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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세월호 그후, 또 4월이 간다·(3·끝)우리의 미래-세월호 세대]잊지 않았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4·16 기억교실 찾은 '세월호 장학생' 조익주군

 

참사 당시 너무 어려 "그런 일이 생겼구나…"
중학생 돼서야 '비극' 인식… 당시 대응 분노
'희생된 형·누나들에 부끄럽지 말아야' 다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형·누나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죠."

지난 22일 오전 10시께 안산시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된 단원고 4·16 기억교실. 수원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익주(18)군이 기억교실 2학년 1반을 찾았다.

기억교실에 처음 와 본다는 조군은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단원고 한 학생의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달력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봤다. 2014년 4월 15일부터 18일까지 수학여행 일정을 표시해 놓은 달력이었다.

'세월호 장학생'인 조군은 그렇게 책상마다 놓인 유품들을 살폈다. 지난해 수원고 2학년 1반 반장이었던 그는 '416단원장학재단' 장학생으로 선정됐다. 조군이 이날 단원고 기억교실 '2학년 1반'부터 찾은 이유다.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들의 넋을 기리고, 그들의 희생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2015년 4월 설립된 단원장학재단은 해마다 경기도 학생과 교사들을 선발해 각각 장학금과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학생 903명과 교사 44명이 장학금과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조군은 한때 축구 선수가 꿈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영원한 캡틴' 박지성의 모교인 세류초등학교에서 축구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실력을 인정받아 축구 명문인 매탄중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아픈 무릎 때문에 결국 오랜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조군은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는 모범 학생이다.

조군은 중학교 2학년 때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형·누나들에게 썼던 편지, '얼마나 두려우셨을까요'라는 첫 구절을 또렷이 기억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형·누나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어요. 세월호 참사 당시엔 제가 너무 어렸어요. 그냥 '그런 일이 생겼구나.' 했거든요. 중학생이 돼서야 엄청난 비극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정부가 조금만 더 대응을 잘했더라면 형·누나들이 모두 살 수 있었던 거잖아요. 그 생각을 하면 정말 화가 나요…."

조군에게 세월호 장학금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세월호 장학금을 받은 이후 책임감 같은 것이 생긴 것 같다"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안타깝게 희생된 단원고 형·누나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임승재차장, 배재흥, 김동필기자
사진: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박성현, 성옥희차장