)와 양양 수동골 상여소리(2013)가 있
최명환 서예가가 6일 식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73세. 고인은 1948년 남해에서 태어나 고교 시절 청남 오제봉 선생을 만나면서 서예와 인연을 맺었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 소헌 정도준 선생에게 서예를 사사받았다. 기교를 경계하고 자연에 순응하는 작품 세계를 구축, 경남 서예계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중앙과 지방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시금석도 마련했다. 국전·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로 작품을 발표하면서, 중앙 무대에 우뚝 섰다. 마산에 돌아온 후 1994년 경남서단을 창립했다. 1997년 마산미술협회장에 오른 후 2001년 경남미술협회장을 맡았다. 경남서단 회장을 비롯해 서울 근묵서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전국 서예 동향을 주도했다. 경남미협회장 시절에는 당시 김혁규 지사를 만나 미술인들의 소망인 경남도립미술관 건립을 역설하기도 했다. 2006년엔 경남국제아트페스티벌(GIAF) 기초를 만들었고, 이를 이어 받은 성낙우 차기 경남미술협회장이 성공적인 대회로 이끌었다. 성파 하동주 선생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첫 제정된 ‘성파서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 경남미술협회 성낙우 회장은 “살아생전 책임감 있는 작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평소 후배들을 아
음악에 몸을 맡긴 무용수의 몸짓이 경쾌하다. 움직일 때마다 마스크 너머 가쁜 호흡이 들쑥날쑥한다. 보랏빛 두건을 쓰자 이전과 다른 강렬한 춤선이 드러난다. 겉모습은 아름답지만 독성을 가진 ‘투구꽃’을 동작으로 표현한 장면이다. 지난 25일 마산 경희무용아카데미학원. 무용수들이 오는 12일 오후 5시 마산 시민극장에 올려질 ‘춤패뉘와 함께하는 무용열전’ 연습이 한창이다. 이번 공연은 정양자·이영희 원로 무용인과 신인 무용수들이 한 무대에 서는 자리다. 스승이 제자들을 이끌어주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연출을 맡은 춤패뉘무용단 박은혜 대표는 “무용의 길을 오랫동안 걸어올 수 있었던 건 고(故) 이필이 스승이 이끌어주신 덕분이다. 작년부터 선생님들을 챙기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막상 뒤를 돌아보니 무용을 이끌어갈 30~40대 무용수들이 없었다. 지금부터라도 제자들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취지를 전했다. 박 대표는 창원에서 활동하는 여성 무용수 5명을 선정해 ‘실험의 장’을 마련했다. 무용수들의 평균 나이는 20대 후반. 이날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개인작품을 선보인다. 모두 창원대 무용학과 출신으로, 마산 무용 거
경남 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남미술협회가 경남 미술인의 뿌리를 찾고 맥을 이어가고자 ‘경남 원로작가 7인7색’ 순회전을 서울과 창원에서 선보인다. 서울은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경남갤러리에서 오는 30일까지, 창원은 마산합포구 창동 상상갤러리에서 9월 1일부터 5일까지다. 원로작가는 권진상 평론가의 추천으로 7명이 선정됐다. 박노태, 박덕규, 이상남, 최명환, 최태문, 하미혜, 황원철 화백이 참여했다. 1930~40년대 출생으로, 평균 80세 이상의 미술인들이다. 회화는 100호 이상, 서예는 전지 이상 크기로 제작돼 20여점이 내걸린다. 경남미협 천원식 회장은 “젊은 작가들보다 왕성한 열정으로 예술을 천직처럼 여긴 원로작가들을 초청해 전시를 기획했다. 경남 미술인들에게 귀감이 될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남예총 조보현 회장은 “미술계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기에, 흔들림 없이 화단을 지키는 원로작가들이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경남 미술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이상남 화백은 한국 풍속과 무속에 내재된 전통적 가치를 시각화했다. 최명환 화백은 정도준
남해는 보석 같은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윤슬이 일렁이는 여름바다가 감싸준다. 그래서 보물섬이라 부르는 건 아닐까. 그 풍경이 안내하는 길목에 ‘뮤지엄남해’가 있다. 뮤지엄남해는 남해군이 폐교였던 동창선초등학교를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후 올해 2월 5일 문을 열었다. 미술관은 사천 리미술관을 6년간 운영해 온 유은리 관장이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운영자를 찾고 있다는 공모를 보고 도전하게 됐다. “아버지가 거제 해금강테마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빨간 날은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나는 주 5일 근무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란 영향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자연스레 예술과 친해졌죠.” 아버지가 운영하던 박물관은 유 관장에게 집이나 다름없었다. 박물관에서 일하고 생활하면서, 예술이 사람들에게 공유자산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예사가 되기 위해 교사 일을 그만두고 30살 무렵 대학원에 들어갔다. 역사 공부를 하고, 경험이 쌓일수록 유물보다 그림에 관심이 커졌다. 남해군, 폐교된 동창선초등학교 리모델링해 전시실·카페 뮤남다방·작가 창작실 등 2층 규모 미술관 올해 2월 5일 개관 사천
창원시와 김해시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하면서, 일부 미술관들이 방역 조치를 강화하거나 휴관을 연장하고 있다. 11일 기준 창원시와 김해시 지침에 따르면 미술관은 시설면적 6㎡당 1명의 30% 인원만 수용 가능하다. 전시회는 시설면적 6㎡당 1명으로, 사전예약제가 의무화된다. 부스 내 상주인력은 PCR 검사 후 음성을 받거나 코로나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인원도 부스당 최대 2명 상주할 수 있다. 4단계는 16일까지 시행된다. 김해지역 미술관은 잠정 폐쇄를 결정했다. 휴관 시설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김해서부문화센터 스페이스 가율 3곳이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과 윤슬미술관은 지난 2~8일에 이어 17일까지 휴관을 이어간다. 스페이스 가율은 15일까지 전시를 중단한다. 코로나 상황에 따라 재개 여부를 공지할 방침이다. 경남도립미술관과 창원 성산아트홀은 방역 기준을 높였다. 경남도립미술관은 16일까지 관람 인원을 현행보다 줄이고, 온라인 예약제로 운영한다.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됨에 따라, 오후 6~7시 사전예약 땐 인원을 2명으로 제한한다. 현장 접수 시 동시 입장도 2명만 가능하다. 향후 4단계 유지
서울 이태원동 경리단길을 시작으로 뜨는 동네는 ‘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김해에도 ‘봉리단길’이 있다. 카페와 예술공간이 들어서면서, 핫플레이스가 된 봉황동이다. 그 배경 뒤엔 봉리단길을 가꾸는 주민들의 땀이 있었다. 김해 봉황예술극장 곽지수(51) 대표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김해 황세 장군과 여의 낭자의 사랑 이야기에 매료돼 2016년 봉황동에 정착했다. “보통 김해하면 김수로왕과 허왕후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더라고요. 여의와 황세 이야기를 접한 후 어린이 인형극으로 만들어 보자 결심했죠. 실제 자료를 모으려 봉황대 공원을 돌아다니며 황세바위와 여의각을 찾기도 했어요. 그 전에 극작가와 연극배우를 병행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거든요. 주민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인형극 ‘철의 나라에서 만난 여의와 황세(2018)’는 빛을 보지 못했을 거예요.” 2016년 봉황동에 정착한 곽지수 대표 지역예술인·주민들과 봉리단길 알리며 2018년 행안부 마을공방 육성사업 선정 올해 5월 개관 후 연극 등 공연 선보여 매주 토요일 지역예술단체 주축 무대 펼쳐 동네 주민들 이야기 무대로 채워지기도 지원금 없이 주민·상인들과 운영하며 상상
30년 역사 ‘동서미술상’이 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다. 이에 창원시가 동서미술상을 맡아 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지역 예술계의 목소리가 높다. 동서미술상은 마산 동서화랑 고 송인식 관장이 1990년 사재 1억원을 출현해 제정한 도내 첫 민간 미술상이다. 송 관장이 생전 23번째 수상자를 배출한 후 2013년 별세하면서, 동서미술상 운영은 난관에 빠졌다. 당시 송 관장은 ‘내가 죽고 나면 운영을 그만하라’ 했지만, 후배 예술인들의 의지와 기업 후원을 통해 명맥을 이어왔다. 지난 2009년부터 5년간 경남스틸㈜ 최충경 회장이 경남메세나와 매칭펀드 결연을 통해 매년 1000만원을 지원해오던 동서미술상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리베라컨벤션 김태명 대표가 매년 2000만원을 후원해 운영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계도 어려워지면서 더 이상 기업 후원을 유치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2018년부터 동서미술상 운영위원장과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조성제 사진작가와 김관수 사진작가는 “자금 확보가 발등에 불이다. 매번 기업을 찾아다니며 요청하는 일도 벅찬 상황”이라며 사실상 지난해가 동서미술상 시상 마지막이 될 것으로 봤다. 이에 지역 예술인들은 ‘민
마음에 쉼표가 필요한 날이 있다. 각자 위로하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그 가운데 예술 하나쯤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일찍이 플라톤이 ‘인생의 가치는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일’이라고 말했듯, 아름다움을 느끼는 행위야말로 행복과 가까워지는 진짜 ‘가치’일지 모른다. 김해 봄스테이갤러리는 원래 건설 사업장으로 쓰려던 공간이었다. 안종국 대표의 삶에 예술이 스며들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여행. 예술이 일상인 북유럽 문화에 매료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예술이 일상과 함께하는 북유럽 문화에 매료된 후 김해 봉리단길 ‘예술의 동네’로 만들고자 갤러리·주택 공존하는 ‘봄스테이갤러리’ 건축 전국 숨은 갤러리 찾아다니며 벤치마킹 월 1회 목표 신진작가 작품 전시 위주로 음악·미술 콜라보 ‘사이(間)’ 등 15회 전시 매주 독서모임으로 전시와 매칭하기도 내달 에세이집 출간… 세계 아트페어 진출 계획도 아트 로컬 상품 개발·온라이 스토어 구상 등 예술이 일상이 되는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중 “갤러리 건물을 짓기 전, 북유럽 인테리어를 보기 위해 한 달간 5개 국가 10개 도시에 다녀왔었어요. 제가 머물렀던 가정집마다 공통적인 특징이 있더라고요. 인테리어에 그림과 예술품이 포인트가
경남 최고 춤사위를 가진 팀은 누가 될까. ㈔한국무용협회 경남도지회가 주최하는 ‘2021 경남무용제’가 19·20일 오후 7시 창원 3·15아트센터 소극장서 개최된다. 경남무용제는 2012년 예산 집행 문제로 8년 간 열리지 못하다가, 지난해 경남도 예산이 편성되면서 부활했다. 올해는 본선 진출팀에 보조금이 지원된다. 경남무용협회 권미애 회장은 “작년은 보조금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는 그나마 형편이 나아졌다. 그럼에도 지원금 규모는 다른 지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코로나로 인해 열악한 연습 환경에도 참가팀들이 열정 하나로 밀어붙이고 있다. 작년의 경우 8년 만에 부활했다는 기쁜 마음으로 진행했다면, 올해는 좀 더 좋은 환경서 경연할 수 있도록, 무용제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는 게 목표다”고 각오를 전했다. 경남무용제는 전국무용제에 참가할 경남 대표를 가리는 예선전. 안무가가 경남 출신이거나 무용수 50% 이상이 경남 출신으로 구성돼야만 참가 가능하다. 지역 무용수들의 기근에도 올해는 4개팀이 출전, 이틀간 2개팀씩 20분가량 기량을 겨룬다. 19일 첫 경연작은 박수일무용단의 ‘회소(回蘇)’다. 코로나로 무너진 삶을 춤으로 복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